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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최대 식품박람회 '아누가 2021'에서 만난 최신 식품 트렌드

대체육, 비건, 노 플라스틱, 친환경 용기 관련 스타트업 돋보여…언리미트·쿠엔즈버킷 등 한국 스타트업도 관심

2021.10.18(Mon) 15:46:29

[비즈한국] 10월 9일에서 13일까지 쾰른에서는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 ‘아누가(Anuga) 2021’이 열렸다. 아누가 박람회는 1919년에 시작해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전통과 역사가 있는 행사다. 이번 박람회에는 한국을 비롯하여 유럽 각국 및 미국, 아시아 등 98개국에서 46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했다. 아누가는 독일에서 열리는 행사이지만 참가 기업의 97%가 독일 외에서 왔을 만큼 국제적이다. 

 

이번에는 전 세계 169개국 약 7만 명이 참여해 코로나 이전보다 관람객 수는 줄었지만, 별도로 아누가앳홈(Anuga@Home)이라는 자체 디지털 플랫폼을 열어 주요 행사와 전시를 온라인을 통해 관람할 수 있었다. 아누가앳홈에서만 353개의 행사가 열렸고, 별도로 온라인 미팅을 주선하는 도구까지 있어서 박람회의 파급력을 극대화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대면 비즈니스의 기회가 줄어들어서인지 오프라인 행사 역시 많은 기업과 방문객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10월 9일에서 13일까지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식품 박람회 ‘아누가 2021’ 현장. 사진=Koelnmesse/Anuga

 

올해 박람회의 핵심 주제는 ‘변형(Transform)’으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반영했다. 구체적으로는 배양육(실험실육)과 유제품, 세포 기반 단백질, 육류대체 식품, 클린라벨, 무첨가, 건강기능식품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주제는 전 세계 식품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으로 부대행사에서도 잘 엿볼 수 있었다. 

 

부대행사인 뉴 푸드 컨퍼런스(New Food Conference)와 지속 가능성 컨퍼런스(Sustainability Conference)에서 식물기반 식품 시장과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기후, 포장, 식량 낭비, 인권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미래 지향적인 분야를 선도하는 스타트업들이 특히 많이 주목받았다. 아누가에 진출한 유럽의 떠오르는 푸드 스타트업을 둘러보았다. 

 

#대체육 시장의 라이징 스타

 

많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대체육 분야는 가장 관심을 끌었다. 특히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방문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시식코너를 운영해 인기를 얻었다. 지속 가능한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누가 가장 맛있는 대체육을 만들어내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바르셀로나의 대체육 스타트업 휴라(Heura)는 대체육 스타트업 구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스 중 하나였다. GMO 콩을 배제한 100% 식물성 대체육을 사용하고 미식의 나라 스페인의 레시피를 활용한다는 강점을 잘 드러냈기 때문이다. 2017년에 설립된 휴라는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몇몇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체육 판매를 시작해 2020년에는 전 세계 15개국을 대상으로 8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대체육 관련 스타트업 구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바르셀로나의 스타트업 휴라(Heura). 사진=Koelnmesse/Anuga

 

취리히의 플랜티드(Planted)도 대체육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이다. 플랜티트는 취리히공과대학(ETH Zürich)의 스핀오프 스타트업으로 2019년 설립, 완두콩 단백질과 섬유구조로 닭고기 섬유구조를 재현하는 것을 첫 아이템으로 시작했다. 이후 해바라기 씨, 귀리, 노란 완두콩을 조합하여 풀드포크(pulled pork, 손으로 뜯을 만큼 연해질 때까지 장시간 서서히 구운 돼지고기)의 맛과 식감을 재현하면서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지난 2021년 3월에 18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아 시리즈 A 단계로 확장하면서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에 집중적으로 소매점을 오픈했고, 더 많은 제품 개발을 위한 R&D에 투자하고 있다. 

