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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카허 카젬 사장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는 시작일 뿐?

GM인도 시절 내수 철수…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vs 최종식 쌍용차 사장 3위 싸움

2018.02.14(Wed) 21:57:25

[비즈한국]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프롤로그

 

국내에서 자동차(완성차)를 제조하는 곳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르노삼성), 5개사다. 지난 ‘현대차 vs 기아차’ 편(관련기사 [CEO 라이벌 열전] ‘재무통 형제’ 현대차 이원희 vs 기아차 박한우)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의 CEO를 다룬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왼쪽부터). 그래픽=우종국 기자


국내 승용차 시장은 ‘2강 3약’ 구도다. 5개 메이커의 지난해 국내 승용차 판매 점유율은 현대자동차 39.5%(제네시스 브랜드 포함), 기아자동차 34.9%, 쉐보레(한국GM) 9.5%, 쌍용자동차 8.1%, 르노삼성 7.7%다(QM3, 임팔라 등 일부 수입차량 국산브랜드에 포함).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75%에 가깝다 보니 나머지 3사는 각 10% 미만의 점유율에 그친다. 

 

# ‘엔지니어’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GM 사장

 

호주 출신의 카허 카젬 사장은 1991년 호주 아델레이드 대학교를 졸업했고, 전공은 전기전자공학이다. 1995년 GM 호주에 입사 후 GM ‘홀덴(Holden)’ 브랜드 생산부문에서 여러 핵심 직책을 맡았다. 한국GM은 한때 호주 홀덴에서 생산한 대형 세단 스테이츠맨, 베리타스를 수입해 ‘GM대우’ 브랜드로 판매하기도 했으나, 저조한 판매량으로 국내에서 단종된 바 있다. GM은 2014년 호주 철수를 선언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사진=한국GM


카젬 사장은 2009년 GM 태국 및 아세안 지역 생산 및 품질 부사장을 역임했고, 2012년 GM 우즈베키스탄 사장에 선임됐다. 2015년 GM 인도 최고운영책임자(COO)와 2016년 GM 인도 사장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한국GM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흔히 자동차 제조사의 대표이사는 엔지니어, 영업통, 재무통 등으로 구분된다. 엔지니어의 경우 순수 개발인력은 연구소 책임자를 맡는 경우가 많고, 대표이사급이 되려면 공장장을 지내는 등 생산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카젬 사장은 생산관리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왔다.

 

지난해 8월 카젬 사장이 한국GM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가 직전까지 재직하던 GM 인도가 2017년을 끝으로 내수 생산을 중단하고 수출공장만 운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상황을 잘 보도한 인도 매체 ‘더힌두비즈니스라인(The Hindu Business Line)’ 보도(2017.5.18. End of the road in India for GM)에 따르면, GM 인도가 이런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16년 6월부터다. 카젬 사장의 GM 인도 대표이사 임기는 2016년 1월 시작됐다. 

 

한국GM이 군산공장 철수를 발표한 지난 13일은 카젬 사장이 임기를 시작한 지 다섯 달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GM 인도가 내수 철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카젬 사장이 GM 인도를 맡은 지 여섯 달째다. 군산공장 철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뜻이다. 

 

2017년 GM 인도 내수 판매는 21%가 줄었으나 수출 호조로 생산량은 16% 늘었다. 당시 스테판 자코비 GM 부회장은 “인도 시장에 투자한다 해도 돌아올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카젬 사장은 4월 28일 생산을 중단한 인도 할롤 공장의 인력 1100명을 탈레가온 공장으로 옮길 것이라고 직원들 앞에서 얘기했다. 

 

위 보도에 따르면 매각이 추진되던 할롤 공장은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가 매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자동차는 인력 승계 없이 공장만 인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해당 보도가 나온 지 넉 달도 되지 않아 카젬 사장은 한국GM에 부임해, 임기 2년 4개월째인 제임스 김 사장의 뒤를 이었다. 지난해 8월 17일 글로벌 GM 보도자료에 따르면 카젬 사장은 “한국GM의 재무 건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해 직원들 및 협력사들과 긴밀히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자코비 부회장은 “카젬 사장은 카 가이(car guy)로서 생산 관리 및 자동차시장의 핵심 시장에서의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 왔다”고 말했다. 

