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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삼성물산 이영호 vs 현대건설 박동욱 '재무통' 공통과제는?

삼성·현대차 각 그룹 재무 전문가…계열사와 합병 추진 시 진두지휘 역할 전망도

2018.02.19(Mon) 21:40:38

[비즈한국]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건설종가인 현대건설은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이다. 이러한 관계는 최근 단행된 최고경영자(CEO)인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대건설은 지난 1월 5일 박동욱 부사장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같은 달 9일 이영호 부사장을 내부 승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두 사람은 입사 이후 줄곧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재무통’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삼성과 현대차 두 그룹이 악재의 연속인 국내·외 건설시장 반영과 조직의 안정을 위해 내부 발탁 인사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왼쪽)과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사진=각 사 제공


건설업계는 해외 시장을 지탱해 온 중동시장이 저유가 시대 장기화로 발주 물량이 급감하는 추세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완화 양상과 달리 문재인 정부 들어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건설업계 국내 부문의 실적을 뒷받침 해 온 주택시장도 침체가 전망되고 있다.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축소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도 건설업계에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회사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재무 출신 CEO가 선호되고 있다. 두 사람은 그간 소문만 무성해 온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본격 추진될 경우 진두지휘해야 하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분야는 재무 전문 영역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삼성과 현대차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각 이영호 사장과 박동욱 사장을 선임한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시공능력평가는 삼성물산, 경영실적에선 현대건설 

 

시공능력평가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현재 1위지만 매출 등 경영실적에선 현대건설이 월등한 상황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4년부터 4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가가 건설업체를 선정하는데 참고로 제공하기 위해 1962년부터 매해 공시되고 있다. 건설사의 전년도 공사실적, 경영 및 재무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해 각 업체가 1건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금액으로 환산한다. 

 

현대건설은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62년부터 2003년까지 4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러한 현대건설의 아성을 깨고 2004년 처음으로 1위에 올랐고 2005년까지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004년 평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현대건설은 시공능력 평가 4개 항목 중 경영상태를 제외하고 공사실적과 기술능력, 신인도 평가에서는 모두 1위를 차지했지만 경영 및 재무상태에서 삼성물산에 크게 뒤져 2위로 내려갔다. 현대건설은 당시 워크아웃 상태에 빠져 있어서 경영 평가에서 불리한 상황이었다. 평가기준을 놓고 시공능력평가가 건설사의 시공능력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를 기록했다. 당시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소속이었다.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현대건설은 6년 만인 2009년 1위를 탈환해 2013년까지 5년 연속 1위에 머물렀다. 삼성물산은 9년 만인 2014년 1위에 올라 2017년까지 4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에선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에 비해 월등한 편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7년 매출 11조 9829억 원, 영업이익 5015억 원을 거뒀다. 수익성 강화에 치중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은 7.5%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362%나 늘었다. 

 

반면 현대건설은 2017년 매출 16조 8544억 원, 영업이익은 1조 119억 원을 기록했으나 2015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를 달성했다. 현대건설의 전년대비 매출은 10.5%와 영업이익은 12.7% 줄어든 수치다. 

 

# 제일모직과 합병에 일조,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실현되면 지휘 가능성 

 

삼성물산은 지난 1월 건설, 상사, 리조트 등 각 부문별 대표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건설부문장으로 이영호 부사장이 임명됐다. 이영호 사장은 재무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재무통’이다. 이 사장은1985년 삼성SDI의 전신인 삼성전관에 입사해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 등을 거쳐 2003년 삼성SDI 상무를 역임했다. 이후 2005년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 상무, 2006년 삼성 전략기획실 상무를 거쳐, 2010년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전무로 재직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소재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옥. 사진=임준선 기자


이 사장은 2012년부터 삼성물산으로 이동해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2015년부터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겸임했다. 그는 앞으로 이러한 경력을  살려 건설부문의 구조조정을 비롯한 회사의 체질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임 최치훈 사장 때부터 이어져 온 수익성 위주의 수주 방향성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15년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에서 천문학적 손실을 봤다. 이후 재무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불확실성이 큰 해외사업 비중을 축소한 상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해외 수주에서 2016년까지 매해 50억 달러대를 기록했으나 2017년 엔 15억 달러대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수익성 강화에 치중하면서 2017년 5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2016년 영업이익에 비해 14배나 늘었다. 

 

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재무 전문가인 이영호 사장의 발탁도 이런 부문을 감안한 인사라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그룹 승계 최대 관문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주도한 인물도 최치훈 당시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었다. 이영호 사장은 삼성물산 CFO(최고재무책임자)이자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실무를 총괄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 간 합병설은 최근 더욱 강하게 대두된다. 우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판교 본사시대를 마무리하고 오는 3월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이전한다. 또한 올해 초 신설된 조직인 삼성물산 ‘EPC 경쟁력강화 TF’도 합병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TF장은 옛 미래전략실 출신인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다. 김명수 부사장은 무산되긴 했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건을 담당했던 인사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현실화 될 경우 이영호 사장이 지휘를 맡고 실무 총괄은 김명수 부사장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업무에서 겹치는 부분도 상당하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자본잠식 상태인 삼성엔지니어링 부문의 재무 상태도 호전될 수 있고 업무영역의 정비로 시너지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합병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 3년 연속 1조 원 영업이익 달성에 역할, 정의선 승계 한 축 현대엔지니어링 합병건 대두  

 

박동욱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건설의 새로운 CEO를 맡게 됐다. 2011년 현대건설 사장에 취임해 201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온 정수현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인 신사옥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상근고문을 맡으며 물러났다. 박동욱 신임 사장은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이후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처럼 재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온 재무 전문가다. 

 

서울 종로구 계동 소재 현대건설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박동욱 사장은 1999년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겨 재무관리실장(전무)을 끝으로 지난 2011년 다시 현대건설로 돌아와 재경본부장을 지냈다. 그는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계속 재경본부장을 맡아왔다. 

 

박 사장은 국내·외 현대건설 현장 재무상황을 꿰면서 꼼꼼한 일처리를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2015년 현대건설의 업계 최초 영업이익 1조 원 돌파에 이어 2017년까지 3년 연속 1조 원 달성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반포 주공1단지 수주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사장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사업에서 쿠웨이트·이라크 지역의 지연 공사를 본격화하고 시장 다변화를 위해 싱가포르 등 동남아 지역에서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1만 7000여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출혈 경쟁이란 민낯을 드러냈지만 반포 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 성공을 바탕으로 현대건설은 대규모 재건축에서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간 합병이 본격 추진될 경우 박동욱 사장이 지휘를 맡게 될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그룹 승계와 현대건설의 지배 강화를 위한 차원에서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설은 오래전부터 대두돼왔다. 2014년 4월 현대엔지니어링의 현대엠코를 합병 전후로 현대건설의 현대엔지니어링의 보유지분은 72.55%에서 38.62%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와 합병에 따른 신주교부 방식으로 기존 현대엠코의 최대주주였던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역시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11.67%를 갖게 됐다.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의 최대주주인 현대차와 2.28%, 3대 주주인 기아차 지분 1.7%도 가지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하게 되면 정의선 부 회장은 현대건설 개인 최대주주가 될 뿐만 아니라 합병 비율에 따라 현대건설 지분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합병과 관련해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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