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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음악일기] '유나이티드항공 사건'을 계기로 본 경찰 비판 노래

흑인사회 저변에 내재된 불안·불만을 알아야 그들의 랩을 이해할 수 있다

2017.04.26(Wed) 11:33:19

​[비즈한국] 유나이티드항공 논란이 화제였습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직원을 태우기 위해 승객을 내보내야 했습니다. 아무도 자청하지 않자 네 명을 뽑아 내보냈습니다. 그중 한 60대 동양인 의사가 다음날 아침 진료 약속을 이유로 이를 거절합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경찰을 불렀습니다. 경찰은 의사를 앞니가 부러지고 피를 흘릴 때까지 구타하고 쫓아냈습니다. 백인 승객이라면 이렇게까지 했을지 의심스러운 상황이죠.

 

 

동양인 의사를 폭력적으로 내쫓은 유나이티드 항공을 비판하는 패러디 이미지들.


미국 경찰의 과격한 진압은 과거에도 화제가 됐습니다. 흑인 대통령 오바마 정권 때도 대낮에 무장하지 않은 흑인 청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죽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미국 검찰은 기소를 포기해 더 큰 분노를 낳았습니다. 이 사건은 흑인인권을 다시 한 번 요구하는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과격한 공권력은 더 큰 저항을 낳습니다. 마틴 루터 킹이 주도했던 흑인 인권운동의 결실로 흑인과 백인이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백인 학부모들은 사립학교를 찾아 교외로 도망쳤습니다. 일자리와 세금지원이 사라진 흑인사회는 마약과 총, 그리고 과격한 경찰 진압으로 망가졌습니다. 공동체 전체가 점점 지옥이 되는 악순환이 시작된 겁니다. 21세기 미국 흑인 사회는 수도에서 녹물이 나올 정도의 생지옥이 되었습니다.

 

새삼스럽게 미국이라는 나라의 현주소를 보여준 유나이티드항공 논란. 이에 흑인 사회는 음악으로 대항했습니다. 오늘은 과격한 미국 경찰의 공권력에 대항한 노래 4곡을 소개하겠습니다.

 

1. 엔 더블유 에이(N.W.A) - X 다 폴리스(F*ck Tha Police)

 

갱스터 랩은 태초부터 사회비판 요소를 담고 있었습니다. 이 분야 최고 전설은 역시 엔 더블유 에이(N.W.A)일 겁니다. 역대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인 닥터 드레(Dr. Dre)를 중심으로 갱스터래퍼 아이스 큐브(Ice Cube), 엠시 렌(MC Ren), 이지 이(Easy-E), 옐라(Yella)로 이루어진 힙합 그룹이지요.

 

마약상 이지 이는 갱단에서 번 돈으로 주위 음악인들을 모아 엔 더블유 에이를 결성합니다. 이들이 낸 1집 ‘스트레이트 오타 컴튼(Straight Oughta Compton)’은 200만 장 판매고를 올립니다. 조직과 지원 없이 거리에서 얻은 입소문으로 만들어낸 성과지요. 이후 갱스터 힙합의 시대가 열립니다.

 

엔 더블유 에이의 ​X 다 폴리스(F*ck Tha Police). ‘경찰 엿 먹어라’는 간단하고 충격적인 후렴으로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 흑인 사회의 분노를 상징하는 곡이다.

 

이 곡은 공격적인 가사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이 앨범은 미성년자 구매를 제한하는 ‘Parental Advisory’라는 문구가 들어간 사실상 최초의 앨범입니다. 표현의 자유를 헌법에 넣었던 미국이 말이죠. 가사에서 직접 공격 대상이 된 FBI는 엔 더블류 에이에게 경고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감시까지 붙이기도 했습니다.

 

Fuck tha police, 

경찰 엿 먹어라,


Comin straight from the underground. 

언더그라운드에서 지금 바로 등장했지.


Young nigga got it bad cuz I​m brown, 

어린 검둥이들은 피부가 검다고 모욕을 당하지,


And not the other color so police think, 

경찰들이 생각하기에, 다른 색깔(백인)은 괜찮아 보이나봐,


They have the authority to kill a minority. 

