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명 정부 부동산정책, 이제 ‘주거 보호’와 ‘비거주 보유 압박’의 정면 충돌이 시작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분당 아파트 매도 이슈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개인 재산 처분 문제가 아니다. 이 사안은 새 정부 부동산정책의 방향, 수위, 우선순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정치적 사건이다. 대통령실은 2026년 2월 27일 이 대통령이 성남 분당구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배경을 두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몸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전용 164㎡ 규모로 29억 원에 매물로 나왔고, 대통령실은 전년 실거래가와 현재 시세보다 낮은 가격이라고 밝혔다. 다만 2월 28일 현재 대통령실은 매매가 최종적으로 완료된 것은 아니며, 완료 이후 공식 공지가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 본인도 “돈 때문에 판 것이 아니라 공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판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분당 집 한 채가 아니라,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으로 정책 메시지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정권이 부동산을 다루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로 시장을 압박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의 최고 정점이 직접 상징 행동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번 매도 이슈는 후자에 가깝다. 다시 말해, 새 정부는 이제 “정책 방향은 이미 정해졌고, 대통령 자신도 예외가 아니다”라는 프레임으로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향후 세제·금융·규제 조합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명분 축적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신호가 가리키는 정책의 실질은 무엇인가. 우선 가장 분명한 것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의 예정된 종료다. 정부는 2월 12일 공식 발표를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를 2026년 5월 9일 예정대로 종료한다고 못 박았다.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의 현실을 감안해 일부 보완책도 내놓았다.
신규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5월 9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 계약일로부터 6개월 내 양도 시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했고, 임대 중인 주택은 일정 범위에서 실거주 의무를 유예했다. 핵심은 단순하다. 유예 종료는 확정하되, 시장 충격과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한 보완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특히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대통령은 2월 26일과 27일에 걸쳐 “다주택자는 물론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투기성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초고가 주택은 선진국 수도 수준에 상응하는 부담과 규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1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투자·투기용 부동산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다. 정책 타깃이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다주택자에만 머물지 않고, 비거주 1주택, 초고가 1주택, 장기보유 절세 구조까지 넓어지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하나의 중요한 단서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이 대통령은 같은 1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실거주 1주택은 보호 대상이라는 인식도 분명히 드러냈다. “주거는 한 채만 하는 것이고, 그런 1주택은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새 정부가 모든 1주택자를 적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니라는 신호다. 또한 당시 대통령은 “지금으로서는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을 깊게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도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태도를 두고, 최소한 6월 3일 지방선거 이전까지는 광범위한 보유세 인상 같은 전면전보다 선별적 압박과 상징 조치가 먼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결국 정책의 축은 ‘1주택 보호’가 아니라 ‘실거주 보호’에 가깝고, 반대로 ‘1주택 규제’가 아니라 ‘비거주·고가 보유 규제’에 더 가깝다.
대통령이 자신의 비거주 주택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사실은 상징적으로 강력하다. 그러나 상징만으로는 수급을 바꿀 수 없다. 더구나 이 주택은 단순한 주거재가 아니라, 1기 신도시 재정비 기대가 반영된 분당 양지마을 금호1단지로 알려져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 단지는 재건축 기대감 속에 시세가 29억 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고, 양지마을 전체 재건축 사업은 분당 최대급 정비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런 자산을 처분했다는 것은 공직자의 이해충돌 논란을 선제 차단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그것이 곧장 분당이나 강남권 시장의 방향을 바꾸는 구조적 해법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안을 통해 읽어야 할 것은 새 정부의 부동산 철학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에 묶여 있던 돈이 생산적인 자본시장으로 흘러가는 조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고, “망국적인 부동산 공화국 해체”를 언급했다. 이 발언들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새 정부는 부동산을 자산 증식의 주 무대에서 끌어내리고, 금융시장과 생산적 투자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것을 경제정책 전반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부동산정책은 주택정책에 머무르지 않고, 자본배분 정책의 일부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대통령의 분당집 매도 역시 개인의 매도라기보다, “정치권도 더는 부동산 불패의 수혜자처럼 보이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자금을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돌리겠다는 방향은 명분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주식시장이 아니다. 주택은 투자재인 동시에 생활재이며, 임대시장과 실수요 이동, 교육 수요, 직주근접, 노후 대비, 세대 분화가 동시에 얽혀 있다. 그래서 보유 압박만으로 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믿음은 언제나 위험하다.
보유세든 양도세든 대출 규제든, 그것이 시장을 누를 수는 있어도 대체 주거를 만들지는 못한다. 세금은 거래의 방향을 바꿀 수 있어도, 공급의 부재를 보상하지는 못한다. 이 진실을 외면한 정부는 늘 정책 발표 직후의 하향 안정만 보고 승리를 선언했다가, 몇 분기 뒤 더 비싼 집값과 더 심한 전세 불안을 맞이해 왔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의 다음 부동산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첫째, 5월 9일까지는 매물 출회를 극대화하는 정책 운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보완책을 통해 거래 장벽은 일부 낮추되 정책 신뢰를 흔드는 추가 연장은 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규제의 기준이 ‘주택 수’에서 ‘주거 여부·가격 수준·보유 목적’으로 더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통령 발언은 그 방향을 분명히 가리켰다.
셋째, 비거주 1주택과 초고가 1주택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보유특별공제 손질, 고가 주택 보유 부담 조정, 주거 여부 확인 강화 같은 카드가 검토될 여지가 있다. 넷째, 다만 지방선거 전에는 전면적 보유세 강화보다 상징 조치와 선별 압박이 먼저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책의 정치적 부담과도 직결된다. 다섯째,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정부는 “실거주 보호, 투자 보유 압박”이라는 큰 프레임은 바꾸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번 분당집 매도 이슈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하나는 바람직한 얼굴이다. 최고 권력자가 정책의 예외가 되지 않겠다는 태도는 분명 의미가 있다. 다른 하나는 위험한 얼굴이다. 그 상징이 너무 강한 나머지, 정부가 구조 문제를 상징 조치로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집값은 대통령의 결단만으로 잡히지 않는다. 집값은 공급의 시간, 임대의 질, 세제의 예측 가능성, 금융의 일관성, 지역 간 선호의 격차,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는지에 의해 움직인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부동산정책의 전환을 이루고 싶다면, 이번 매도 이슈를 도덕적 퍼포먼스의 정점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정교한 정책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실거주 1주택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비거주·투기성 보유는 분명히 불리하게 만들되, 임대시장과 공급시장에는 숨통을 틔워야 한다.
강남과 분당을 눌렀다는 정치적 자축보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거 사다리를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에 대한 행정적 성과가 더 중요하다. 이번 사안의 진짜 평가는 대통령이 집을 팔았느냐가 아니라, 그 이후 정부가 시장에 공포가 아니라 질서를, 구호가 아니라 신뢰를 남기느냐에 달려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다시쓰는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 설명서(2025)’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부동산 인사이트] 세금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
[부동산 인사이트] '무계획 다주택'의 종말…정책이 강할수록 전략은 단순하게
·
[부동산 인사이트] 주식은 '성장', 부동산은 '죄'…정책 커뮤니케이션의 함정
·
[부동산 인사이트] 강남·마용성 숨고를 때, 강서가 치고 올라온 이유
·
[부동산 인사이트] 뒤늦게 뛴 관악, 하위권 반등이 아니라 '확산장'의 신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