 

카젬 사장의 한국GM CEO 지명 때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수식어와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지자 당시 한국GM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GM의 어느 지사에서 오더라도 구조조정이 연관될 수밖에 없다. 카젬 사장은 호주 GM 연구소에 입사해 생산품질 등을 담당했으며, 자동차를 만드는 연구원이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생산부문 효율화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카젬 사장이 떠난 GM 인도의 차기 CEO는 재무통 산지브 굽타 사장이 이었다. 굽타 사장은 2003년 GM에 합류해 오토 파이낸싱, 사내 재무담당, 재무설계분석 담당 등을 맡았다. 2013년 9월 US 세일즈 오퍼레이션즈 파이낸스 디렉터를 맡은 뒤 GM 인도 사장에 부임했다.

 

GM은 한국시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영업통인 제임스 김 전 사장을 선임했다가 신통치 않자 생산관리 전문가인 카젬 사장을 한국으로 보냈다. 이후 수순으로 재무통 사장이 올지 지켜볼 일이다. 

 

카젬 사장은 지난 13일 한국GM 군산공장의 생산중단을 발표했다. 이후 이어질 군산공장의 매각 여부, 매입 주체, 나머지 세 공장인 부평1·부평2·창원공장의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 ‘재무통’ 도미니크 시뇨라(Dominique Signora)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자동차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첫 입사 후 27년째를 보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자동차 제조 관련 업무는 한 적이 없는 ‘뱅커(은행원)’에 가깝다.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사진=르노삼성자동차


1991년 RCI(Renault Credit Institution Ltd.) 뱅크에 입사해 이탈리아 지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RCI 뱅크 스페인에서 행정과 재무 디렉터가 된 후, 1996년부터 브라질, 유럽, 2002년 멕시코, 2005년 태국에서 근무했다. 2006년 한국 RCI 뱅크에서 4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뒤 2010년 일본으로 옮겨 닛산자동차의 판매·재무 담당을 맡았다. 2012년 미국의 지역 디렉터를 맡았고 2016년 RCI 뱅크&서비스 부사장에 선임됐다. 2017년 11월부터 한국에서 르노삼성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시뇨라 사장은 2016년 RCI 뱅크 & 서비스 부사장 선임을 계기로, 그가 졸업한 에섹 비즈니스 스쿨의 동문지(ESSEC Alumni)와 인터뷰를 가졌다. 질문자가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는 것은 요즘 보기 드물다”라는 질문에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그러나 한 회사에서 일한다고 해서 커리어의 다양성을 방해하진 않는다. 여러 나라에서 일했고, 닛산자동차에서도 일해 봤다. 한 회사에서 일하더라도 다양한 경험을 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해외 경험은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야 하므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라고 답했다. 

 

이 보도에서 그는 한국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여러 나라에서 일했는데, 어떤 문화적 차이가 가장 인상 깊었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여러 나라의 사례를 언급하던 중 “단지 몇 년 동안 그 나라에 사는 것만으로 현지 언어를 익히기에 충분치 않다. 초보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에 크다. 예를 들어 한국 문자는 표음문자(vocal)이므로 익히기 쉽다. 그러나 한국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어처럼 한국말은 다양하게 변하는 어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RCI 뱅크에서 한 일은 자동차 관련 파이낸싱이다. 위 인터뷰에서 그는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규모가 큰 소비재이기 때문에 쉽게 살 수 없다. RCI 뱅크의 임무는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일을 소개했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일을 했지만 그는 금융맨으로 볼 수 있다. 시뇨라 사장이 르노삼성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는 금융맨으로서의 커리어보다는 한국에서 보낸 4년간의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뇨라 사장 취임은 전임 박동훈 전 사장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이뤄졌다. 2013년 9월 르노삼성 영업본부장으로 입사한 박 전 사장은 다음해 4월 프랑수아 프로보 전 사장 후임으로 르노삼성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박 전 사장은 2016년 SM6와 QM6를 출시시키며 르노삼성의 ‘리바이벌 플랜’ 달성과 재도약에 공헌했다. 르노삼성은 2013년 내수 판매 6만 대에 그쳤지만, 박 전 사장이 입사하면서 매년 성장해 2016년 11만 대를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박 전 사장은 폭스바겐코리아 대표 시절 배출가스 조작 사실을 인지하고도 국내 판매를 강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지난해 10월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박 사장의 갑작스런 퇴임에 대해 ‘구속 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2월 13일 시뇨라 사장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언론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한국GM이 군산공장 철수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뇨라 사장은 “경쟁사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 다만, 한국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고객은 매우 까다롭다. 한국 고객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중요하다”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말했다. 

