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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친환경 시대, 그린스타트업의 생존법

기후테크·그린테크 급성장, 지속 가능성은 이제 '필수'…급변하는 시장 속에도 '희망'은 있다

2024.02.27(Tue) 10:39:20

[비즈한국] 지속 가능성 분야는 매년 성장하고 중요성 또한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업화하는 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투자자들은 더욱 까다로워졌고 소비자들은 더욱 똑똑해졌다. 반면 친환경으로 완전히 전환하기에는 기술적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 제도적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급변하는 ESG 시장에서 그린스타트업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급변하는 ESG 시장에서 그린스타트업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할까. 사진=pixabay

 

#유럽은 맞고 한국은 틀리다?

 

독일의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장기 모니터링하고 있는 보더스텝연구소(Borderstep Institute for Innovation and Sustainability)의 그린스타트업 모니터(Green Startup Monitor)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독일 내 스타트업 중 그린스타트업의 비중은 35%를 차지한다. 전년인 2021년에는 독일 소비재 부문 창업 스타트업 중 무려 57%가 그린스타트업이었다.   

 

이는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다. 기후테크 및 그린테크의 투자금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고, 그린스타트업 유니콘 기업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독일 스타트업 가운데 그린스타트업이 35%나 된다. 자료=Green Startup Monitor 2023


이에 반해 기후테크, 그린테크 등 용어 사용에 따른 분류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한국 기후테크의 성장 추이는 다소 저조한 편이다. 성장세는 꾸준하지만 국내 전체 스타트업의 5%가 채 안 된다. 기술성숙도가 높은 영역의 투자에 편중된 기후테크 특성상 국내 기후테크 기업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익을 단기간에 낼 수 없어 투자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 유럽에서는 그린스타트업이 성장하고 한국은 그렇지 않은 이유가 유럽은 이른바 기후테크가 돈이 되고 한국은 돈이 되지 않아서일까?  

 

#유럽도 그린스타트업은 힘들다

​ 

유럽 그린스타트업 인터뷰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그린스타트업은 시간과 돈과 인내가 필요한 영역이다. 

 

영국 런던 소재 스타트업 ‘플루스(Fluus)’는 변기에 버려도 되는 생리대를 생산한다. 공동 창업자인 올리비아 안(Olivia Ahn)은 생분해성 식물 섬유를 사용해 제조 공정을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했는데, 소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소재 기술이 덜 발전했던 10년, 15년 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영국 스타트업 ‘플루스’는 ​생분해되는 제로웨이스트 생리대를 생산한다. 사진=wearefluus.com

 

그린스타트업이 넘어야 할 장애물은 기술의 발전뿐만이 아니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푸드테크 스타트업 유마 푸드(Yuma Food)는 귀뚜라미로 만든 음식을 개발한다. 창업자 가브리엘 위톡(Gabrielle Wittock)은 소비자들의 인식을 한순간에 바꾸기는 힘들다고 토로한다. 곤충은 단백질, 비타민, 섬유질이 풍부하지만 여전히 일부 소비자들은 곤충을 먹는다는 것에 혐오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마 푸드는 단계별 전략을 사용해 곤충 함유율을 점차적으로 늘려가면서 맛에 대한 피드백도 꾸준히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친환경 프리미엄 때문에 고전하거나 제도의 부재로 속앓이하는 기업도 있다. 식물성 돼지고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라 비 푸드(La Vie Foods)의 니콜라스 슈바이처(Nicolas Schweitzer)는 소비자들의 ‘양심적 소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프랑스 스타트업 ‘라 비 푸드’의 식물성 돼지고개 햄을 활용한 패스트푸드. 사진= www.laviefoods.com


플라스틱을 오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는 테라웨이스트(Terrawaste) 대표 아야 포프(Aija Pope)와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리사이클아이(Recycleye)의 대표 빅토르 데울프(Victor Dewulf)는 입을 모아 말한다.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항상 변화를 꿈꾸고 혁신을 반기는 것은 아니에요.” 새로운 기술은 법률과 제도의 부재를 감수해야 하기에 VC들도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투자는 줄고 소비자들은 똑똑해졌다

 

이 때문일까. 2021년과 2022년에 정점을 찍었던 기후테크 벤처투자는 2023년에 43%가량 떨어졌다. 숫자만 보고 낙담할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보자. 지속 가능성이 이제는 ‘뜨거운’ 주제가 아니라 ‘당연한’ 주제가 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친환경 요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이러한 포인트를 놓친 스타트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동시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겉모습만 친환경인 기업 역시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자료에 따르면 녹색 광고의 42%가 과장, 허위 또는 기만적인 정보다. 이러한 통계가 나왔다는 것은 유럽이 ‘그린워싱’을 더욱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소비자들도 기업의 녹색 주장을 더 날카롭게 바라볼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콥 인증을 활용하라

 

물에 쉽게 녹는 친환경 기저귀를 만드는 피치스(Peachies)의 공동창업자 모건 믹손(Morgan Mixon)은 무조건적인 그린 마케팅보다는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현재 회사가 할 수 있는 것,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것을 명시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회사의 친환경 가치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는 말이다. 

 

그린워싱에 대한 의심이 만연한 그린스타트업 세계에서는 인증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길이다. 한국 스타트업에도 너무나 유명한 비콥(B Corp) 인증은 유럽 스타트업이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많이 획득한다. 이 같은 인기로 인해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이 비콥 인증을 더 쉽게 받도록 컨설팅 해주는 기업들도 늘었다.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혜택(benefit)을 생각하는 기업에 주는 비콥 인증. 파타고니아 등이 비콥 인증을 받았다. 사진=B Lab 페이스북


우리나라는 “준비가 되면”, “언젠가는” 인증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중에는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초기에 일찍 준비하는 것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비하는 데에 더 좋은 방법이다. 비콥 인증 커뮤니티도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비슷한 단계에 있는 다른 친환경 기업들과 고민과 해결책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움 속에도 희망이…도약은 이제부터

 

유럽이든 한국이든 그린스타트업은 힘들고 앞으로 그린워싱을 더욱 규제할 것도 알겠다, 그런데 그 안에 희망적인 메시지가 무엇이 있는가.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 그린스타트업들에게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말을 전한다. 지속 가능성은 분야를 넘어선 공통의 문제, 크로스커팅(cross-cutting) 이슈가 되었다. 친환경을 논하지 않고는 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세상이 이미 도래했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속 가능성이 전제조건인 현 스타트업 시장에서 여러분은 이미 첫 관문을 넘어선 것이다.

 

유럽 스타트업 매체 Sifted가 발간한 보고서 ‘지속 가능한 유럽: 넷제로로 가는 길 (Sustainable Europe: The road to net zero)’을 보면 소비재 스타트업 12곳의 대표들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지속 가능성은 결국 선택 조건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소비자들이 ‘똑똑하게’ 구매를 할수록 친환경적이지 않은 상품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필자 김은빈은 해외에서 국제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국제기구, 정부기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조직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속 가능성 및 개발협력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베를린의 123팩토리에서 스타트업의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김은빈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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