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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첫 데이터 발표' 앞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최신 소식

NASA, 7월에 컬러 이미지와 관측 데이터 공개…미소 운석과 '다섯 번째' 충돌

2022.06.20(Mon) 10:44:35

[비즈한국] 최근 NASA는 놀라운 발표를 예고했다. 오는 7월 12일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촬영한 첫 번째 컬러 이미지와 분광 관측 데이터를 함께 공개하겠다고! 딸랑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방대한 관측 데이터베이스를 한꺼번에 공개할 예정이다. 제임스 웹은 어떤 관측 결과를 선사할까? 적외선 영역으로만 우주를 관측하는 제임스 웹으로 알록달록한 컬러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 걸까? 현재 전 세계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풍문과 약간의 ‘뇌피셜’, 개인적 기대를 얹어서 곧 다가올 제임스 웹의 관측 데이터와 최신 근황을 업데이트해본다. 

 

제임스 웹은 앞으로 어떤 관측 데이터를 공개할까?

 

#첫 컬러 이미지에 담긴 것은? 

 

NASA는 곧 공개될 예정인 첫 관측 데이터가 제임스 웹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임무를 모두 우르는 아주 놀라운 발견을 포함할 것이라 예고했다! 그 네 가지 임무는 ①초기 우주의 탄생, ②은하의 세밀한 진화 과정, ③별의 탄생과 죽음, ④외계행성과 외계생명체 가능성이다. 어떤 면에선 당돌하다 할 만큼 아주 대담한 예고다. 정말 기대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어떤 발견을 예상해볼 수 있을까? 

 

우선 제임스 웹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선배인 허블 우주 망원경도 보지 못한 더 머나먼 초기 우주를 관측하는 것이다. 제임스 웹은 허블보다 훨씬 더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으로 우주를 관측한다. 우주 자체가 빠르게 팽창하면서, 더 먼 우주의 빛은 더 긴 파장으로 길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제임스 웹이 막 올라간 직후, 허블 망원경은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연이어 역대 가장 먼 우주의 별과 은하를 새롭게 발견했다. 빅뱅 이후 우주가 고작 3억~4억 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 존재한 은하 GN-z11과 HD1이었다. 또 우연히 벌어진 중력 렌즈 현상 덕분에 단일 별로는 역대 가장 멀리 떨어진 에렌델도 포착했다.

 

최근 허블 우주 망원경 관측으로 발견된 가장 먼 은하 후보 HD1. 사진=NASA/HST

 

하지만 제임스 웹에 들어간 NIRcam 장비를 통해 훨씬 먼 은하들에서 날아오는 길게 늘어진 적외선 빛을 담을 수 있다. 이런 은하들은 너무 거리가 멀어서 기존 망원경으로는 그저 뿌연 얼룩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제임스 웹의 사진은 이 먼 은하들의 나선팔과 주변 성단들과 같은 세밀한 구조까지 담아낼지 모른다. 이를 통해, 아주 머나먼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 은하와, 요즘 우주 은하의 모습이 실제로 어떻게 변했는지, 우주가 나이를 먹으면서 은하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은하들의 진화 과정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먼 과거(오른쪽)부터 최근(왼쪽)에 이르기까지 은하들의 진화 양상. 이미지=NASA/HST

 

한편 제임스 웹에 들어간 NIRspec과 MIRI 장비는 적외선 영역에서 아주 세밀한 분광 관측을 한다. 이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의 대기권 속 화학 성분을 파악할 수 있다. 외계행성이 중심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갈 때, 별빛 중 일부가 외계행성의 대기권을 뚫고 지구로 날아오게 된다. 그리고 그 별빛 중 일부는 외계행성 대기권의 성분에 흡수된다.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의 대기권을 통과해 날아온 별빛과 통과하지 않고 바로 날아온 별빛을 비교해서, 외계행성의 하늘에 어떤 성분이 존재하는지를 파악한다. 

 

특히 제임스 웹이 관측하는 적외선 영역에선 생명 활동의 가장 뚜렷한 징후로 볼 수 있는 물과 이산화탄소 등 다양한 화학 성분들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천문학자들은 이번에 발표될 제임스 웹의 분광 관측 데이터에 지구와 같은 다양한 화학 성분을 머금은 외계행성의 대기권 분광 데이터가 최초로 포함되었을 거라 기대한다. 

 

(특히 최근 NASA에선 공식적으로 제임스 웹 망원경의 첫 번째 관측 분기, CYCLE 1을 선언하면서 어떤 외계행성들을 가장 먼저 관측할 예정인지 계획을 발표했다. 이 흥미로운 외계행성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겠다.) 

 

#적외선만 본다더니 컬러 이미지라니?

 

얼핏 생각해보면, 제임스 웹이 찍은 컬러 이미지를 공개할 것이란 NASA의 예고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제임스 웹은 인간의 눈처럼 가시광 영역을 보는 것이 아니라, 훨씬 파장이 긴 적외선 영역을 관측한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의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알록달록한 컬러 이미지를 찍는다는 걸까? 

