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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시장은 지금] '쿠키런 스토어' 1년 만에 종료…갈 길 먼 IP커머스 시장

게임 인기 업고 열었지만 팬심 잡을 굿즈 부족…전문가 "시장 여력 충분, 수요 파악 잘해야"

2023.03.22(Wed) 14:37:31

[비즈한국] 게임사 굿즈 사업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쿠키런 스토어’가 1년 만에 사업을 철수한다. 최근 쿠키런 시리즈 개발사 데브시스터즈는 배송비와 통관비 부담 등의 문제로 사업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글로벌 서비스 종료 사실을 알렸다. 주문 시스템과 CS 창구는 이미 순차적으로 마감됐고, 3월 말일자로 스토어 홈페이지도 문을 닫는다.

 

이번 결정은 팬 플랫폼 프로젝트 중단과 맞닿아 있다. 앞서 사측이 쿠키런 IP(지적재산권) 기반의 신사업을 담당하는 별도 법인을 정리하기로 하면서 굿즈 판매를 포함한 팬 플랫폼 사업을 접은 것이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상시 운영보다는 팬들의 관심과 니즈가 높은 주요 게임 모멘텀과의 연계성을 확대해 시즌성 상품 개발 및 확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높은 캐릭터 확장성으로 호평을 받았던 쿠키런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굿즈 문화 부흥을 꾀하던 게임사들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아진다. 

 

팬 플랫폼을 표방한 쿠키런 스토어가 오픈 1년 만에 문을 닫는다. 사진=쿠키런 스토어 캡처


#“이 좋은 IP를 못 살리네​‘팬 플랫폼’ 꿈 1년 만에 정리

 

쿠키런 스토어 서비스의 종료를 알리는 공지 글 아래로는 “너무 아깝다. 잘 낸 굿즈들도 있지만 예쁘지도 않고 쓸모없는 굿즈를 만드는 걸 보고 답답했다”, “안 산 것들을 전부 구매했더니 쿠폰 적용하고도 60만 원이 넘는다” 등 아쉬움이 담긴 댓글이 이어졌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배경에는 쿠키런 캐릭터 자체가 가진 매력을 굿즈 사업에 충분히 접목하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크다. 2013년 모바일 게임으로 시작한 쿠키런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했고 이후 후속작도 흥행하며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미국 동화인 ‘진저브레드 맨’을 모티브로 해 아기자기한 외형을 갖춘 데다 다크초코 쿠키, 해적맛 쿠키 등 캐릭터 변형이 용이해 확장성이 높은 게임 IP로 여겨진다. 

 

론칭 때부터 굿즈 판매를 병행했던 데브시스터즈가 일찍부터 팬 플랫폼을 구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데브시스터즈는 2021년 선보인 후속작 ‘쿠키런: 킹덤’의 글로벌 성공을 등에 업고 로열티 사업을 본격화했다. 같은 해 중순 자회사 ‘마이쿠키런’을 설립해 쿠키런 세계관을 활용한 굿즈를 판매하고 웹툰, 커뮤니티 서비스도 제공했다. 

 

쿠키런 스토어는 쿠키런 IP를 접목한 문구, 인형, 피규어, 생활용품 등을 판매했다. 사진=쿠키런 스토어 SNS


하지만 게임을 넘어 IP비즈니스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막을 내렸다. 쿠키런 스토어 측은 “높은 배송비와 통관비 등의 문제가 지속됐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실적 부진으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데브시스터즈의 지난해 매출은 214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9%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04억 원을 기록해 순이익 604억 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핵심 IP인 쿠키런 시리즈의 정체, 디즈니·BTS와 진행한 컬래버레이션에 상당한 마케팅 비용과 외부 IP 사용료가 들어간 영향이 크지만 마이쿠키런 역시 지속된 적자로 성적이 저조했다. 마이쿠키런은 지난 4분기까지 누적 영업수익이 170만 원에 불과한 반면 당기순손실은 25억 원에 육박했다.

 

무엇보다 수요 파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유저 A 씨는 “오븐브레이크 버전에서 인기 있는 캐릭터를 접목한 굿즈가 부족했다”며 “다른 상징적인 캐릭터들도 많은데 몇몇 캐릭터만 반복적으로 활용했다. 조립형 미니 피규어를 구매한 적은 있지만 스토어 종료 전 할인 판매 중에도 딱히 사고 싶은 상품이 없었다”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는 플랫폼보다 라이선싱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연관 사업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더 몰두하겠다는 계획이다. 굿즈 판매는 국내외 이커머스 채널을 활용한다.

 

‘블랙클로버 모바일’은 국내 게임사가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을 활용해 올해 상반기 신작으로 선보인다. 사진=빅게임 스튜디오 제공

 

#팬심 잡으면 든든한 부가 수익…“세계관에 ‘진심’이어야

 

보편적인 펀딩 판매 형식에서 벗어나 상설 팬 플랫폼을 구축하려던 데브시스터즈의 시도는 실패로 마무리됐지만, 자사 IP 캐릭터 사업을 키우려는 게임업계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굿즈로 대표되는 IP커머스는 브랜드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팬심도 잡는 매력적인 수익 모델이기 때문이다.

 

IP커머스는 지식재산권을 거래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일컫는데, 해외 콘텐츠 강자들이 일찌감치 주목한 수익 채널이다. 만화 산업이 발달한 일본은 단행본이나 TV·극장판 애니메이션 수출 외에도 인기 캐릭터를 바탕으로 피규어·인형·문구 등 충성도 높은 팬덤 경제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반기 출시 예정작인 ‘블랙클로버 모바일’과 같이 일본 애니메이션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게임을 ​한국 게임업체가 ​선보이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한국의 경우 K팝 아이돌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굿즈 사업이 대표적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기준 국내 팬덤 경제 규모를 약 8조 원으로 추정했다. ‘비공식 굿즈’ 시장 규모만 해도 8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IP 시장 전체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IP 사용료 수입 및 지급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은 IP를 통해 2021년 80억 7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2위에 올랐다. 4위 일본(481억 7400만 달러)이나 8위 아일랜드(175억 4900만 달러)와 비교했을 때 격차가 크고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다.

 

‘​행운을 판다’​는 콘셉트로 진행된​ 넷마블 ‘쿵야 레스토랑즈’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는 등 인기를 끌었다. 사진=넷마블 제공


업계는 게임부터 웹툰, OTT 시리즈까지 K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데에 비해 IP커머스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시장의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고유의 세계관이 있다.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상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목적에 그치지 않고 세계관에 진심을 담아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라며 “굿즈 펀딩에 대한 수요도 끊이지 않는다. 글로벌 팬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단순 굿즈 판매에 치중할 경우 장기적인 브랜딩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팬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굿즈 스토어를 운영하는 한 콘텐츠사 관계자는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것과 실용성 사이에서 적정한 포지셔닝이 필요하다. 로열티에 기대는 굿즈 특성상 상품이 예쁘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팬들이 대부분이다. 생활용품들에 캐릭터 얼굴만 붙이는 방식은 팬들의 피로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며 “인기 있는 캐릭터에 소장 가치가 있는 제품 형태와 품질까지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팬덤을 지렛대 삼아 다양한 수익창출을 모색해야 하는 기업과 굿즈 소비도 취미 생활로 받아들이는 팬들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흐름”이라면서도 “팬덤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거나, 실제 소비층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과정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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