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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뉴페이스] 2년 만의 분가 살림, 이상호 11번가 대표

규모 확장은 충분, 관건은 흑자전환…전략 새롭지 않지만 운용의 묘 살릴까

2018.07.24(Tue) 10:41:45

[비즈한국] SK플래닛 품을 떠나 독립법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오픈마켓 ‘11번가’ 새 수장으로 이상호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47)이 지난 19일 내정됐다. 이상호 대표이사 내정자는 검색·음성인식 기술 전문가로 ICT 기술을 접목, 11번가를​ ‘한국의 아마존’으로 성장시킬 적임자로 꼽힌다.

 

이 내정자는 1971년생으로 동국대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KAIST 자연어처리 석사, 음성처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LG전자기술원 선임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05년 첫눈 검색랭킹팀장, 2006년 NHN 검색품질랩장을 역임했다. 2013년 다음커뮤니케이션 검색그룹장을 거쳐 2014년 카카오 추천팀장을 지냈다. 2016년 SK플래닛 기술총괄(CTO)로 영입돼 지난해부터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사업부장을 맡았다. 

 

9월 1일 법인을 독립할 예정인 11번가 새 대표로 내정된 이상호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 사업부장(47). 사진=11번가 제공, 그래픽=이세윤 PD

 

11번가 업그레이드추진단장을 겸하고 있는 이 내정자는 2016년 SK텔레콤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 탄생을 진두지휘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업계에서 기술적인 실무 능력이 뛰어나 실력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라며 “주변 사람에게 잘해 따르는 사람이 많고 평이 좋다”고 전했다. 

 

11번가 법인 독립은 2016년 SK플래닛에 합병된 뒤 2년 만이다. 살림을 합친 지 얼마 안 돼 다시 갈라서는 셈이다. SK플래닛 자회사인 커머스플래닛은 2008년 오픈마켓 서비스 11번가를 처음 선보였다. SK플래닛이 2016년 2월 커머스플래닛을 흡수합병하면서 11번가 운영을 맡았다. SK플래닛은 SK그룹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11번가의 체질 개선을 자신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합병 당시인 2015년 59억 원이던 11번가 영업적자는 2016년 3650억 원, 2017년 3497억 원으로 늘었다.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벌어진 ‘치킨게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손 놓고 두고 볼 순 없었다. SK플래닛은 11번가 매각을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성사가 쉽지 않았다. 2016년 중국 민성투자유한공사와 1조 3000억 원 투자 협상을 이끌어냈지만 사드 보복으로 무산됐다. 롯데·신세계 등과 지분매각을 논의했다가 결렬되기도 했다.

 

SK플래닛은 고민 끝에 지난 6월 이사회를 통해 11번가를 독립시키기로 결정했다. 31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이 이뤄지면 11번가 신설법인은 9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SK플래닛이 11번가를 떼어 놓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 성장세를 봤을 때 포기하긴 어렵지만 가지고 있기엔 SK플래닛 전체 실적을 갉아먹는 애물단지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4년 45조 3000억 원에서 2017년 78조 2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업계는 2018년에 시장 규모가 100조 원을 넘어서리라 전망한다. 11번가는 ‘적자 릴레이’를 해왔지만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회원 수는 400만 명에서 2650만 명으로 6.6배 증가, 결제상품 수량은 600만 건에서 1억 5000만 건으로 37.5배 늘었다. 지난해 거래액은 9조 원가량. 단일 채널을 기준으로 하면 11번가 거래액 규모는 국내 1위다. 

 

결국 이 내정자가 떠안은 첫 숙제는 체질개선, 흑자전환이다. ‘총알’은 두둑이 장전했다. 국민연금이 3500억 원, H&Q코리아가 1000억 원, 새마을금고가 500억 원 출자하고 H&Q코리아가 운용을 맡은 사모펀드(PEF)를 통해 5000억 원을 투자받았기 때문이다. 11번가가 SK플래닛에서 독립한다는 조건이 내걸렸다. 11번가가 충분한 시장성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주목할 것은 앞으로의 전략이다. 11번가는 먼저 물류망을 손봐 배송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11번가 배송은 오픈마켓 판매자가 각자 책임진다. 11번가는 앞으로 CJ대한통운 등 전문 물류 업체와 제휴를 맺어 배송을 일임하는 방법을 타진 중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 제공에도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큐레이션(상품 추천 기능)은 이(e)커머스 업계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화두가 지속될 전망이라는 것. 또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과 협업해 콘텐츠 상품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계열사 시너지를 다시금 기대한다.

 

11번가가 내놓은 전략은 이전과 비교해 새롭진 않다. 신설법인으로 새로 시작하며 대표도 새로 뽑은 만큼 어떻게 운용해낼지 두고 볼 일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치열하게 전개될 경쟁에서 11번가는 독립 이후 커머스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신설법인 11번가의 기업 가치는 2조 5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SK플래닛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SK플래닛 직원 1600여 명 중 1000여 명이 11번가로 옮겨갈 예정이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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