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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방] 프랑스혁명을 보는 3개의 관점

7월 14일에 다시 읽는 베르사이유의 장미, 테르미도르, 이노센트

2017.07.14(Fri) 08:59:00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프랑스혁명이 시작되었다. 그림은 장피에르 루이 로랑 위엘이 그린 ‘바스티유 습격’.


[비즈한국] 오늘은 1789년 7월 14일 시작된 프랑스혁명(혹은 프랑스대혁명)을 기념하는 날이다. 프랑스혁명은 근대에 벌어진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봉건제를 종결하고, 인간을 모두 평등한 존재로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이미 충분히 알려진 역사이지만, 만화에서는 이 시기를 어떤 시선으로 다루고 있는지 찾아보았다.

 

왕비와 귀족이 바라본 프랑스혁명 ‘베르사이유의 장미’

 

이케다 리요코의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만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역사적 사건을 작품 속으로 끌어오며 기존의 순정만화가 가지고 있던 영역을 확장했고, 나아가 70년대 일본 순정만화계의 변화를 주도했다. 한국에 넘어와서는 각종 규제로 정체 중이던 시장에 새로운 영감을 제공했고, 많은 작가는 이 영향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마리 앙트와네트와 페르센, 오스칼의 삼각관계를 주축으로 프랑스혁명을 그린다.​ 한국어판은 현재 절판됐다.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스웨덴의 귀족 ‘한스 악셀 폰 페르센’, 그리고 남장여자로 왕비를 호위하는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의 삼각관계가 주요한 테마이다. 작품의 배경은 실제 혁명기의 흐름을 따르지만, 가상의 인물을 침투시켜 팩션(팩트+픽션)으로서의 재미를 보탰다. 무릇 이런 방식은 오류를 범할 여지가 많다. 하지만 작가는 절묘한 솜씨로 사실과 허구의 균형을 찾아낸다. 이 때문에 프랑스혁명을 이 만화를 통해 배웠다는 이들도 많다.

 

다만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프랑스혁명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꾸준히 비판이 제기되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지 시대를 잘못 만난 비련의 주인공처럼 묘사하는 것은 아닌지, 혁명의 대상이던 귀족층의 이야기에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낭만을 부여하고 면죄부를 작성하지는 않았는지 우려한다. 독자는 이런 고민을 함께할 필요가 있다.​ 

 

제3계급이 바라본 프랑스혁명 ‘테르미도르’

 

김진, 신일숙, 강경옥 등이 활약했던 90년대를 한국 순정만화의 부흥기로 본다. 이 시기에 주목해야 할 작가로 김혜린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녀는 83년 작 ‘북해의 별’에서 이미 가상국가 보드니아의 혁명과 민주화 과정을 그렸던 전적이 있다. 이 만화는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던 학생들이 즐겨 읽었다는 풍문도 있다. 여전히 민주화에 목말랐던 88년 김혜린은 ‘테르미도르’에서 다시 한 번 혁명사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혜린의 역작 테르미도르. 70~80년대 한국 민주화 운동을 가까이서 겪은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돋보인다.

 

‘테르미도르’는 프랑스혁명의 시작부터 ‘테르미도르의 반동’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고아로 자라 혁명활동가가 된 ‘유제니’와 귀족이지만 혁명에 동의하는 ‘줄르’, 그리고 줄르의 연인이자 혁명가들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알릐느’가 각자의 목적을 이루고자 프랑스 파리로 모여든다. 이들은 서로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인연은 복잡한 것이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속 인물들이 사랑만 하도록 혁명이 내버려두지 않았다면, ‘테르미도르’의 인물들은 혁명이 사랑을 만들어 내고야 마는 형상이다. 태풍 속의 로맨스는 더욱 강렬하다.

 

‘테르미도르’는 자의든 타의든 직접 가담하게 된 자들의 입장에서의 프랑스혁명을 보여준다. 우리는 빛나는 커다란 하나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맞바꾼 수많은 개인의 희생과 피해를 쉽게 망각한다. 아마도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지척에서 경험했을 작가의 따스한 시선 덕분에 혁명이 아닌 혁명 속 인간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사형집행인이 바라본 프랑스혁명 ‘이노센트’

 

‘이노센트’는 아다치 마사카쓰의 논픽션 ‘왕의 목을 친 남자’를 참고하여 만든 작품이다. 기존의 프랑스 혁명사가 권력을 잡은 자의 입장에서 혹은 민중의 입장에서 정리됐다면, 이 만화는 그 혁명의 중심에서 수없이 누군가의 생명을 뺏는 도구로 쓰인 자의 모습을 담았다.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무척 두렵다.

 

아다치 마사카쓰의 논픽션 ‘왕의 목을 친 남자’를 참고하여 만든 이노센트. 사형집행인의 관점에서 쓰였다.


파리의 사형집행인 혹은 처형인이라고 할 수 있는 관직 ‘무슈 드 파리’의 자리는 대대로 샹송가(家)의 임무이다. 가문의 후계자 ‘샤를 앙리 샹송’은 이것이 탐탁지 않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기에 그렇다면 가장 자비로운 처형인이 되고자 한다. 샤를은 자신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을 꿈꾸며 그때까지 고통을 가장 줄일 수 있는 방식으로 처형을 진행한다. 당시 처형은 엔터테인먼트나 다름없었고 권력자들은 적을 없애기 위해 이 처형을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노센트’는 시민사회에도 귀족사회에도 섞이지 못하는 비운의 처형인을 통해 이 혁명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프랑스혁명은 옳은 일이었다. 하지만 종종 인간들은 옳은 목적을 위해 옳지 않은 방법을 선택한다. 그리고 옳은 일을 한다는 그 강력한 믿음 때문에 광기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동참해야 하는 이에게 프랑스혁명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 만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베르사이유의 장미’, ‘테르미도르’, ‘이노센트’를 통해 우리는 좀 더 다양한 관점으로 프랑스혁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이들의 피와 바꾼 이 혁명의 가치를 다시 기억하고 발견했으면 한다.​ 

 

*필자는 만화책을 쌓아두고 맥주를 마시는 작은 망가BAR를 고군분투하며 운영 중이다. 

황순욱 신촌 피망과토마토 망가BAR 대표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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