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대선 승리로 출범한 뒤 정부 명칭을 ‘국민주권정부’로 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후 각종 정책 추진과 내란 재판 등은 물론 부동산 문제를 언급할 때도 ‘국민주권’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기획예산처는 재정정보 공개를 확대하면서 이는 국민주권 재정을 구현하는 국민참여예산을 위해 필요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참여예산의 이면에서는 일부 공공기관이 자신들과 관련된 사업을 스스로 제안해 예산을 따내거나, 일부 개인이 여러 사업을 제안한 경우가 전체 제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국민주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 사흘째인 6월 6일 대통령실(현 청와대)은 새 정부의 명칭으로 이재명 정부와 국민주권정부를 병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국민주권정부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신년사에서는 “국민주권정부 제1의 국정운영 원칙은 오직 국민의 삶”이라고 말했다. 또 2월 24일에는 부동산 정상화 정책을 언급하며 “비정상인 집값 상승세가 국민주권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국민주권정부를 강조하면서 부처들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민주권이라는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에서 부활한 기획예산처는 2월 4일 국민에게 공개되는 재정정보를 올해부터 확대한다며 국민주권을 내세웠다.
기획예산처는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국민이 국가재정의 주인’이라는 헌법적 가치인 국민주권 재정을 구현하기 위해 국민참여예산과 더불어 중요한 한 축인 재정정보 공개 확대의 중요성을 지속 강조해왔다”며 “국민이 예산의 편성부터 집행, 평가까지 모든 과정을 쉽고 명확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재정정보 공개 확대가 전제돼야 국민이 실제 예산 전 과정에도 참여하여 의미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국민참여예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광주 북구에서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예산은 2011년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된 뒤 2018년부터 중앙정부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국민이 사업을 제안하면 정부가 적격성을 검토한 뒤 토론회 등을 거쳐 예산에 반영하는 구조다.
그런데 실제로는 공공기관이 제안한 사업에 예산이 편성되거나 소수가 제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이나 기획예산처가 강조하는 국민주권을 위해서는 이러한 국민참여예산의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민참여예산 사업 제안은 개인뿐 아니라 단체도 할 수 있다. 이에 단체가 제안한 건수는 2023년 사업에는 52건, 2024년에 33건, 2025년에 12건, 2026년에 26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등의 제안도 2023년 사업에는 11건, 2024년 7건, 2026년 5건이 포함됐다. 일부 제안은 예산에 최종 반영됐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안한 ‘디지털성범죄 원스톱 신고 ARS 구축’과 ‘디지털성범죄 영상물 DNA 필터링 오식별 신고 시스템 구축’은 2023년에 각각 1억 4600만 원과 4억 5000만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제안한 ‘기업 해킹사고 사이버 자가진단 키트 개발·보급’과 ‘해킹 프리 스마트 아파트를 위한 보안 기술 지원’도 같은 해 각각 7억 4800만 원과 7억 원의 예산이 반영됐다. 2024년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마약·도박 정보 특별 차단 시스템 구축’에, 2026년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모바일 환경의 실시간 전자증명 서비스 환경 조성’에 각각 4억 9100만 원과 30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하지만 이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의 사업 제안을 금지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운영지침을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예산에 반영한다는 제도 취지에도 어긋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제안자별 제안 건수를 제한하지 않은 탓에 일부 제안자가 과도하게 많은 제안을 하면서 제대로 된 사업 검토를 어렵게 만드는 문제도 있다. 실제 동일인이 복수로 제안한 건수는 2023년 사업에서는 209건으로 전체 제안 중 10.2%였으나 2024년에는 356건(29.9%)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5년에는 536건으로 전체 제안의 74.4%에 달했다.
2026년 사업에서는 이러한 동일인 복수 제안 건수가 260건으로 줄었지만 전체 제안 건수가 감소하면서 비중은 50.3%로 절반을 넘었다. 특정인의 과도한 사업 제안으로 인해 다른 국민의 제안을 검토할 시간과 기회가 줄면서 전체 국민의 참여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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