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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희망퇴직, 합병…벼랑 끝 멀티플렉스, 체질개선 안간힘

줄폐점 속 정치권 '홀드백' 도입 기대…CGV '고급화' 롯데 '할인' 자구책

2026.01.28(Wed) 15:48:24

[비즈한국] 멀티플렉스 업계의 생존 압박이 커지며 극장가에 ‘폐점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GV는 1월 들어 3개 지점의 폐점을 공지했고, 롯데와 메가박스가 합병할 경우 대규모 지점 통폐합이 뒤따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콘텐츠 가뭄으로 영화 산업 전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까지 대책 마련을 서두를 만큼 극장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처지다.

 

영화관 콘텐츠 가뭄이 심해지면서 관객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합병 시나리오에 100여 개 폐점 가능성도

 

CJ CGV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점포 폐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CGV는 이달에만 3개 지점의 폐점을 공지했다. 1월 23일 CGV대구아카데미와 CGV시흥점의 운영을 종료한 데 이어, 31일에는 CGV대구수성점의 문을 닫는다.

 

CGV는 지난해 지점 12곳을 폐점했다. 순천, 목포, 창원, 광주터미널 등 지방 지점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등 상징적 영화관의 운영도 종료됐다. CGV의 극장 수는 2023년부터 감소세다. 2023년 199개였던 CGV 극장 수는 2024년 196개로 줄었고, 2025년 3분기에는 184개까지 감소했다.

 

다른 멀티플렉스 극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메가박스는 2월 1일부터 대전점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성수점 등 5개 지점을 정리했다. 롯데시네마는 1월 11일 안양점 운영을 종료했다. 지난해에는 4개 지점을 정리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달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희망퇴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며 “올해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CJ CGV는 이달 대구아카데미, 시흥점, 대구수성점 등 3개 지점을 폐점한다고 공지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개별 기업 차원의 점포 정리와 인력 감축만으로 구조적 침체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장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과 시장 규모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수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이다. 업계에서는 합병이 성사될 경우 현재 롯데시네마 130여 개, 메가박스 110여 개에 달하는 지점을 통폐합해 총 131개 수준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운영 지점의 절반에 가까운 100곳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사는 지난해 5월 합병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지분율 배분과 자금 조달 문제,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 부담 등이 겹치며 논의가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다만 최근 국내 사모펀드 IMM크레딧앤솔루션(IMM CS)이 합병 법인에 약 4000억 원을 투자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합병 이후 지점 통폐합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도 아직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IMM크레딧앤솔루션이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의 합병 법인에 4000억 원 투자를 검토하면서 국내 영화 산업 재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계열사도 ‘극장 패싱’…홀드백 제도, 극장가 살릴까

 

업계에서는 OTT로의 콘텐츠 쏠림이 심화되면서 극장 폐점 속도가 빨라졌다고 본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이 극장 개봉 대신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우선 배정하면서, 극장가는 만성적인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관객 감소를 견디지 못한 지점들이 문을 닫는 ‘도미노 폐점’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주요 콘텐츠 제작·배급사들의 전략에서도 감지된다. 과거에는 CJ ENM 영화사업부가 대작을 기획할 경우 계열사인 CJ CGV의 극장 개봉이 사실상 전제됐지만, 최근에는 기획 단계부터 OTT 공개를 염두에 둔 프로젝트가 흔하다.

 

2025년 공개된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CJ ENM 영화사업부가 직접 기획·제작한 첫 시리즈물로 주목받았지만, CGV 스크린이 아닌 티빙을 통해 공개됐다. 이후 ‘스터디그룹’, ‘친애하는 X’ 등 영화급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까지 잇따라 티빙 독점 라인업으로 편성되면서, 극장이 그룹 내 콘텐츠 전략의 중심축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객의 관람 행태도 달라졌다.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뒤 비교적 짧은 기간 내 OTT로 공개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극장을 찾기보다 OTT 공개를 기다리는 소비 패턴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관객 이탈이 가속화되자 국회와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뒤 OTT 등에 공개되기까지 의무적으로 유예 기간을 두는 ‘홀드백(Hold-back)’ 제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극장 상영 종료 후 최대 6개월간 타 플랫폼 공개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1월 21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해외는 극장 개봉 후 1년 뒤에나 OTT에서 방영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규정이 없다”며 “사람들이 극장에 갈 이유가 없다. 조금 있으면 OTT에 나오는데 왜 극장에 가겠느냐”며 홀드백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CGV 관계자는 “콘텐츠를 포함한 문화산업 전반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고, 홀드백 등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지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올해 개봉작 라인업도 전년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여 관객들의 극장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개선 논의와 별개로, 콘텐츠 가뭄이 이어지는 현실 속에서 극장들은 각자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도 나섰다. CGV는 상영관 고급화를 선택했다. CGV는 최근 용산아이파크몰 골드클래스를 ‘템퍼 시네마’로 리뉴얼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프리미엄 좌석 중심의 골드클래스를 한 단계 끌어올려 프리미엄 상영관 전략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템퍼 시네마는 리클라이닝 전동 침대에 누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프리미엄 상영관으로, 1인당 관람료는 5만 원 수준이다.

 

반면 롯데시네마는 가격 인하로 관객 유입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롯데시네마는 광교·부천·판교·센텀시티 등 전국 14개 상영관에서 영화 관람료를 1000~3000원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지점별 상황을 고려해 이벤트성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관람료 할인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할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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