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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유 수출 세계 1위' 한국서도 유류할증료 치솟은 이유

기준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 급등, 처음으로 '상한선' 도달…호르무즈 긴장 풀리면 6월분부터 내려갈 수도

2026.04.17(Fri) 17:07:59

[비즈한국] 국제 에너지 공급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중동 전쟁으로 봉쇄되면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유럽 항공유 재고가 6주 분량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내놓으며, 현재를 “우리가 직면한 역대 최대 에너지 위기”라고 규정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균열은 한국 시장에도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제도 도입 이래 처음으로 최고 단계인 33단계에 도달했다.

 

​인천공항 항공유 저장시설 상공을 날아가는 여객기. ​국제선 항공의 유류할증료가 상한선인 33단계까지 치솟았다. 사진=연합뉴스


비롤 사무총장은 AP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지독한 곤경(Dire Strait)”이라 묘사하며, 물리적으로 연료가 바닥나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하는 ‘항공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항공유는 휘발유나 경유와 달리 대체 공급원을 찾기 까다로운 특수 연료라는 점에서 공급망 붕괴의 여파가 더 치명적이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페르시아만 지역 주요 에너지 시설이 80개 이상 손상됐다. 이를 복구해 이전 생산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최대 2년이 걸릴 것으로 비롤 사무총장은 전망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이 위기는 ‘유류할증료 33단계’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체감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2026년 5월 발권분부터 적용되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2016년 거리비례제 도입 이래 최초로 상한선인 33단계에 진입했다. 한 달 만에 15단계가 수직 상승한 것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운임에 반영해 손실을 보전하고자 부과하는 ‘추가 운임’이다. 항공기 운항 비용 중 연료비 비중이 최대 35%에 달하므로 유가 변동 리스크를 승객과 분담하는 셈이다.

 

한국은 2003년 유가 급등기에 국내 항공사의 경영 악화를 방지하고 외항사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처음 도입했으며,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했다. 이후 2008년 유가 폭등기에 16단계에서 현재 33단계로 확대 개편했다.

 

5월 할증료가 최고 단계로 치솟은 이유는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MOPS)이 갤런당 511.21센트를 기록하며 33단계 적용 기준인 470센트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행 체계상 유류할증료는 갤런당 150센트 미만일 때는 부과되지 않으며, 150센트 이상일 때부터 10센트 단위로 단계가 올라간다. 33단계는 갤런당 470센트 이상일 때 적용되는데, 이번 산정 기간인 3월 16일~4월 15일에 MOPS가 갤런당 511.21센트(배럴당 214.71달러, 약 29만 4000원)를 기록했다.

 

유류할증료를 책정하는 최종 주체는 각 항공사이지만, 기준은 국토교통부가 인가한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표’를 따른다. 유류할증료 책정 방식은 이렇다. 매월 중순, 전전월 16일부터 전월 15일까지 한 달간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 현물 가격을 확인한다. 확인한 평균 가격을 33단계 구간표에 대입해 다음 달에 적용할 단계를 결정하고, 국토교통부 거리비례제에 따라 노선군별 금액으로 치환한다. 그렇게 나온 유류할증료를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하고, 적용 2주 전에 공지한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싱가포르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석유 제품 거래 시장이자 물류 허브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도 자국 내 현물 시장이나 인근 국제 제품 가격에 연동해 가격을 결정한다. 일본 역시 과거에는 원유가 기준을 사용했으나, 국제 가격과의 괴리 및 수급 왜곡 문제로 2008년 국제 제품가 연동제로 전환했다.

 

오른 유류할증료를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들로선 이전에 구입한 항공유인데 왜 현재 유가를 반영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항공사들은 미래 유가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유가 헤징’을 실시한다. 이는 선물 계약이나 옵션을 통해 장래에 사용할 항공유 가격을 미리 고정해두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항공사가 배럴당 80달러에 헤징을 해두었다면, 현재 시장 가격이 200달러로 치솟아도 항공사는 80달러에 기름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류할증료는 항공사의 헤징 성공 여부나 실제 구매 가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유류할증료는 오로지 ‘직전 한 달간 시장 지표’인 MOPS를 기준으로 기계적으로 산출된다. 항공사마다 헤징 비율과 실구매가가 다르기에 이를 기준으로 할증료를 책정하면 가격 체계가 극도로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또 헤징은 항공사의 경영 능력 영역이며,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혜택을 주는 시장 가격 영역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대로 항공유를 비싼 가격에 샀어도 현재 항공유 가격이 떨어지면 유류할증료가 감소해 항공사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은 2022년 기준 연간 1080만 톤 이상의 항공유를 수출하는 세계 시장 점유율 1위(29%) 국가다. 미국 수입 항공유의 70%가 한국산일 정도로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국내 항공사와 소비자들이 국제 시세에 따라 오른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이 채택한 ‘국제 시장 연동제’라는 개방 경제 시스템 때문이다. 석유 제품은 수출입이 자유로운 재화이기에, 만약 정부가 인위적으로 국내 공급가를 낮게 통제한다면 정유사들은 국내 공급을 기피하고 모든 물량을 해외로 수출하려 할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려야 하는데, 이는 자유무역 규범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핵심인 정유 산업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

 

결국은 국내 수급 불안정을 초래해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게 된다. 또 한국은 항공유를 정제하는 기술은 뛰어나지만 원료인 원유는 100% 수입에 의존하므로 원가 상승 영향을 피할 길이 없다. 결국 국제 표준 가격을 따르는 것이 시장 왜곡을 막는 선택인 셈이다.

 

다행인 것은 5월 유류할증료가 사실상 고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일부 완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소폭 하향 안정화된다면 6~7월 발권분부터는 유류할증료가 내려갈 수 있다. 다만 IEA의 경고대로 실제 물리적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해 비행기 감편이 현실화할 경우, 유류할증료는 낮아지더라도 항공권 기본 운임 자체가 급등하는 ‘공급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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