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암과의 전쟁에서 싸우는 방식이 달라졌다. 국내 바이오 기업 오스코텍과 현대ADM바이오는 암세포를 직접 타격하는 대신 생존 전략인 ‘내성’의 근본 원인 공략에 나섰다. 암세포의 회피 경로를 막거나 물리적 장벽을 허물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다만 복잡한 내성 기전과 병용요법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최근 오스코텍과 현대ADM바이오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로 꼽히는 내성을 극복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더 센 항암제를 개발하기보다는 암세포를 굶기거나 주변 장벽을 허물어 기존 치료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식에 도전 중이다.
#오스코텍, 암세포 출구전략 막지만 ‘숨겨진 통로’가 문제
항암 치료는 1차 치료제가 듣지 않으면 독성이 더 강한 2차 치료제, 3차 치료제를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암은 더 악성이 되고 치료 지속기간도 짧아진다. 기존 항암제 연구가 내성이 발생했을 때 다른 기전의 항암제로 전환하는 방식에 주목했다면 오스코텍은 암세포가 항암제를 맞닥뜨렸을 때 스스로 유전체를 복제해 몸집을 불리며 동면에 들어가는 ‘배수체’ 전략을 취하는 데 주목한다. 배수체 형성을 차단함으로써 후발 내성 발생 과정 자체를 차단하는 게 오스코텍의 ‘항내성 항암제’의 핵심이다. 암세포가 치료제에 내성을 갖게 되는 근본 원인을 차단하고 재발을 억제해 병용 투여하는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지속시킴으로써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인베스터데이 행사에서 “항암제 개발은 내성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얼마나 약효가 오래 지속되느냐, 재발을 늦추냐의 문제일 뿐이지 대부분의 말기 암에서는 어떤 치료제를 써도 내성이 생기고 재발하게 되는데 특정 암에서 내성을 일으키는 주된 요소를 찾아가는 게 우리 연구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코텍은 항내성 항암제 후보물질 4종을 보유 중이며 지난해 5월과 11월 각각 미국과 국내에서 ‘OCT-598’의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다만 한계점은 있다. 내성은 다양한 경로로 생기는 것이어서 과학적으로 내성 가능성을 100% 제거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주된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찾는 암세포 특성상 또 다른 돌연변이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표도 “내성의 전체 메커니즘을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현대ADM바이오, 암세포 주변 장벽 허물어 ‘약물 길’ 확보
현대ADM바이오의 접근법은 한발 더 나아간다. 현대ADM바이오는 치료 과정에서 암세포가 주변의 기질세포(CAF)를 자극해 딱딱한 세포외기질(ECM) 장벽을 과도하게 생성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약의 효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도착조차 못한 만큼 약물 접근을 막는 물리적 장벽인 ‘가짜 내성(Pseudo-resistance)’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현대ADM바이오는 지난 60여 년간 구충제로 사용된 ‘니클로사마이드’ 성분의 생체이용률을 높인 ‘페니트리움’을 앞세운다. 페니트리움은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활성을 낮추는 ‘대사적 디커플링’을 통해 과활성화된 세포들이 ECM을 만드는 연결고리를 끊는다. 정상세포는 에너지 예비력이 있어 대사 활동을 일시 억제하더라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게 현대ADM바이오 측의 설명이다.
현대ADM바이오는 페니트리움을 암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페니트리움의 전립선암 환자 대상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유방암과 폐암 환자 대상 임상 1상 시험계획도 승인받았는데 향후 더 많은 고형암 치료 가능성도 타진할 계획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서도 임상시험 진입 막바지 단계다.
진근우 현대ADM대표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페니트리움 글로벌 심포지엄’에서 “임상을 통해서 내성 환자 중에서 가짜 내성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이 된다면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모든 암의 지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면역 억제를 통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해왔다면 우리는 비면역 억제 방식으로 가능성을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원동 현대ADM바이오 회장은 “전립선암에 대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도 곧 신청할 것”이라면서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서는 이미 해외 CRO(임상시험 수탁기관) 업체와 대행 계약을 체결했고 국내와 미국에서 동시에 임상을 신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다만 장벽을 허무는 게 오히려 암세포 전이를 촉진할 수 있어 이를 불식하는 게 과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병용요법’의 역설…높은 비용과 독성 억제 관건
두 기업이 접근법은 다르지만 암세포를 직접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트렌드인 병용요법에 기반을 두었다. 비용과 독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스코텍은 표적항암제 도세탁셀과 OCT-598을 병용하고, 현대ADM바이오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페니트리움을 함께 사용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도세탁셀은 독성이 강한 대표적인 항암제로 꼽히고, 키트루다는 약가가 비급여 기준 바이알당 210만 원이어서 병용요법이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면 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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