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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가혹행위, 나도 겪었다" 군대판 블라인드 '마편' 체험해보니

3월부터 익명 커뮤니티 앱으로 출발, 군법무관 경력 변호사 법률 상담 인기…이용자 수, UI 개선 필요

2023.09.19(Tue) 16:55:45

[비즈한국] 군 생활과 관련한 경험·정보·의견·법률서비스 등을 나누는 ‘마편’ 애플리케이션(앱)이 주목받고 있다. 시간·장소에 구애 없이 눈치 보지 않고 ​군 생활 ‘꿀팁’을 ​익명으로 공유할 수 있어서다. 특히 군에서 민감하게 다뤄지는 법률적인 부분을 속 시원히 상담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 코너가 최근 신설돼 현역, 예비역 등의 호응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 3월 공식 오픈한 마편은 군대에서 소통 수단으로 통하는 ‘마음의 편지’​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19~35세의 현역 및 예비역이라면 익숙한 단어다. 마편은 예비 입대자, 현역 군인, 예비역 등이 군대 경험을 나누고 군 생활에 관한 궁금증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개발됐다.

 

​군 생활과 관련한 경험·정보·의견·법률서비스 등을 나누는 ‘마편’ 애플리케이션(앱)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마편 화면 캡처


국방·방산 분야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가 직접 ‘마편’ 앱을 사용해봤다. 우선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후 복잡한 절차 없이 회원 가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마편은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철저히 익명 커뮤니티로 운영된다. 가입 과정에서 따로 신분을 밝힐 필요가 없으며 개인 아이디(ID)나 별명도 설정하지 않았다. 군 당국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이용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운영하는 데다 병사들이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어서 익명으로 운영될 수 있다. 

 

다만 자신의 부대를 선택하는 항목에 공군·해군이 아직 없는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 공군 방공포병 출신인 ​기자는 ​육군의 유사한 부대를 선택했다. 마편을 출시한 엄효식 같다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마편이 올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해군과 공군 버전의 마편 역시 내년에 최대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며 “해군, 공군 및 해병대 장병도 지금 당장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마편은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 된다. 우선 ‘응답해주세요 육군’ 코너는 육군의 정책, 제도, 복지 등 육군 발전을 위한 의견을 남기는 곳이다. 게시물들을 살펴보니 장비, 물자 등 전문 병과 지식을 요구하는 글부터 간단한 하절기 복장 규정, 세탁실 장비 증진 등 간단한 의견까지 다양한 글이 올라왔다. 질문이 올라오면 현역과 예비역들의 ‘​꿀팁’ 댓글들이 달린다. 또 오늘, 주간, 월간으로 베스트 글이 제일 위에 배치돼 가장 화제가 되는 글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카테고리는 ‘신교대, 사단, 예비군, 곰신, 부사관, 군무원, 무기체계, 주특기 등 리얼 커뮤니티’다. 이곳은 ‘응답해주세요 육군’보다 조금 더 자세히 분류돼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게시판은 무기체계였다. 방산 담당 기자인 터라 실제 무기를 사용하는 장병들과 예비역들의 생생한 이야기에 눈길이 갔다. 다양한 무기체계를 다룬 예비역들의 추억이 녹아든 시리즈물들도 올라와 있다.

 

세 번째 카테고리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조회할 수 있는 ‘마편Tube’​다. 육군, 국방뉴스, 국방티비 등 군사 관련 유튜브 영상을 링크로 모아두었다.

 

마편에는 최근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 및 가혹행위로 인한 법률적 문제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법률상담 서비스가 새로 추가됐다. 사진=마편 화면 캡처

 

최근에는 ‘법률상담/인권’​ 코너가 업데이트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랜 경력을 가진 군법무관 변호사가 익명으로 올라온 글에 답변을 해주는 게시판이다. 군 생활 당시 있었던 일 때문에 전역 이후에 갑자기 법적 조치를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게시판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또 한국 군대 문화를 다룬 드라마 ‘D.P.’ ‘신병 시즌2’ 같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군 내 가혹 행위를 폭로하는 글도 조명을 받고 있다. 선임에게 당한 ‘갈굼’ 사례와 자신을 괴롭힌 고참의 실명까지 게시한 글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이 있어도 군 내에서 상담관에게 알리기도 힘들고 법무장교을 만나는 것 역시 힘들다. 

 

마편 측은 “군대 내부는 물론 군대 내 법률 지식이 풍부한 군 법무장교 출신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군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 마편에서 마음 편히 무료 상담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용자들은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새로 유입하는 이용자가 아직은 많지 않아 글의 다양성이 부족한 부분도 아쉽다. 엄효식 같다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지난 6개월 동안 꾸준히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업데이트를 했다. 글보단 사진과 영상 등 시각화를 위해 앞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연말까지 1만 명의 가입자와 유저 100명이 꾸준히 활동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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