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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대출 연체율 '최고치', 취업해도 빚 못 갚는 청년들

주거비 식비 등 고정비 부담에 대출상환은 후순위로 밀려…"현실에 맞게 상환 구조 개선돼야"

2026.04.17(Fri) 11:22:51

[비즈한국] 학자금대출을 체납한 청년이 5명 중 1명꼴에 달한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이래 최고치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5년 귀속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ICL)의 누적 미상환비율은 인원 기준 18.0%, 금액 기준 19.4%로 집계됐다. 의무 상환 대상 4198억 원 중 813억 원이 미상환 상태로 남았다. 체납액이 800억 원을 넘긴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미상환자 1인당 평균 체납액도 141만 원으로 최대치다.

 

학자금대출은 소득이 없거나 적으면 상환 의무를 유예할 수 있는데, 미상환자들은 이런 저소득자가 아니다. 연간 소득금액 1752만 원(총급여 기준 2679만 원)이라는 상환기준소득을 넘겨 의무 상환 대상이 된 청년들이다. 취업에 성공하고 의무 기준까지 통과했는데도 빚을 갚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벌이가 없어서’가 아니라, 벌이가 있어도 학자금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청년층의 생계 현실이 체납률 급증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세·밥값이 먼저, 학자금 상환은 후순위로
 

현재 국가 학자금대출은 크게 ‘일반 상환’과 ‘취업 후 상환(ICL)’으로 나뉜다. 일반 상환 대출은 최장 10년의 거치 기간이 끝나면 소득과 무관하게 매월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한다. 반면 ICL은 소득이 기준을 넘길 때까지 상환이 유예되며, 넘긴 이후에는 초과 금액의 20%(학부생) 또는 25%(대학원생)가 의무 상환액으로 부과된다.

 

학자금대출 상환 기준이 청년들의 가처분 소득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체납과 유예가 함께 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돈을 안 갚는 청년’이 아니라 ‘벌어도 갚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생성형AI

 

문제는 이 의무 상환액이 청년의 고정비 가운데 우선순위가 가장 낮은 ‘밀리기 쉬운 빚’이라는 점이다.

 

가장 큰 원인은 주거비다. 국토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비 결정 요인’에 따르면, 취업한 청년층 중 월 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 비중이 20% 이상인 비율은 29.5%에 달했다. 청년 3명 중 1명꼴로 월급의 5분의 1 이상을 방세로 내고 있다는 뜻이다. 월세를 체납하면 당장 쫓겨나지만, 학자금대출은 최대 가산금이 원금의 5% 한도로 제한되어 있다. 생계비가 급한 청년 입장에서 어느 쪽을 미룰지는 자명하다.

 

먹거리 물가 역시 청년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6년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해 전체 지표는 안정권에 가깝지만, 세부 품목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농축수산물 전체는 채소류(-13.5%)를 중심으로 0.6% 하락한 반면, 축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해 전체 물가 상승률의 약 세 배에 달했다. 특히 외식·밥상 품목이 급등하면서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의 괴리가 커졌다. 한국은행도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을 2.1%에서 2.2%로 상향 조정했다.

 

그 결과, 사회초년생의 가처분 소득은 월세·식비·보험료·통신비 등 ‘밀릴 수 없는’ 고정비에 먼저 배분되고, 학자금대출은 후순위로 밀린다. 20%라는 상환율이 갓 취업한 청년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이번 달만 넘기자”… 체납과 유예, 양갈래로 몰리는 청년
 

중소기업 취업​ 2년 차인 A 씨(28). 상환기준소득을 넘긴 직후부터 학자금 의무 상환액이 고지됐지만, 그는 “월세·공과금·식비를 다 빼고 나면 학자금까지 낼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대출 이자가 낮다는 말에 자꾸 미루게 된다.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번 달만 넘기자는 마음이 반복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상환을 유예하거나 아예 상환 단계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4년 기준 상환유예 금액은 242억 원으로 2020년(110억 원) 대비 약 2.2배 증가했고, 특히 실업·폐업·육아휴직 등을 사유로 한 유예자는 2020년 6871명에서 2024년 1만 2158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의무 상환 단계에 진입한 청년은 체납으로, 진입조차 못 한 청년은 유예로 몰리는 양갈래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주무 기관인 국세청은 현행 제도의 완충 장치를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세청 학자금상환과 관계자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제도의 근본 취지가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고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하는 것에 있다”며 제도의 본질을 강조했다. 체납이 발생해도 일반 금융권과 달리 쉽게 신용정보회사에 연체 기록을 제공하지 않으며, 가산금 한도도 원금의 5%로 제한한다. 분할상환, 연체이자 지원, 지연배상금 감면 등 안전망도 있다. 과도한 빚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적인 배려라는 설명이다.

 

최근 급증한 연체율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당장의 수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불경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청년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체납액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 역시 “2010년부터 운영한 제도라 대출자의 절대적인 숫자가 늘어난 점이 원인이라고 본다”며 “중장기적으로 졸업생들이 자리 잡으면 괜찮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상환 구조 바꿔야” 목소리도
 

다른 편에서는 ICL​ 학자금대출 상환 구조 자체에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환 의무가 발생한 이후 청년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월세·식비·공과금 같은 필수 고정비가 이미 가처분 소득을 잠식한 상황에서, 초과 소득의 20%를 일괄 징수하는 구조는 청년이 학자금을 ‘갚을 수 있는 빚’이 아니라 ‘밀어둘 수밖에 없는 빚’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국책 연구기관도 같은 문제를 짚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청년층의 고용불안, 생활비 지출 상승 등 상환 여건이 악화하면서 의무상환대상자의 미상환 비율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상환기준소득 상향, 상환율 인하 등 저소득 청년층의 상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상훈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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