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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덕일기] 임요환·홍진호 스타크래프트 '전승 준우승' 비화

파죽지세로 올라갔지만 결승서 '삐끗'

2017.11.03(Fri) 13:20:49

[비즈한국]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준우승자는 누굴까. 자국에서 열린 유로 2016 결승전에서 포르투갈에 0:1로 패한 프랑스?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지만 준우승한 송민호? ‘쇼미더머니6’에서 매번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다 결승에서 삐끗한 넉살? 아니다. 결승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최고의 기세로 올라왔으나 결승에서 무참히 패한 선수가 제일 불쌍하다. 오늘은 최정상까지 최고의 기세로 올라갔다가 꺾인 ‘전승준’들을 만나보자. 

1. 임요환

테란의 황제라 불리는 임요환이지만, 우승만큼 준우승 기록도 많다. 전승으로 올라가 1:3으로 패한 2002 SKY배 스타리그도 그중 하나다. 당시 임요환은 파죽지세였다. 16강 조별리그에서 최인규와 조용호 그리고 성학승을 상대로 전승을 기록했다. 8강 풀리그에서 폭풍저그 홍진호와 저글링 대장 장진남 그리고 귀족테란 김정민을 꺾었다. 4강에선 이제 포커 선수가 된 베르트랑을 만났다. 변수가 많은 동족전이었고, 심지어 베르트랑은 테테전이 장기였다. 임요환이 이기더라도 3:1, 혹은 3:2까지 가는 접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3:0이었다. 임요환은 정말 손쉽게 베르트랑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임요환은 직전 리그에서 거둔 1승을 포함해 2002 SKY배 스타리그까지 총 10연승을 기록했다. 무엇을 해도 지지 않았다. 결승에서 만난 선수는 영웅이라 불린 박정석이었다. 물량전에 능해 테란 잡는 귀신이라 불린 박정석이었다. 임요환의 프로토스전은 불안했지만, 전승으로 올라간 만큼 팬들의 기대는 컸다. 

그러나 결과는 1:3 무참한 패배. 임요환은 전승으로 올라갔지만 빠른 준우승을 기록하고 말았다. 전승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드는 주연에서 박정석의 우승 대관식을 도운 조연으로 바뀌었다. 

테란전에 능한 박정석과 프로토스전에 약점을 가진 임요환의 대결이었다.​


2. 홍진호

첫 번째가 임요환이니 두 번째는 홍진호여야만 했다. 무대는 MBC게임의 TG 삼보 2003 MSL이었다. 홍진호는 직전 대회인 STOUT배 MSL에서 광속으로 탈락해 절치부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해냈다. 전승 준우승이라는 위대한 기록을 해냈다. 

당시 홍진호의 기세는 어마무시했다. 전 대회 우승자인 강민과 전 대회 준우승자인 이윤열은 탈락했고 임요환은 진출하지도 못했다. 임요환에게 전승 준우승이라는 굴욕을 준 박정석도 탈락했다. 일찌감치 TG 삼보 MSL 우승컵의 주인은 홍진호인 것만 같았고, 홍진호일 것만 같았다. 그를 막을 선수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항상 행복할 때 삐끗한다. 개인대회 우승의 목전에서 홍진호는 괴물을 만났다. 최연성 말이다. 당시 최연성은 갓 데뷔한 신인으로 임요환의 후예이자 차세대 테란이라 불렸다. 실제로 최연성은 이윤열에게 기록한 1패를 빼면 전승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했다. 우승컵을 쓰러뜨리려는 폭풍과 그 컵을 쥐려는 괴물의 싸움이었다. 

괴물의 압승이었다. 저그에게 유리하고 홍진호가 무패를 자랑하던 맵 건틀릿에서 치러진 1경기에서 최연성은 스타포트와 팩토리 유닛으로 홍진호를 꺾었다. 본인이 고른 건틀릿에서 패한 홍진호는 최연성의 불꽃 러시에 2경기를 내주었고 유보트 혈전이라 불리는 처절한 접전 끝에 3경기도 내주었다. 2패 앞에서 오히려 높아진 집중력으로 최연성의 드랍쉽과 레이스에 대응했지만 결국은 지고 말았다. 홍진호의 마지막 개인 리그 결승 진출이었다.

최연성과 홍진호의 혈전은 MSL 역대 최고 경기 중 하나다.


전승 준우승을 웃음으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1년에 많아야 6번 열리는 개인리그 결승이다. 1년에 12명만 입장이 허락된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귀한 일이다. 오히려 전승을 기록한 상대방에게 주눅 들지 않고 우승을 기록한 상대방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지금까지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는 보장도 없고, 지금까지 실패했다고 앞으로도 실패할 보장도 없다. 어제 때문에 오늘과 내일을 망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과거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은 ‘No fear’를 외치며 롯데 야구에 기세를 불어넣었다.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고 멀리서 보면 비극이듯이, 극복할 수 없어 보이는 상대와의 대결도 결국 부딪쳐 봐야 안다. 취업이든 무엇이든 절대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말자.

전승 준우승의 아이콘 홍진호 되겠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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