그들은 소수자를 죽일 권리가 있으니까.

 

엔 더블유 에이의 최대 히트곡 ‘​X 다 폴리스(F*ck Tha Police)’​의 가사입니다. 엄청난 논란을 몰고 왔지요. 하지만 경찰의 과잉 폭력이 21세기에도 반복되는 현실을 보면, 그리고 그 사건이 ‘우연히도’ 중산층 백인 남성은 피해서 일어나는 현실을 보면 이 가사가 거짓인가 의문을 갖게 만듭니다.

 

2. 투팍(2Pac) - 체인지스(Changes)

 

엔 더블유 에이가 해체하고, 힙합계에는 또 하나의 영웅이 등장합니다. 힙합의 상징 투팍(2pac)입니다. 그는 라이벌 노토리어스 비아지(Notorious B.I.G)와 함께 1990년대 힙합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최고의 랩 테크니션이었다면 투팍은 최고의 ‘랩 아이돌’이었습니다. 매력적인 외모와 캐릭터, 불같은 성격, 스캔들, 그리고 이른 죽음까지 모든 게 힙합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삶 자체가 ‘힙합’이 되었습니다. 

 

투팍은 ‘아이 돈 기브 어 X(I Don’t Give A F*ck)’ 정신을 가장 잘 나타낸 공격적인 래퍼 중 한 명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디어 마마(Dear Mama)’, ‘킵 야 헤드 업(Keep Ya Head Up)’ 등 따뜻하고 긍정적인 가사를 잘 쓰는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두 양가적인 감정이 잘 조화된 히트곡이 바로 ‘체인지스(Changes)’입니다.

 

투팍의 ‘체인지스’. 공격적인 가사와 따뜻한 가사가 공존하는 투팍의 가사 세계에서 사회의 비정함을 고발하면서도 ‘따뜻함’을 담당하고 있는 곡이다. 사회는 힘들지만, 우리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담고 있다.

 

Cops give a damn about a negro 

경찰은 검둥이에겐 신경 안 써


pull a trigger, kill a nigger, he​s a hero 

방아쇠를 당겨. 검둥이를 죽여. 그러면 그는 영웅이 돼


Givin crack to the kids, who the hell cares 

아이들에게 마약을 줘. 누가 신경 써


one less hungry mouth on the welfare 

공짜 복지를 나눠줘야 하는 입이 하나 줄 뿐인데


first ship them dope, let them deal to brothers 

우선 그들에게 마약을 줘, 자기들끼리 거래하도록 두지


give them guns, step back and watch them kill each other 

그들에게 총을 줘. 그들이 서로를 쏴 죽이도록 말이야

 

투팍의 ‘체인지스’의 가사 중 일부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흑인 사회가 겪는 시스템적인 차별을 묘사했습니다. 백인들은 흑인사회가 자립하지 못하도록 지원을 끊습니다. 흑인이 없는 동네로 도망간 후 ‘지방자치’라는 명목으로 흑인에게 지원을 끊는 거죠. 그들에게 마약과 총을 가난과 함께 쥐어주고, 본인들끼리 썩어 들어가게 둡니다. 지원은 끊습니다. 과격하게 진압합니다. 감옥에 일단 들어가면 오랜 기간 복역하게 만듭니다. 

 

엄벌주의, 작은 정부, 지방자치. 하나씩만 보면 나빠 보이지 않는 미국 보수주의의 요소가 합쳐져 흑인사회를 망가뜨렸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투팍 또한 그 희생양이 됩니다. 갱들과 힙합 크루들 사이 갈등의 중심이 된 그는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죽습니다. 그의 라이벌 노토리어스 비아지도 투팍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스템적인 차별에 이성을 잃고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는 흑인 사회의 모순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이었습니다.

 

3. 제이지(Jay-Z) - 나인티 나인 프러블럼즈(99 Problems)

 

제이지는 노토리어스 비아지 사후 ‘동부 힙합의 왕’ 자리에 오릅니다. 또 하나의 거물 래퍼 나스(Nas)와 라이벌 관계이기도 했지요. 둘은 험악한 디스를 했지만 노토리어스 비아지, 투팍과는 달리 폭력에 ​직접 ​연루되지 않고 음악으로만 경쟁했습니다. 힙합 문화의 바람직한 이정표를 세운 셈입니다.

