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106일 만에 종전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협하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가 전면 해소되며 국내 산업계와 거시경제 전반에 안도감이 형성되고 있다. 최고조에 달했던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이 빠른 속도로 하향 안정화의 길을 걸으면서, 고원가·고환율 이중고를 겪던 국내 기업들의 손익 구조에 유의미한 긍정적 변화가 기대된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6월 14일(현지시각) 종전 합의에 도달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핵심 합의 사항인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치에 따라 그동안 글로벌 물류망을 옥죄던 지정학적 병목 현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쟁 기간 배럴당 118달러(브렌트유 기준) 선까지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종전 직후 80달러대 중반으로 하락했으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최고점인 2985를 기록한 뒤 즉각 하향세로 전환했다.
아울러 최고 8%까지 폭등했던 선박 전쟁위험 보험료율도 정상 수준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다만 걸프만 해상에 묶여 있는 약 6000만 배럴의 원유가 최종 목적지로 도달하고, 일평균 1100만 배럴 규모의 중동 원유 생산 라인이 온전히 정상 가동되기까지는 60일에서 최대 90일가량의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유가의 급격한 변동은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 상반된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정유업계는 유가가 높았던 시기에 비싼 값에 구매한 원유를 정제하여 현재의 낮아진 가격으로 제품화해야 하는 '역래깅(원재료 도입 시차) 효과'로 인해 단기적인 손실 우려에 직면했다. 정유사는 원유를 도입해 정제하여 제품으로 판매하기까지 약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배럴당 100달러 선을 상회하던 시절에 구매한 원유가 제품화되는 시점에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대로 급락함에 따라 마진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이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유가 폭락으로 정유 4사가 1분기에만 4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던 전례를 떠올리게 하며, 정제마진 회복 흐름에 어려움을 주는 단기 악재로 지목된다.
반면, 오랜 기간 원가 압박에 시달렸던 석유화학 업계는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의 하락세를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쟁 여파로 톤당 1200달러까지 치솟았던 나프타 가격은 종전 후 800달러 선을 거쳐 500달러대 진입을 시도 중이다. 이러한 원가 절감은 60%대까지 떨어졌던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의 가동률 회복을 이끄는 것은 물론, 원유 생산 축소 시 동반 상승하는 에탄 가격 탓에 수익성이 악화된 미국 에탄분해설비(ECC) 대비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전쟁 중 단기적으로 급증했던 유조선(VLCC) 발주 특수가 다소 진정될 수 있으나, 암모니아 추진선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수주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가장 극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 곳은 항공업계다. 달러-원 환율의 하향 안정화와 국제 유가 급락은 항공업계에 즉각적인 이중 수혜를 안겨주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영업비용의 최대 30%를 항공유로 지출하며, 정비비와 기재 리스료 등 주요 비용 전반을 달러로 결제하는 수익 구조를 띄고 있다.
종전에 따라 1560원대까지 치솟았던 고환율 기조의 완화된다면 연간 4조 원대에 달하는 연료비 지출 부담과 리스료 등 금융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요인이 된다. 이에 더해 유류할증료 인하에 따른 소비자 체감 여행 경비 감소는 그간 고물가로 주춤했던 해외 여객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철강업계 역시 겹호재를 맞았다. 해운 운임이 내리면서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오는 철광석과 원료탄의 운송비가 줄어들 전망이다다. 특히 제조원가의 20~30%를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전기로 철강사들에게는 기름값과 유연탄 가격 하락이 반갑다. 장기적인 발전 원가 하락은 이들의 수익성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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