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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보호보다 실익 택했나" 구글 고정밀지도 반출 승인 셈법은?

보안 통제 전제로 '빗장 해제'…관광 활성화 효과 있지만, 플랫폼 종속 우려도 상존

2026.02.27(Fri) 17:42:02

[비즈한국] 정부가 고정밀 공간정보의 빗장을 풀었다.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구글이 신청한 1대 5000 축척의 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엄격한 보안 조건 준수'를 전제로 허가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국가 안보와 정보 주권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글로벌 스탠다드 도입과 경제적 파급 효과라는 실리적 셈법을 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구글이 신청한 고정민지도 국외반출을 27일 조건부로 허용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서버 가공·레드버튼 장치 등 ‘조건부 개방’ 

 

27일 국토교통부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이 신청한 1대 5000 고정밀지도 국외반출을 조건부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 △좌표표시 제한 △국내 서버 활용 등의 조건이 적용된다.  

 

구글은 지난 2007년부터 고정밀지도 국외반출의 문을 두드렸다. 그간 정부는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이유로 정밀지도가 국외 위성사진과 결합할 경우 주요 보안시설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왔다. 2007년과 2016년, 2023년에도 구글과 애플의 신청은 안보상의 이유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해 2월 구글의 고정밀지도 국외반출 요청에 대해 정부는 기술적 조치를 통해 안보 취약 요인을 완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주요 조건으로는 △과거 시계열 영상(구글 어스) 및 스트리트 뷰를 포함한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블러)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 제거 및 노출 제한 △국내 제휴기업의 국내 서버에서 정보 가공 후 검토를 거친 제한적 데이터만 반출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사후관리 통제권 확보를 위한 장치도 제시했다. 안보 위해 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인 이른바 ‘레드버튼(Red Button)’ 구현을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 지도 전담관’의 국내 상주를 의무화해 정부와의 상시 소통 채널을 유지하도록 한다. 

 

협의체는 “구글의 기술적 대안을 검토한 결과, 기존의 안보 취약 요인을 완화했고, 국내 제휴기업의 서버에서 민감한 정보를 처리하고 정부 검토·확인을 거친 정보만 반출하는 체계를 통해 사후관리 통제권이 확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날의 검’ 파급 효과 얼마나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과 산업적 실리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한미 관세 협상에서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를 한국의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거론해왔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통상 마찰 요인을 일부 해소하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미국의 통상 압박과 산업적 실리가 자리 잡고 있다. 사진=구글맵


구글 지도의 고도화가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도 반출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관광산업(약 4조 1000억 원 생산유발)에서 나타났다. 협의체는 “외국인 관광 증진, 지도 서비스 기반 경제적·기술적 파급효과가 있다”며 “구글이 국내 공간정보산업과 AI 등 연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상생 방안 시행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토지리원은 자율주행, 모빌리티, 물류 등 플랫폼 산업 전반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효과는 약 100조 8000억 원에 달하고, 이는 긍정적 효과보다 2.4~2.8배 크다고 분석했다. 1대 5000 축척 지도는 국가 핵심 자산으로, 이를 제작하는 데 최근 5년간(2020~2024년)만 약 1545억 원의 예산이 소요됐다. 막대한 세금이 투입된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빅테크가 수익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둘러싼 갈등 해법으로 법령 내 구체적인 허가 기준 마련 등을 지적한 바 있다. 김진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측량성과의 국외 반출은 단순히 위치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국가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해외 기업이 서비스를 개발해 국내에 상품화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정책 결정에 있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통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는 조건 불이행 시 허가를 중단·회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플랫폼에 통합된 데이터가 실제 서비스에 반영된 이후 이를 되돌리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평가다. 레드버튼 등 기술적 조치는 사전 통제 장치로 의미가 있지만, 이미 개방된 데이터가 국내 플랫폼 생태계에 미칠 잠식 효과를 제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결정 이후 산업계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등 6개 유관 단체는 “이번 결정이 국내 공간정보 산업 전반에 상당한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가 자율주행·디지털트윈·스마트도시 등 미래 전략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만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임을 역설했다. 

 

김대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장은 “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린 만큼 국내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호와 육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데이터 개방에 상응하는 수준의 국가 투자 확대와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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