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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현자타임] 전문연구요원 폐지에 관한 생각 2

2016.06.06(Mon) 12:10:24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제도 폐지 논의가 보도된 지난 5월 16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9일, 전국의 30개 이공계 학생회 대표들이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전문연구요원 폐지 반대’를 외쳤다.

KAIST 학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한양대학교 공대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여러 이공학도들의 국방부의 전문연구요원 폐지 논의에 대한 반대 요구가 빗발쳤다.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도 개설되었다.

국방부의 단방향의 정책 지시와 그에 반대하는 이공계 학생들의 반대운동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번 전문연구요원 폐지 논의가 현재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청년문제, 더 크게는 세대갈등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첫째로 이번 전문연구요원 폐지 논의가 시작된 근본적 원인은 10년 전부터 시작된 저출산 문제에 있는데, 정작 저출산 문제에 책임이 없는 현재 20대의 이공학도들에게 그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둘째로 병역자원 부족과 같이 저출산 문제로 인해 생겨나는 2차적 문제들은 모든 세대가 책임감을 가지고 상호 이해관계를 존중하며 논의되어야만 하는데도 기성세대의 단방향적 정책 하달식 해결책만이 강요된다는 점이다.

저출산 문제는 10년 전부터 각종 통계치를 통해 예견되었으며, 국방부도 이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여겨진다. 일례로 병역특례 폐지 논의는 2000년대에 처음 시작되었는데, 이때에도 병역특례 폐지의 이유로서 병력자원 부족이 언급되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예견된 저출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저출산 문제가 ‘병력자원 감소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적정 병력숫자 유지에만 몰두해왔다.

실제로 국방부는 대령 정원을 90년대 1800명 선에서 2010년까지 2444명을 늘렸을 뿐 아니라 장성 역시 1964년 251명에서 460명까지 크게 늘렸다. 이것이 혹자가 제기하는 ‘국방부가 군장성 숫자를 유지하기 위해 현역 장병수에 집착한다’는 주장의 근거이다. 만약 기성세대가 자신의 자리보존을 위하여 전문연구요원을 진로로 설정한 20대 이공학도의 꿈을 포기하게 만든다면, 이것은 한국사회의 정말로 큰 비극이 될 것이다.

그래도 한국사회가 올바르게 작동한다는 것을 믿는 국민으로서, 나는 차마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국방부는 지난 10년간 병역자원 감소문제의 근본적 대책 수립에 노력을 기울여왔다기보다는 ‘인구가 줄면 특례인력을 빼서 입대시키면 된다’ 식의 태도로 정책을 운영해왔음은 분명하다.

이러한 국방부의 태도는 우리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저출산 문제로 인해 발생한 2차적 문제들의 모든 책임을 현재의 20대들에게 전가하는 태도이다. 성장이 침체된 상황에 구직연령을 맞은 현재의 20대 청년들에게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다’는 논리로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것과, 20대의 의무복무가 헌법에 명시된 한국사회에서 ‘어차피 국가가 부르면 와야 하니 마음대로 전문연구요원 제도를 없애겠다’고 통보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뿐만 아니라, 전문연구요원 폐지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정작 현직 전문연구요원들과 전문연구요원 대상자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국방부는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통하여 전문연구요원 폐지를 확정 지을 것이라고 하는데, 20대 이공학도들은 자신의 진로가 걸린 사안에 대하여 그저 기성세대들의 협의에 방청객이 되란 말인가. 그리고 그 ‘관계 부처와의 협의’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은 어떤 복무방식으로든 법이 명시한 대로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무 때문에 20대의 꿈을 가진 젊은이가 언제나 원하면 공짜로 쓸 수 있는 병력자원이라고 간주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남성이라면 모두 다 ‘군대 언제 가지?’라는 고민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춰 향후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해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공학 분야로 석사 혹은 박사까지 공부하여 1년에 2500명 선발하는 전문연구요원으로 선발되겠다는 이공학도들의 목표를 국방부는 당사자들과 한마디 논의 없이 한순간에 바꾸게 할 권한이 있는가.

   
▲ 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가 6월 3일 국방부에 전문연구요원 폐지 반대 서명 결과를 전달했다. 출처=전국 이공계 학생 전문연구요원 특별대책위원회 페이스북페이지 캡처

창조경제론이 유행이었다. 정부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개발을 요구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화제가 되었을 땐 한국식 알파고를 개발하라고 했다. 모두 이공학 분야의 기술들이다. 해외에서 이미 하고 있으니까, 앞으로의 먹거리니까, 한국 경제가 유지되어야 하니까 정부에서 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40년간 유지되어온 이공학 지원정책인 전문연구요원을 없애고 그만큼 현역자원을 늘린다고 한다. 기성세대들이 눈앞의 자기 이권만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20대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젊은이들이 가장 크게 좌절할 때는 자신들의 꿈이 타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이다.

한국사회가 당면한 저출산 문제와, 저출산 문제로부터 야기되는 병역자원 부족 문제, 저성장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은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단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소외되는 세대가 나오기 마련이다. 나는 한국사회가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하여 각 세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조금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보다 건설적인 해답을 찾았으면 한다.

나는 지난 19일 20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그들의 권리를 찾고자 국회로 직접 찾아간 일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그들이 전문연구요원이 되면 조금 더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사회에 기여할 것을 믿는다.

한민성 국방과학연구소 전문연구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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