 

현대·기아차 등 경쟁사들이 올해 신차를 활발히 내놓는 데 비해 르노삼성은 SM3, SM5, SM7 등의 모델을 대체할 신모델이 계획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시뇨라 사장은 “아시다시피 르노삼성은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QM6·SM6·QM3는 프리미엄 이미지로, SM3·SM5·SM7은 가성비 전략으로 판매한다. SM5는 2017년에 전년보다 판매가 늘었다. 단종 우려가 있으나 올해 SM5 판매 목표는 전년보다 3000~4000대 높게 잡았다. SM7 역시 마찬가지로 SM7 LPe 같이 충분히 판매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단종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단일공장인 부산공장은 지난해 26만 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12만 대가 미국 수출용 로그 물량이다. 로그 생산은 내년 말 계약이 완료된다. 이에 대해 시뇨라 사장은 “닛산 로그의 르노삼성 생산 결정의 근간은 부산공장 경쟁력 혁신 약속이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50여 개 공장 중 중간에 못 미쳤던 생산 경쟁력이 지금은 그룹 내 4위로 올라섰다. 같은 차종을 생산하는 미국 스머 공장, 일본 규슈 공장을 넘어서겠다는 약속을 하고 생산을 할 수 있었다. 철저하게 경쟁력을 높여 그룹 내 강자가 되고 물량확보를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 ‘영업통’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쌍용차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2016년 르노삼성에 뒤이어 승용차 내수판매 5위였던 쌍용차는 지난해 근소한 차이로 르노삼성을 제치고 내수판매 4위에 올랐다. 지난해 출시한 G4 렉스턴과 올 초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가 각 1월 1900대 판매를 넘기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조심스레 3위의 야망도 내비친다. 티볼리는 1월 4507대 팔리며 여전히 차종별 내수판매 10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최종식 쌍용자동차 사장. 사진=쌍용자동차


2010년 영업부문장으로 쌍용차에 입사한 최종식 사장은 2015년 3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최근 쌍용차의 인기를 견인한 모델인 티볼리는 2015년 1월 출시됐다. 최 사장이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한 것은 3월 정기주주총회지만, 연말 인사에서 선임됐으므로 티볼리가 최 사장의 데뷔전이라 할 만하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7년 현대차에 입사해 수출기획부장, 승용마케팅 부장, 캐나다 현지법인 판매부장을 지냈다. 1993년 현대차 미주법인 캐나다 담당 부사장(이사대우), 1997년 현대차 경영관리실장, 마케팅실장(이사), 1999년 기아차 마케팅실장(상무), 2001년 현대차 기획실장, 마케팅 총괄 부사장, 상용차 판매 본부장, 현대차 미주 판매법인 법인장(전무, 부사장)을 지냈다. 

 

2007년에야 현대차를 떠난 그는 중국 화태 자동차 부총재 겸 판매회사 총경리(사장), 2008년 영창악기 중국법인 총경리(사장)을 지내다 2010년 쌍용차로 영입됐다. 현대차그룹에서 국내 마케팅, 해외 마케팅, 현지법인 근무, 경영관리, 상용차 판매 등을 담당하며 영업 전반에 걸쳐 폭 넓은 경험을 한 점이 강점이다. 

 

올 1월 출시한 렉스턴 스포츠는 보름 만에 계약건수 6000대를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 출시를 앞두고 가격 선정에 있어 재무본부와 영업본부에서 이견이 있었다. 재무 쪽에서는 원가부담 등을 고려해 현재 가격보다 300만 원 높게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영업 쪽에서는 많이 팔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종 결정권자인 최 사장은 결국 ‘영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300만 원 높은 가격은 현대차 싼타페와 정면대결을 의미한다. 공장가동률과 점유율 등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결과 렉스턴 스포츠는 G4 렉스턴과 거의 비슷한 성능과 인테리어에도 100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돼 ‘가성비 갑’으로 계약자가 몰리고 있다. 

 

박 사장은 1월 9일 렉스턴 스포츠 신차출시회에서 “올해 11만 대를 판매해 내수판매 3위를 내심 기대한다”고 말했다. 군산공장 철수를 발표한 한국GM은 판매량이 줄 것이 확실하고, 르노삼성 또한 준중형 해치백 클리오 외에 특별한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 쌍용차가 ‘만년 5위’를 탈피해 3위로 치고 오를 절호의 기회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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