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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4년, 의료 공공성은 얼마나 확보됐을까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 등 시도는 좋아…보장률 상승폭 작고 민간의료체계 중심 정책이라는 한계

2021.06.10(Thu) 16:05:53

[비즈한국] ‘의료의 공공성 강화’.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공약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 혹은 지역에 병원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 공급을 강화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임기가 1년도 채 안 남은 지금, 의료 공공성이 기대만큼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모두가 똑같은 의료 서비스를 누리는 건 왜 어려울까.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2주년 대국민 성과보호대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제공


#의료 공공성 확보를 향한 시도와 성과

 

의료 공공성 강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여주는 등 수요자가 의료 서비스에 잘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 등 공급자 측면에서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등을 추진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2018년부터 매년 ‘공공보건의료계획’을 발표하며 공공의료체계 정립을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정책이 나왔고 실제로 집행됐다. 우선 대선 공약집에는 실질적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 같은 수요자 측면의 공공성 강화 정책이 다수 담겼다. 문재인 정부는 보건의료 1호 공약 ‘치매국가책임제’로 그 시동을 걸었다. 치매 환자를 가정이 아닌 사회에서 돌보자는 취지였다. 정부는 2017년 10월부터 중증 치매 환자의 중증치매 치료 본인부담률을 기존 최대 60%에서 10%로 인하했다. 2019년 전국 256개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를 축소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일부 이행됐다. 대표적으로 2018년 10월 뇌와 뇌혈관, 2019년 5월에는 두경부(눈), 같은 해 11월에는 흉부·​복부·​전신, 2020년 12월엔 척추 등으로 보장 범위가 확대됐다. 2018년 1월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비 전액을 환자가 내야 했던 선택진료(특진)가 사라졌고, 같은 해 7월에는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2·3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공급 면에서 일차의료체계의 강화를 약속한 정부는 동네 의원이 중증 환자를 같은 지역 내 종합병원에 진료를 의뢰할 시 의원에게 수가를 더 줄 계획이라고 2019년 발표했다. 지난 12월엔 2025년까지 20개 내외의 지방의료원을 400병상 규모로 확충하고, 세 개의 공공병원을 신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발표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는 지역 공공병원 20개소를 확충하는 방안이 담겼다.

 

#산업 육성 논리-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충돌…보장률 70%는 언감생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 앞 선별진료소. 사진=이종현 기자


일련의 정책들로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18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약 3700만 명의 국민이 약 9조 2000억 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받았다. 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돈을 떠나 병원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 나왔고, 그에 따라 공공의료체계 확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 점 역시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의료 공공성이 확보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수요 면에서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 70%는 어렵게 됐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6년 62.6%, 2017년 62.7%, 2018년 63.8%, 2019년은 64.2%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전년 대비 상승 폭이 2017년 0.1%, 2018년 1.1%, 2019년 0.4%에 불과하다. 정부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공약했지만 이전 정부와 같이 항목별 급여화를 추진한 데다, 비급여 진료비의 지속적인 증가가 상승 폭을 좁힌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신의료기술을 도입하려는 산업 육성 논리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충돌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부가 진단검사, 신의료기술, 첨단바이오의약품 등을 신속 허가해 오히려 비급여 의약품을 양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예비급여 제도도 도입한 바 있다. 비급여 중 비용 효과성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도 예비적으로 건강보험에 본인부담률 30~80% 수준으로 우선 적용한 이후, 3~5년 정도 평가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정책이다. 이 경우 아무리 비급여 의약품이나 기술이 많이 나오더라도 환자의 의료비 부담은 덜 수 있다.

 

이는 수요 측면에서 의료 공공성은 일정 정도 확대됐다고 볼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공급 측면의 공공성 확보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는 민간의료기관 중심이다. 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예비급여 제도는 수익을 올려야 하는 병원이 상대적으로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하려는 행태를 일부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더미래연구소는 2019년 보고서에서 “의료공급자 측면에서는 이윤 추구 동기에 따라 과잉검사 및 과잉진료를 유도할 소지가 있고, 환자는 적은 본인부담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과다한 의료이용이 유발돼 전반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예비급여제도를 엄격한 방식으로 운영해 급여화 대상 범위를 최대한 좁게 적용하는 방향으로 운영한다면, 예전과 같은 풍선효과가 나타나 보장률이 다시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그 딜레마를 지적했다.

 

공공 의료기관 위주로 의료 체계를 바꾸겠다는 토대 위에서 보건의료 정책이 성립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의료 공공성을 확대하려면 공급 측면에서의 공공성 확보라는 한 축도 같이 움직여야 한다. 민간이 아닌 공공 중심 의료체계를 정립하지 않고 건강보험 보장률만 높이려고 하면 건강보험료가 높아져 결국엔 국민 의료비 부담이 증가한다.

 

#의료 공공성은 또 다음 정권으로…

 

그러나 공급 면에서의 공공성 확보 노력이 턱없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일 정부는 2021년에서 2025년 적용될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했는데 반발이 만만찮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서에서 “정부는 지역 공공병원 20개소를 확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축은 단 3개소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이미 설립이 확정됐거나 사실상 확정된 지역이다. 결국 향후 5년간 공공병원 신축 계획은 하나도 없다. 증축과 보수 계획을 밝힌 곳들은 ‘쥐가 나올 정도로 낙후된 병원’이다. 이런 정부 계획이 다 지켜져도 현재 8.9%인 공공병상이 5년 후 겨우 9.6%가 되는 데 불과하다. OECD 평균 70%”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향후에 이런 지역에 ‘공공병원 수요조사를 하고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요조사 운운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 공공의료 취약지를 파악하고 계획을 세워 설립을 주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의대정원 확대는 의사단체와 논의하겠다며 의지부족을 드러냈다. 정부의 이번 계획은 아무런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간호대를 신설해 지역공공간호사제를 도입한다고도 밝혔지만 민간 의료기관이 고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의료 공공성을 대폭 확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적잖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회 공공의료위원은 “애초에 공약집 자체에 건강보험공단이 병원을 만들겠다는 공약 외에는 (공급 측면에서의) 공공의료 정책은 없었다. 취임 1년 정도 후 공공의료 정책이 나왔다. 그러나 민간의료기관에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는 식의, 민간 중심이었다. 공공 의료기관 위주로 의료 체계를 바꾸겠다는 토대 위에서 정책이 성립되지 않은 데다 공공병원 설립 등 정책을 두고도 예산 문제와 이해 당사자 반발로 공전을 계속한다. 소방서와 경찰서나 학교가 대부분 지방에 있듯, 병원도 그래야 한다. 결국 다음 정권의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간병원이 공공병원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메르스 사태 이후와 코로나를 겪고 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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