 

제임스 웹이 찍는 먼 우주의 적외선 빛은 처음 날아올 때부터 긴 파장의 적외선은 아니다. 원래는 훨씬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과 같은 빛이었지만, 멀리서 날아오는 동안 우주 자체가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도 함께 늘어나는 적색편이를 겪었다. 따라서 제임스 웹이 관측한 각 천체까지의 거리를 거꾸로 적용하면, 지금 지구로 도착하는 적외선 빛이 원래는 얼마나 더 파장이 짧은 빛이었는지 거꾸로 복원할 수 있다. 원래 더 파장이 긴 빨간 가시광선 빛이 적색편이를 겪으며 날아온다면, 적외선 중에서도 좀 더 긴 파장의 적외선으로 날아온다. 반면 원래 더 파장이 짧았던 파란 가시광선 빛은 똑같은 적색편이를 겪더라도, 적외선 중에서 좀 더 파장이 짧은 적외선으로 날아오게 된다. 이처럼 이미 긴 적색편이를 겪은 채로 도착하는 빛을 거꾸로 복원하면 처음 날아오기 시작했을 때의 빛깔이 어땠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필터들이 보는 다양한 적외선 빛의 파장 범위를 나타낸 그래프. 이미지=NASA/JWST

 

망원경은 여러 개의 필터를 번갈아가며 같은 천체를 촬영한다. 각 필터는 조금씩 다른 파장의 빛을 찍을 수 있다. 보통 가시광 영역을 찍는 망원경들은 빨간색, 녹색, 파란색, 세 가지 파장의 필터로 사진을 찍는다. (이러한 필터는 넓은 파장 범위의 빛을 통과시킨다고 해서 브로드밴드 필터라고 부른다.) 이후 각 필터로 찍은 사진을 한데 모아 합성하면 우리에게 익숙한 알록달록한 컬러 이미지가 완성된다. 이렇게 완성한 이미지를 RGB 이미지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카메라나 망원경들도 모두 이러한 방식을 사용해서 사진 속 색깔을 만든다. 

 

제임스 웹에 들어간 이미지 촬영 장비, NIRcam에도 다양한 필터가 여러 개 들어가 있다. 이 장비는 필터를 번갈아 바꿔 끼면서 600나노미터~5마이크로미터 사이 범위에서 조금씩 다른 파장의 적외선 빛을 찍는다. 마찬가지로 제임스 웹도 조금 더 짧은 빛만 통과시키는 필터부터 조금 더 긴 빛을 통과시키는 필터까지, 파장 범위에 따라 각 필터로 찍은 사진에 빨간색부터 파란색에 이르는 다양한 색을 입힌다. 이후 각 단색 사진을 한데 모으면 제임스웹도 알록달록한 컬러 이미지를 완성하게 된다. 

 

제임스 웹 망원경에 들어가는 휠 필터. 조금씩 다른 다양한 파장의 적외선을 투과하는 필터가 들어가 있다. 전체 휠을 돌리면서 필터를 번갈아 바꿔 낄 수 있다. 사진=NASA/JWST


#좋은 소식 하나, 슬픈 소식 하나 

 

마지막으로, 제임스 웹에게 찾아온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 한 가지씩을 소개한다. 우선 좋은 소식. 작년 겨울 제임스 웹을 우주 궤도로 올려주었던 아리안5 로켓이 너무나 정확하게 예상 궤도에 망원경을 올려준 덕분에 궤도를 미세하게 조정할 때 쓰려고 비축해두었던 연료를 굉장히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초 제임스 웹은 10년 정도만 쓰고 미션이 종료될 거라 생각했지만, 첫 발사 과정에서 아껴둔 연료 덕분에 무려 20년 가까이 미션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슬픈 소식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우주 공간을 빠르게 날아다니는 미소 운석에 얻어맞았다는 것이다. 사실 제임스 웹은 이번까지 총 다섯 번이나 미소 운석 충돌을 당했다. 한데 가장 최근의 충돌이 그 중에서 가장 위력이 컸다. 모래알만 한 작은 크기의 알갱이였지만 수천 km/h의 속도로 빠르게 날아다니기 때문에 아주 위협적이다. 이번 충돌은 제임스 웹의 주경 조각 중 하나인 C3 거울에 바로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NASA는 거울 자체가 깨지거나 망원경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라고 밝혔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주경을 이루는 조각 거울들의 번호. 이 중 C3 거울이 이번에 미소 운석과 충돌했다. 사진=NASA/JWST

 

특히 제임스 웹은 거울이 고정된 게 아니라, 각 조각 거울 뒤에 달린 액추에이터 장치로 각 조각 거울을 미세하게 돌리고 곡률도 조절하는 최신 기술을 갖고 있다. NASA는 이번 미소 운석과의 충돌로 틀어진 C3 거울 조각을 다시 정렬하고 휘어진 부분을 다시 펴면서 곡률을 조절하고 있다. 물론 이번 충돌로 미세한 스크래치나 작은 구멍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상처는 제임스 웹의 관측 이미지의 산란 무늬와 잔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 다행히 천문학자들은 거울 자체를 미세하게 조절하는 직접적인 방법과, 관측한 후 수학적으로 이미지를 보정하는 방법을 동원해 이번 충돌의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발사 이후 장비를 모두 펼치고, 첫 인증샷을 찍어 보내고, 그 와중에 미소 운석까지 얻어맞았다니… 이제 막 우주로 올라가 관측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 제임스 웹에게 정말 다사다난한 6개월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머나먼 빅뱅 직후의 초기 우주부터, 별이 죽고 태어나는 생생한 현장, 생명체가 살지 모르는 외계행성의 모습까지. 부디 제임스 웹이 앞으로 꽃길, 아니 별길만 걸으면서 남은 수명 동안 무사히 멋진 관측을 수행해주길 바란다. 

 

참고

https://www.stsci.edu/jwst/science-execution/approved-programs/cycle-1-go

https://jwst-docs.stsci.edu/jwst-mid-infrared-instrument/miri-observing-modes/miri-imaging

https://blogs.nasa.gov/webb/2022/06/08/webb-engineered-to-endure-micrometeoroid-impacts/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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