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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업계·노조 맞물린 '카드 수수료 인하' 갈등 폭발 속사정

카드사 볼멘 소리에 정부는 단호한 입장…법안 도입 추진, 헌법 소원까지 제기

2018.02.28(Wed) 16:49:34

[비즈한국] 오는 7월 시행될 카드 수수료 인하를 앞두고 업계 안팎에서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정책으로 정부는​ 10만여 개의 영세 업체가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수수료는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이라 실효성이 없으며 소비자 혜택만 줄어든다는 반론도 나온다.

 

그래픽=이세윤 PD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부터 소액 카드 결제가 많은 일반 가맹점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하할 예정이다. 현금 대신 카드결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영세 업체들의 경영 부담이 늘어나면서, 완화 장치 중 하나로 카드 수수료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맹점 수수료의 원가 개념인 ‘밴 수수료’ 정책이 개선된다. 가맹점들이 지불하는 카드 수수료에는 밴사와 밴 대리점이 업무 대행으로 가져가는 밴 수수료가 포함돼 있다. 정부는 밴 수수료에 소액 결제일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정률제를 도입한다. 기존에는 1만 원 상품이든, 1000원 상품이든 결제 건별로 100원씩 수수료가 부과(정액제)됐다.


금융위는 이번 정책으로 평균 7000원가량의 소액 결제가 많은 편의점, 약국, 제과점 등 10만여 개의 업체가 연평균 200만~300만 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하 대상과 인하 폭 등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금융위는 향후 당정협의 등을 거쳐 확정, 발표할 방침이다.

 

인하된 수수료만큼 카드사에겐 부담이다. 그러나 이번 카드 업계 논란은 수수료 인하에 따른 실적 부담보다는 정책이 시행되는 ‘시점’에 초점이 맞춰진다. 카드 수수료율은 원가와 자금조달 비용 등으로 구성된 적격비용을 산정, 3년에 한 번 씩 정해지는데, 2019년 1월이 재산정 기간으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밴 수수료 정책을 미리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재산정도 ‘인하’로 가닥이 잡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정률제를 조기 적용해 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에 있어서도 인하 효과를 극대화 할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과거 수수료 인하 과정을 보면 카드업계의 불만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카드 수수료는 2007년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합리화 방안’이 나온 이후 수차례 인하됐다. 정부 개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3년마다 수수료를 재산정 하기로 결정했지만, 앞서의 밴 수수료 인하, 카드사가 영세 업체에 적용할 수 있는 최고 수수료율을 제한한 ‘우대수수료율’과 같은 정책은 감독규정 변경만으로 바꿀 수 있어 사실상 수수료는 수시로 인하됐고 적용 범위도 점차 확대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무조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업계에서도 시장논리에만 따라 수수료를 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있어 그동안 협조해온 것”이라며 “문제는 최근이다. 수수료가 인하만 되면서,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인데 영세 업체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통계상으로는 수수료 인하 효과가 나오겠지만, 실제 체감하는 효과는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에 따라 카드사들이 꺼내든 선택지는 마일리지, 카드 포인트 적립률과 부가서비스 축소 등이다. 금리인상으로 더 이상 현금서비스나 대출 등으로만 손실분을 메울 수 없다는 논리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국내 8개 카드사는 카드 수수료율이 본격적으로 인하된 2013년부터 2017년 6월까지 372건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했다. 대부분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비용 보전을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도 카드사들은 각각 가맹점 할인 등과 같은 프로모션, 부가서비스 등을 축소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마디로 소비자 편익이 줄어드는 셈이다.

 

오는 7월부터 카드 수수료가 인하된다. 이와 별도로 금융위원회는 카드사 원가분석 작업을 올해 상반기 내에 끝내고 영세·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율 조정 등 추가적인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방안 마련할 예정이다. 사진은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 될 전망이다. 정부의 입장이 단호하고, 정치권에서도 경쟁적으로 수수료 인하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데, 최근 6개 카드사 노조(신한·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가 정부 정책에 대한 위헌 소송과 법안 발의를 검토하는 등 조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먼저 정부는 상반기 중 카드사 원가분석 작업을 거쳐 앞서의 언급된 정책에 더해 추가적인 카드 수수료 종합 개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의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007년까지 카드사들은 카드 결제 건수가 많은 대형업체에게는 낮은 수수료를, 반대의 경우인 영세 업체에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왔다. 수수료율 상한선도 가맹점 규모, 연매출과 관계없이 4.5%로 고정돼 있었다”며 “전형적인 시장논리에만 따른 수수료 적용 방식이었다. 한꺼번에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없어 역대 정부가 점차 줄여 왔다. 일정 연매출 미만인 가맹점을 영세 업체로 구분하는 등의 방식으로 세분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정부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5일 영세·중소가맹점에서 1만 원 이하 소액카드결제를 할 때는 수수료를 면제하는 법안을 냈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7일 우대수수료 적용 기준이 되는 연매출을 산정할 때 세금과 부담금을 제외하는 법안을 냈다. 2월 창당한 민주평화당은 1호 법안으로 우대수수료율 상한을 낮추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맞서 카드사 노조도 국회를 통해 법안 발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노조가 직접 법안 도입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 가맹점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율 하한제가 대표적이다. 소상공인의 경영부담을 낮추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부담이 카드사에게만 전가되는 건 불공평하고 카드결제 시장의 참여자인 대형 가맹점도 동참해야한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이번 정부 카드 수수료인하 정책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등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드 수수료 인하 때마다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번엔 어느 한 쪽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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