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을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간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합의가 마무리됐다”며 종전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106일 만이다. 이란 외무부도 전쟁 종식 방침을 밝혔고, 오는 19일 양해각서 서명 이후 봉쇄됐던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겠다고 예고했다.
물론 ‘협상 타결’과 ‘서명 완료’는 다르다. 양측은 큰 틀에 합의했지만 세부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고, 서명 시점도 며칠 더 미뤄질 수 있다. 아직은 평화의 프레임워크에 합의한 ‘서명 전 단계’이며, 19일 전까지는 되돌림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시장이 이미 이 시나리오의 상당 부분을 선반영했다는 점이다. 전쟁 정점에 배럴당 11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 브렌트유 기준는 합의 기대가 커지며 최근 80달러대 중반까지 밀렸다. 고점 대비 약 20% 하락한 수준이다. 이번 전쟁의 핵심 변수였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는 기대가 유가에 얹혔던 ‘전쟁 프리미엄’을 이미 상당 부분 걷어낸 것이다. 이에 따라 “합의가 됐으니 지금부터 유가가 폭락한다”는 식의 단순한 투자 베팅은 한발 늦은 판단일 수 있다.
게다가 해협이 열린다고 원유 공급이 즉시 정상화되는 것도 아니다. 봉쇄 기간 누적된 항로 안전 점검과 기뢰 제거, 보험료·운임 정상화, 일부 에너지 인프라 복구에는 시간이 걸린다. 유가의 추가 하락 폭이 시장 기대만큼 가파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방향성과 업종별 명암은 뚜렷하다. 고유가 국면에서 수혜를 누렸던 정유·원유 생산주는 마진 기대가 깎이는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렸던 금 역시 위험 회피 심리가 풀리면 탄력을 잃을 수 있다. 반면 수혜 업종도 있다. 유류비가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해운 업종은 유가 하락이 곧 비용 절감으로 직결된다. 방산은 조금 더 복잡하다. 합의가 흔들릴 때마다 들썩였던 만큼 종전이 확정되면 단기 모멘텀은 정점을 지날 수 있지만, 중동 재건과 역내 안보 수요라는 중장기 변수는 별개로 남는다.
다만 이 모든 시나리오를 관통하는 변수가 하나 있다. 이번 합의의 직접 당사자가 미국과 이란이라는 점이다. 정작 전쟁을 함께 시작한 이스라엘은 협정의 서명 주체가 아니다. 이란은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휴전까지 합의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그 전선의 당사자인 이스라엘은 합의 테이블 밖에 있다. 실제로 종전 양해각서 체결이 임박한 13일에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를 대대적으로 공습했다. 미·이란 간 서명이 매끄럽게 이뤄지더라도, 역내 다른 전선에서 불씨가 되살아나면 ‘전쟁 프리미엄’은 언제든 일부 되돌아올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점검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첫째, 고유가 수혜를 전제로 담았던 종목이 포트폴리오에 있다면 비중을 다시 따져볼 시점이다. 다만 이미 상당 폭 조정된 만큼 뒤늦은 매도가 손실을 확정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둘째, 원유 가격을 추종하는 ETF나 인버스 상품은 방향이 정반대로 갈리는 만큼 ‘합의’가 ‘서명’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확인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안전하다. 셋째, 유가 안정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운신 폭을 넓힐 수 있다. 단순한 에너지주 차원을 넘어 금리에 민감한 성장주나 내수주 전반에 우호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해둬야 한다.
물론 가장 큰 리스크는 합의 자체의 불안정성이다. 이번 휴전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위반과 재교전을 반복했고, 불과 일주일 전까지도 교전이 이어졌다. 19일 서명이 매끄럽게 마무리될지, 호르무즈 개방이 실제로 이행될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한다.
전쟁은 시작보다 끝이 더 까다롭게 가격에 반영된다. 개전은 공포로 단숨에 반영되지만, 종전은 합의·서명·이행이라는 단계를 거치며 천천히, 그리고 이미 앞서서 풀린다. 그 시차 속에 시장의 오해와 기회가 함께 숨어 있다. 지금은 환호할 때가 아니라, 다시 계산기를 두드릴 때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달러가 오르면 왜 내 돈이 줄어들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코스피 8800인데 왜 내 계좌는 불안할까
·
[가장 보통의 투자] 투자자 관점에서 본 스타벅스 탱크데이 후폭풍
·
[가장 보통의 투자] 삼성·하닉 2배 ETF,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는 이유
·
[가장 보통의 투자] '2%의 유혹' 월배당 ETF가 공짜 배당이 아닌 이유
·
[가장 보통의 투자] 고유가 뉴노멀 시대, 내 돈은 어디서 굴릴까





















![[가장 보통의 투자] 전쟁이 끝나고 난 뒤, 무엇이 오를까](/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