 

#비건 시장에 도전하는 다양한 스타트업  

 

대체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성 재료를 비건 재료로 대체해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눈에 띄었다. 베를린의 블리 푸드(vly foods)는 완두콩을 기반으로 한 유제품을 생산한다. 귀리유로 유럽 시장의 거물이 된 덴마크의 대체유 스타트업 오틀리(Oatly)가 지난 5월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대체유 시장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블리 푸드는 영양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노란 완두콩을 기반으로 두유를 개발했다. 완두콩 두유는 혈당수치를 낮춰주고 아미노산이 풍부해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단백질을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재료의 대체유에 비해 영양이 우수하다. 블리는 지난 5월 610만 유로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아 독일어권 이외에 영국,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등 유럽으로 서서히 사업의 규모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유제품계의 차세대 베를린 스타트업 블리(Vly). 사진=Vly의 Linkedin

 

코펜하겐의 스타트업 트루 껌(True Gum)은 껌에 비건 재료를 사용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플라스틱 재료가 들어가지 않고, 전 재료에 비건 성분만을 사용했으며, 포장재를 비롯해 제품 전체에 생분해성 재료를 사용한 무설탕 껌이 대표 제품이다. 그 밖에 비건 기침 사탕, 알약 모양의 사탕 등을 생산하고 있다. 

 

원래 껌은 천연고무 성분인 ‘치클’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대부분 비용의 문제로 접착제를 만드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바이닐아세테이트를 사용한다. 따라서 껌 자체가 환경오염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유해하다. 트루 껌은 2017년 이의 대안으로 플라스틱이 없는 껌을 첫 제품으로 창업했고, 독일의 식품 전문 VC인 오이스터 베이(Oyster Bay)로부터 2020년에 100만 유로를 투자받으며 천천히 성장하고 있다. 

 

#먹을 수 있는 용기와 포장재 스타트업 

 

식품 자체가 아닌 식품을 담는 용기와 포장재, 빨대 등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스타트업도 있다. 독일 괴팅엔 출신의 쿨레로(Kulero)는 공동 창업자인 헤만트 차울라(Hemant Chawla)의 모국인 인도에서 출발했다. 2017년 집에 있는 오븐을 이용해 튼튼하고 맛 좋은 숟가락을 개발해 인도에서 먼저 제품이 출시됐다. 이후 2019년 독일에 회사를 설립해 식용 숟가락뿐만 아니라 빨대, 그릇 등을 추가로 개발했다. 2021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대신 약 500만 개의 식용 숟가락 및 식기를 공급해 차분히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 밖에 치즈를 원료로 한 그릇을 생산하는 이탈리아의 스타트업 카우보이스 팜하우스(Cowboys FarmHouse)는 먹을 수 있는 치즈 그릇을 방문객에게 나누어주며 관심을 끌었다. 

 

독일 괴팅엔의 먹을 수 있는 용기 제작 스타트업 쿨레로(Kulero). 사진=이은서 제공

 

식재료를 기반으로 용기를 만드는 스타트업 중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뮌헨의 와이즈푸드(Wisefood)였다. 와이즈푸드는 곡물 재료로 만든 빨대, 마카로니 누들 빨대 등 다양한 빨대뿐만 아니라 식용 숟가락, 컵, 나무 접시 등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용기를 만든다. 2017년 설립했으며 현재 전 세계 30개국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독일 여행 검색엔진인 트리바고의 창업자 롤프 슈룀겐스(Rolf Schrömgens)가 합류하면서 유명세를 탔고, 지난 9월에 딜리버리 히어로 등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세계 미래 먹거리의 각축장이 되었던 쾰른 아누가 박람회에서 식품 분야의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둘러볼 좋은 기회였다. 더불어 한국 음식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적인 혁신점을 던진 한국관도 흥미로운 볼거리 중 하나였다.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관으로 공동관을 구성해 참가한 한국의 23개 식품업체는 다양한 한국 음식 시식 행사로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당당히 전 세계 스타트업 대체육 부문에 단독 부스로 참여한 한국의 스타트업 언리미트(Unlimeat)의 한국식 레시피의 경쟁력도 눈여겨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 최초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파크랩(Sparklab)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되었던 프리미엄 오일 생산 스타트업 쿠엔즈버킷(queensbucket)도 단독 부스로 참여해 유럽 시장에서의 승패를 점쳐보았다. 미국 블룸버그에도 소개될 정도로 그 품질을 인정받은 쿠엔즈버킷의 들기름은 아직 유럽에서는 식재료로 인정되지 않은 상품이다.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린 대한민국 창업자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혁신적이다.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참여한 아누가 전시회에서도 스타트업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필자 이은서는 베를린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다가 향수병에 못 이겨 다시 베를린에 와 살고 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함께 일하며, 독일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독일 기업을 안내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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