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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잘 날 없는 오리온그룹, 다시 부각되는 승계구도

오리온 "당선축하금 사실무근 법적 조치…회장 부부 젊어 경영승계 논할 때 아냐"

2018.03.20(Tue) 11:29:44

[비즈한국] 오리온그룹은 부부경영으로 유명하다.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은 남편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함께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96~2000년 동양제과(현 오리온) 부사장으로 취임한 후 2001~2011년에는 오리온 사장을 지냈고, 2012년 부회장에 올랐다.

 

이 부회장은 그간 외식·엔터테인먼트 관련 계열사의 임원을 겸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힘썼다. 하지만 메가박스, 온미디어(현 CJ E&M), 롸이즈온(베니건스 운영 법인) 등을 연이어 매각하면서 이 부회장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이 부회장은 영화 배급사 쇼박스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비롯해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고 전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왼쪽)과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사진=오리온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는 슬하에 딸 두 명만 뒀다. 장녀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과 첫째사위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에게 동양그룹을, 차녀인 이화경 부회장과 둘째사위 담철곤 회장에게 오리온그룹을 물려줬다. 이 부회장은 1976년부터 동양그룹에서 근무해 경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오리온그룹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금 1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을 제기한 MBC는 담철곤 회장이 아닌 이화경 부회장의 지시로 자금 전달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그룹 내에서의 이 부회장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오리온그룹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금전을 전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MBC에 내용을 제보한) 조경민 전 사장에 대해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오리온 본사. 사진=최준필 기자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이 아니더라도 담 회장과 이 부회장 부부는 지난해부터 이슈에 올랐다. 지난해 2월 동양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는 증여세 포탈 혐의로 담 회장을 고발했다. 비슷한 시기 처형인 이혜경 전 부회장도 횡령 혐의로 담 회장을 고소했다. 담 회장이 이양구 창업주가 차명으로 소유했던 회사 ‘아이팩’의 지분을 빼돌려서 225억 원의 회사 돈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7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담 회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이혜경 전 부회장이 불복해 항고했고, 지난 2월 1일 검찰은 재기수사에 들어갔다. 재기수사는 결론이 난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미 판결이 나왔지만 일부 부분을 정확히 보자는 것이지 판결 자체가 달라진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이화경 부회장이 4억 2400만 원 규모의 회사 소유 미술품을 빼돌린 혐의를 발견해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연일 이슈에 오르다보니 담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에도 시선이 쏠린다. 담 회장 부부는 1남 1녀를 두고 있다. 장녀인 담경선 씨(33)는 현재 오리온재단 과장으로 근무 중이고 장남인 담서원 씨(29)는 중국에서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이 화교 출신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오리온그룹 지주회사 오리온홀딩스는 (주)오리온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교환을 실시했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리온홀딩스는 유상증자를 단행해 (주)오리온 주주들이 가진 주식과 맞바꿨다. 유상증자 후 오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주)오리온의 지분은 12.08%에서 37.37%로 늘었다.

 

주목할 점은 담 회장 일가도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한 것이다. 증자 후 담 회장 일가의 오리온홀딩스 지분은 28.47%에서 63.8%로 늘었다. 담경선·서원 씨의 지분 역시 각각 0.53%에서 1.22%로 증가했다.

 

1.22%로 지분이 늘었지만 그룹을 승계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담경선·서원 남매는 각각 (주)오리온 지분을 0.13% 갖고 있다. 19일 종가 기준 (주)오리온의 주가는 12만 500원으로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 각각 63억 9400만 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이 돈을 증여세로 활용할 수 있다.

 

이양구 창업주는 그룹을 사위들에게 넘겨줬지만 최근에는 오너 일가의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누나인 담경선 과장이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 회장 부부는 아직 60대 초반의 젊은 나이기에 경영 승계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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