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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품'이 뭐길래…MRO 포기 않는 대기업들 속사정

중소 MRO 업체들 "골목상권 침해"…대기업들 "구매 효율성 제고"

2017.07.13(Thu) 18:43:35

[비즈한국]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한참인 요즘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 속에 놓여있는 업종이 있다. 바로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소모성 자재) 사업이다. 

MRO는 기업에서 제품 생산에 직접 관련된 원자재를 제외한 모든 소모성 자재를 판매관리하는 사업을 말한다. 종이부터 가구, 자재까지 ‘안 파는 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속적인 수요가 안정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논란이 줄곧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정부당국의 규제나 제재는 여전히 미흡하다.

 

현재 대기업 중 MRO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곳은 LG그룹의 서브원, 포스코의 엔투비 등이 있다. 이들 회사는 중소업체가 생산한 소모품을 기업체에 납품하는 중개 역할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판로 개척이나 거래처 확보에 큰 노력을 쏟기 힘든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MRO 업체의 판매망을 통해 해외 수출길을 여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반면 이 과정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과 일감몰아주기를 활용한 부의 편취 등 여러 문제점도 나타난다. 

 

LG그룹  MRO 계열사인 서브원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여전히 70%를 넘고 있다. LG전자 사옥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국내 MRO 업체 1위인 서브원은 LG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로 (주)LG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2011년 4조 6028억 원이던 매출은 2016년 5조 661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의 74.5%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는데 2010년 내부거래가 전체의 79.8%에 달했던 것에 비해 많이 줄지는 않았다. 

 

서브원은 해외거래처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매출의 상당 부분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다. LG그룹은 구매 효율성 제고를 위해 서브원을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룹 계열사의 불만이 없지 않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이 있어도 서브원을 이용해야 한다”며 “내부적으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간 서브원을 이용해 MRO 구매를 담당해 온 김 아무개 씨(27)는 “실내화와 같은 사소한 물품이 필요해도 예산이 MRO 사용으로 책정돼 불편한 적이 여러 번 있다”며 “MRO 업체를 통해 구매를 하면 저렴한 경우는 거의 없고 비슷하거나 더 비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은 “​​서브원은 정부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영업을 하고 있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최우선시하는 상황에서 그룹 계열사라고 해서 비싸게 받는 일도 있을 수 없다”며 ​“국내보다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쏟아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수출 역량이 강화되는 장점도 크다”고 반박했다.​


포스코 그룹의 MRO 계열사인 엔투비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포스코 전경. 사진=연합뉴스


포스코그룹의 MRO 계열사에는 비상장사 엔투비다. 엔투비는 지난해 매출 5678억 원 중 77.81%가 계열사 간 거래에서 발생했고, 2015년에는 매출 5388억 원 중 77.57%가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엔투비 최대주주는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메이트로 지분의 32.19%를 보유하고 있다. 포스메이트는 포스코가 57.25%, 포스코건설이 11.05%, 포스코동우회가 31.7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포스코동우회는 포스코 퇴직 임직원들이 가입대상이다.

 

엔투비에 대해 포항지역 중소업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엔투비의 MRO 업체로 등록돼 판로 개척에 나서고 싶은 중소업체는 많지만 엔투비 측이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민다는 것. 정휘 바름정의경제연구소장은 “가구나 인쇄업체의 경우 충분히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진입장벽을 높게 제시해 납품을 못하고 있다”며 “전년 매출 등 높은 기준을 내세워 신규 업체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효율성을 추구해 엔투비와 거래하는 것일 뿐이고, 포스코동우회는 직접적으로 엔투비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지분 투자에 대한 배당을 받을 뿐이다”​고 밝혔다. 

 

MRO 사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이 아니기에 대기업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MRO 회사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쉽게 매출을 올리고, 각종 문제로 중소기업의 불만이 나오자 동반성장위원회는 2011년 MRO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MRO 계열사는 매출이 3000억 원 이상인 기업하고만 신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고 삼성, SK, 한화그룹 등은 MRO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대기업 규제에 적극적인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MRO 업계에서 일감몰아주기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주주 구성에 그 비밀이 있다. 현행법상 대기업의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려면 총수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이 비상장사는 20%, 상장사는 30%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대기업의 MRO 계열사는 총수일가가 아닌 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간접적으로 총수일가의 지배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브원은 (주)LG의 지배를 받고 (주)LG는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7.99%에 달한다. 

 

안수헌 한국산업용재협회 사무총장은 “대기업 계열 MRO 업체 등장으로 거래처를 잃은 도매상들은 직격탄을 맞았다”​며 “MRO 업종까지 대기업이 들어오며 총수 일가 배불리기에 계열사가 동원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소모성 자재 구입은 어느 기업이나 필요한 일”이라며 “필요하면 MRO 업체를 활용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사업을 직접 할 필요는 없다”고 꼬집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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