 

둘 사이 경쟁에서 나스는 가사가 더 훌륭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나스는 힙합 역사상 최고의 작사가(lyricist)였으니 말이죠. 사업적으로 더 성공한 사람은 제이지였습니다. 그는 연속으로 히트 앨범을 냈습니다. 나아가 최고의 힙합 레이블 데프젬(Def Jam)의 사장이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나스를 고용하기도 했지요.

 

제이지의 ‘나인티 나인 프러블럼즈’. 처음에는 힙합 특유의 스웩을 보여주는 유희적인 가사인 듯하다. 마지막에는 성공한 흑인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경찰로 대표되는 미국 주류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마무리된다. 상업적 센스와 힙합 정신, 사회 비판정신을 자유롭게 주무르고 뒤섞는 제이지의 재능이 잘 드러난 곡이다.

 

‘나인티 나인 프러블럼즈’는 제이지가 상업적으로 성공한 2000년대에 나온 곡입니다. 그는 이미 뒷골목 출신 래퍼보다는 상류층 부자에 가까운 존재였지요. 돈 자랑을 솔직하게 하는 게 그다운 가사일지 모릅니다. 음악적으로 더 나쁜 선택도 아니고요.

 

제이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나인티 나인 프러블럼즈’는 릭 루빈이 프로듀싱 한, 강렬한 록 비트에 흥겨운 가사를 담았습니다. 남성적인 마초성과 성공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힙합 가사로 보입니다.

 

If you havin girl problems I feel bad for you son 

너한테 여자문제가 있다면 참 안됐네


I got 99 problems, but a bi*ch ain​t one 

내겐 문제가 99개지만, 여자 문제는 없거든

 

나인티 나인 프러블럼즈의 후렴입니다. 그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자 문제는 없지요. 일반적인 대중음악 가사의 주된 주제인 ‘사랑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2절을 보겠습니다.

 

“Son do you know why Im stoppin you for?”
​(경찰) 어이 형씨. 내가 왜 너보고 멈추라고 했는지 알아?”

Cause I​m young and I'm black and my hat​s real low 
그야 난 모자를 눌러 쓴 젊은 흑인이니까겠지

Or do I look like a mind-reader sir? I don​t know 
아니면 내가 독심술사로 보이냐? 몰라

Am I under arrest or should I guess some mo​? 
날 체포할거요? 아니면 내가 당신 마음을 더 읽어봐야 하나?

​Well you was doin fifty-five in the fifty-four​ 
​(경찰) 54마일 제한에서 55마일로 달렸네요.

​license and registration and step out of the car 
​운전면허증과 등록증을 보여주시고 차에서 나오세요 

​are you carryin a weapon on you? I know a lot of you are
​무기 갖고 있소? 당신 같은 사람은 항상 그러더라고

I ain​t steppin out of shit, all my papers legit 
난 안 나가. 내 서류는 모두 적법하거든

​Well do you mind if I look around the car a little bit?
​(경찰) 그렇다면 차 안을 수색해도 괜찮겠습니까?

Well my glove compartment is locked, so is the trunk in the back 
글쎄 내 라커랑 트렁크는 잠겼는데

And I know my rights, so you gon​ need a warrant for that 
내 권리도 알고 있어, 영장 가져와.

 

흑인이 어떤 식으로 경찰에게 차별 당하는지 재치 있게 표현한 가사입니다. 메시지 전달에 그치지 않고 라임을 맞추고 음악적으로 어울림까지 고려했습니다. 음악성과 사회 문제를 비판하는 문제의식을 갖춘 뛰어난 가사입니다. 제이지는 사회 비판을 하면서도, 유머감각과 상업적 고려를 적절하게 분배하며 힙합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4. 존 레전드(John Legend), 더 루츠(The Roots) - 리틀 게토 보이(Little Ghetto Boy)

 

공격성은 힙합에 최적화된 감정입니다. 그렇다면 힙합 이전에는 어땠을까요? 아무래도 가사를 가득 담을 수 없으니 시적으로 주장해야 합니다. 분노를 표현하기 상대적으로 어려운 다른 장르를 통해서는 감정도 조금 다르게 표현되겠죠.

