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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시대전환'이 낳은 유니콘, 독일 방산 스타트업 '스타크'의 질주

러-우 전쟁 이후 독일 정부 '변화' 선언…방산 양대 축 '헬싱'과 함께 독일군 드론 공식 도입 계약 수주

2026.02.27(Fri) 14:43:41

[비즈한국]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3조 원)의 ‘유니콘’ 반열에 오를 확률은 1%에도 훨씬 못 미친다. 게다가 이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데 평균 7~10년은 걸린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특히 독일은 투자 성향이 보수적이어서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런 시장에서 설립 2년도 채 안 돼 유니콘 고지에 오른 방산 스타트업이 있다. 독일 베를린 출신 스타트업 ‘스타크 디펜스(Stark Defence)’다.

 

설립 2년도 안 돼 유니콘 고지에 오른 독일 방산 스타트업 ‘스타크 디펜스(Stark Defence)’. 사진=스타크 홈페이지 캡처

 

#반 년 만에 몸값 두 배로

 

지난 13일(현지시각) 독일 유력 경제 매체 ‘매니저 마가진’은 스타크가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10억 유로(약 11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았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 8월 기업가치 5억 달러를 돌파하며 주목받은 지 불과 반년 만에 ‘몸값’이 두 배 이상 뛴 셈이다. 특히 페이팔 공동창업자이자 방산 테크 투자 거물인 피터 틸(Peter Thiel)의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참여해 상징성을 더했다. 이로써 스타크는 독일 방산 AI의 선두주자 헬싱(Helsing)과 함께 독일 방산 테크의 핵심 축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연방의회 예산위원회는 25일 헬싱과 스타크 디펜스에 총 5억 3600만 유로(약 7900억 원) 규모의 공격형 드론 계약을 승인했다. 양사에 대한 최대 발주 한도는 각 10억 유로로 설정됐으며, 독일 정부는 2027년까지 리투아니아 주둔 부대에 드론을 배치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총 수십억 유로 규모의 다년간 드론 전력화 프로그램의 시작점으로, 독일이 공격형 드론을 군에 공식 도입한 첫 계약이다.

 

스타크의 주력 제품은 표적 탐지와 정찰, 타격을 동시에 수행하는 수직이착륙(VTOL) 공격형 드론 ‘비르투스(Virtus)’다. 비르투스는 단순한 자폭 드론이 아니다. 전장의 피드백을 실시간 학습해 단 며칠 만에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무기(Software-defined Weapon)’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 스타크는 다수의 무인기를 통합 운용하는 C2 소프트웨어 ‘미네르바(Minerva)’와 해상 무인체계 ‘반타(Vanta)’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공중과 해상을 아우르는 멀티도메인 무인 전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스타크의 수직이착륙(VTOL) 공격형 드론 ‘비르투스(Virtus)’. 표적 탐지와 정찰, 타격을 동시에 수행한다. 사진=stark-defence.com

 

스타크는 2024년 초 플로리안 자이벨(Florian Seibel)이 베를린에서 창업했다. 자이벨은 독일 연방군에서 16년간 복무한 항공우주공학자 출신으로, 이후 정찰·감시 드론 스타트업 퀀텀 시스템즈(Quantum Systems)를 직접 창업해 이끈 인물이다. 그는 윤리 정책상 공격형 무기 개발이 제한된 퀀텀을 떠나 자신이 진짜 만들고 싶은 것에 도전하기 위해 새 회사를 차렸다. 퀀텀에서 쌓은 피터 틸 등 주요 투자자들과의 신뢰 관계는 스타크가 창업 직후부터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참회록 덮고 전략서 펴는 독일

 

스타크가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엔 전쟁 양상의 변화가 자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저비용 무인기가 전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입증했다. 수조 원대 전차보다 훨씬 싸고 빠르게 대량 배치할 수 있는 무인 시스템이 현대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독일의 전후 정체성 급변이라는 시류도 한몫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일에서 방산 창업은 사회적 금기에 가까웠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강한 반군사주의 전통과 전범국이라는 역사적 부채의식은, 독일이 ‘군사 강국’이 아닌 ‘민간 강국’으로 남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낳았다. 그 결과 방위산업 육성은 정치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조심스러운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러-우 전쟁 발발 사흘 후인 2022년 2월 27일 독일은 ‘자이텐벤데(Zeitenwende, 시대전환)’를 선언하며 국방비 1000억 유로 특별기금 조성을 발표했다. 도덕적 우월감만으로는 국경을 지킬 수 없다는 자각이 독일을 움직였다. 이에 따라 과거 ESG 기준에 묶여 방산 투자를 꺼리던 벤처 자본도 ‘민주주의 방어’라는 명분 아래 방산 테크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중국에 의존하지 않고 유럽의 안보를 유럽의 코드로 지키겠다는 ‘기술 주권(Tech Sovereignty)’ 구상이 자본의 언어로 번역된 셈이다.

 

이 흐름은 독일만의 현상도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안두릴(Anduril), 실드 AI(Shield AI) 같은 기업이 수십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으며 ‘소프트웨어 정의 방위’ 시대를 열었다. 미국에서는 오래전에 민군 기술의 경계가 흐려졌고, 벤처 자본 역시 방산을 전략 투자 영역으로 받아들였다. 반면 독일은 자이텐벤데 이후에야 비로소 그 전환점에 섰다.

 

헬싱과 퀀텀이 길을 열었다면, 스타크는 그 위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고 있다. 독일 방산이 스타트업의 속도를 받아들인 이상, 스타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필자 이정우는 17년간 언론사 기자로 자동차, 2차전지, 중공업 등 주요 산업을 비롯해 국방, 외교, 환경, 교육, 보건복지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담당했다. 특히 모빌리티 및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성 중심의 산업 구조 변화를 현장에서 취재했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123팩토리’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정우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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