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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와 동행'한다면서 공공돌봄에도 경쟁 요구,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존폐 위기

예산 100억 원 삭감, 어린이집·치매노인서비스 폐지 위기…"민간이 못 하는 역할 하는 게 공공"

2023.07.12(Wed) 13:07:50

[비즈한국]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 서울시에 제출한 자체혁신안까지 퇴짜를 맞으면서 존폐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민간이 맡고 있는 노인·장애인·영유아에 대한 돌봄서비스를 공공이 직접 제공하기 위해 전임 정부 때 만들어진 기관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여러 지역에서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새롭게 취임하자 해당 지역들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은 최근 예산 삭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통·폐합을 거쳐 사실상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는 자구안이 보완되면 추후 판단을 내리겠다는 상황이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존폐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5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사회서비스원 관련 공청회 요구 집회. 사진=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원지부

 

#어린이집·센터 계약 종료 방치…축소·통폐합은 이미 진행 중 

 

시정 1주년을 맞이한 오세훈 시장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운 오 시장의 서울시는 위선”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저임금 돌봄노동자나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시민들과 동행하는 서울시는 없었다는 것. 공청회 개최를 위해 4월부터 진행된 서명 운동은 7월 4일 공청회 청구요건인 5000명을 달성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는 “서울시 자치구에 있는 종합재가센터들이 사라질 것인지, 어린이집 운영이 이대로 중단될 것인지, 돌봄노동자들의 임금은 계속 지급될 수 있는 것인지, 이제는 서사원을 넘어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시정철학에 근거해 답해야 할 차례”라고 밝혔다. 

 

서사원은 지난해 말 시의회에서 예산 168억 원 중 100억 원이 삭감됐다. 서사원이 요청한 예산 210억 원에서 70%가 깎인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된 촉탁계약직 26명이 해고됐다. 이후 노동자들이 나서서 공공돌봄 예산 삭감을 규탄하고 재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지만 이미 조직 규모는 쪼그라들었다. 4월 30일 기준 서사원 인력은 425명으로 전체 정원(572명)보다 147명이 부족한 상태인데 예산 문제와 센터 통폐합으로 신규 채용도 막혔다. 

 

사진=서사원 홈페이지

 

서울시는 2019년 사회서비스원 시범 사업에 나선 4개 지자체 중 하나다. 네 지역 중에서도 가장 먼저 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를 출범했고 이후에도 사업을 가장 빠르게 확대했다. 권역별로 종합재가센터 총 12개소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 돌봄과 각종 활동 서비스를 제공했다. 방문 요양·목욕·간호와 같은 장기요양부터 긴급돌봄,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 발달장애 청소년 방과 후 활동서비스 등이다.

 

하지만 민선 8기 단체장이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사회서비스원 통·폐합이 가시화됐다. 대구부터 울산, 인천 등에서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송파어린이집을 시작으로 위탁 운영하던 국공립어린이집 7곳과 데이케어센터의 운영 중단을 밝힌 상황이다. 데이케어센터는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돌봄이 필요한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동종합재가센터가 6월 30일로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가운데 서사원은 앞으로 12개 센터를 4개 센터로 통폐합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도봉·송파·양천 센터가 장기요양 서비스를 맡고 영등포 센터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담당하는 식이다. 

 

#자체 자구안마저 ‘퇴짜’…서울시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하라”

 

장기요양, 공공보육 등 돌봄 서비스를 민간에 넘기고 조기퇴직 희망자를 받는 등 재정비를 통해 연간 12억 원을 절감한다는 자구안마저 서울시로부터 반려당하자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서울시 복지정책실은 자구안을 두고 전문서비스직의 임금체계나 병가 등 근로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에 대한 개선 방안이 없다는 검토의견을 내놨다. 민간 대비 2~3배 수준의 높은 임금을 줄이고 민간과 동일한 여건에서 경쟁을 통해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사원 측은 “임금체계의 변화는 근로자의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서울시 복지정책실의 주장은 억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설 이용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5일 공청회 청구 서명운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동어린이집 학부모는 “아이들이 어른들 정책의 희생양이 돼버린 것 같다”며 “아이들에 대한 교육과 보육에 관련된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신중하게 유지돼야 한다. 공공이 책임지겠다더니 중도에 돌봄이 중단되고 해체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폭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여미애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전임 시장의 업적이란 이유로 사회배경적 요인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돌봄을 축소하고 사회서비스원을 통째로 없애려는 시의회”라며 “무슨 이유로 서사원을 없애려는 것인지, 서사원의 설립 배경과 그 취지에 해당하는 현실의 문제가 하나라도 해결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통폐합 움직임이 확대되자 서울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관련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공공돌봄 역시 시장에서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시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기준 한국 사회복지시설 6만 594곳 중 민간이 설치해 운영하는 시설은 5만 1920곳으로 전체의 85.7%에 달한다. 공공이 설치했더라도 직접 운영까지 하는 경우는 0.7%에 불과하다. 돌봄 서비스는 이미 민간 경쟁에 치우쳐 서비스 질을 낮추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2019년 관련 실태 조사에서 방문요양서비스 제공자의 월급은 50만~100만 원 미만이 53.6%로 가장 많고 50만 원 미만이 20.2%, 100만~150만 원이 17.3%로 뒤를 이었다.

 

서울시는 현재의 서사원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위탁 운영하거나, 민간 요양 서비스로 대체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경우 다른 법인에서도 얼마든지 위탁을 받아 제공할 수 있는데 서사원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소요된다”며 “좋은 취지를 가지고 시작했지만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측면이 있다. 근로 시간과 임금이 연동되는 시스템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보고, 이 같은 내용이 보완된 자구안이 나오면 다시 한번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특수한 수준의 공공돌봄은 민간에서 공급되기 어렵다. 사회서비스원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서비스 질을 내지 못했더라도 서울시나 다른 기관에 그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돌봄 서비스는 지나치게 민간 의존적인 문제가 있다. 사회서비스원은 공공성을 높여서 사회서비스의 균형을 잡으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는데, 다시 임금을 줄이고 민간 지향적인 공급 구조를 만든다는 것은 기존의 문제들을 개선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읽힌다”고 지적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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