 

경찰과 사회에 대한 분노가 정통 흑인음악으로 표현된 적도 있었습니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선거 당시 알앤비 아티스트 존 레전드와 힙합 밴드 더 루츠가 힘을 합쳤습니다. 정치 참여를 위해서였지요. 그들은 음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변화’의 메시지를 알렸습니다. 그렇게 ‘웨이크 업(Wake Up)’이란 앨범이 나왔습니다.

 

이 앨범은 오랜 기간 사랑받은 흑인 인권운동 음악을 모아 리메이크 했습니다. 존 레전드의 절창에 최고의 연주력을 갖춘 밴드 더 루츠의 연주력이 더해집니다. 드러머 퀘스트러브(Questlove) 주도로 만들어지는 그루브함에 트렌드보다는 고전적인 느낌을 갖춘 알앤비 보컬 존 레전드의 보컬로 기술적으로도 품격을 갖췄지요.

 

존 레전드와 더 루츠의 리틀 게토 보이.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의 전설적인 음악을 리메이크했다. 사회의 암울함을 담담하게 표현한 전반부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후반부의 대구가 인상적이다.

 

Little ghetto boy

게토의 어린 소년


Your daddy was blown away

네 아빠는 멀리 날아가 버렸다


He robbed that grocery store 

편의점을 털었거든


Don’​t you know that was a sad, sad day?

정말 슬프고, 또 슬픈 날이지 않니?


All your young life you’​ve seen such misery and pain

네가 봤던 삶은 슬픔과 고통뿐이었지


The world’​s a cruel place to live in, it ain’​t gonna change

세상은 너무도 잔인해. 변하지 않을 거야

 

전반부에서 이 곡은 흑인 사회의 암울함을 담담하게 표현합니다. 사회가 어떻게 한 소년을 망가뜨리는지, 범죄 외에 어떤 기회도 없는지 말이죠. 소년의 아버지는 가난을 못 이겨 음식을 훔치다 절도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현대판 장발장 같습니다. 넌지시 미국의 엄벌주의 공권력을 비판하는 셈이죠.

 

화자는 소년이 학교를 그만두고 당구장에서 시간을 죽이거나, 동네에 마약을 파는 비행 청소년이 될 운명이라고 냉담하게 말합니다. 2절은 달라집니다.

 

little ghetto boy

게토의 어린 소년


When, when you become a man

네가, 네가 어른이 되서


You can make things change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야.


if you just take a stand

네 주관을 확실하게 정한다면.


You’​ve got to believe in yourself, in all that you do

너를 믿어. 네가 하는 모든 일을 믿어.


You’​ve got to fight to make it better, better

싸우고 또 싸워야 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And you will see, that others will start believe in too

그렇게 다른 이들도 믿기 시작할 거야.


Then my son, things will start to get better

아들아, 그렇게 세상은 더 나아지기 시작할 거야.


Everything has got to get better

모든 게 다 나아져야만 해.

 

아이의 아버지, 화자는 아이에게 말합니다. 네 태도를 정하라고요. 일단 정했으면 그 태도를 지키기 위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싸우라고요. 그러다 보면 더 나은 세상이 올 거라고 말이죠.

 

욕설과 공권력을 향한 분노로 가득한 힙합 음악들은 ‘맥락’을 알아야만 이해됩니다. 흑인 사회가 어떻게 망가졌는지, 미국 경찰이 특정 상황에서 얼마나 말도 안 되게 폭력적인지, 사회에서 흑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이해해야 힙합의 폭력성과 공격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유나이티드항공 사건’​은 초강대국 미국의 민낯을 보여준 황당한 사건이었습니다. 어쩌면 그 황당함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미국 문화를 만든 한 단초일지도 모릅니다. 공권력의 폭력과 약자의 통제하지 않은 분노가 만든 음악. 경찰 비판 음악들이었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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