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도심 골목마다 24시간 불을 밝히며 자리를 지키는 무인 매장은 이제 일상에 익숙하게 자리 잡았다. 정부는 지난 2022년 말부터 무인 카페나 아이스크림 판매점, 사진관 등을 ‘다중이용업소’ 범위에 포함하고 화재위험평가나 자동문 화재 연동 시스템 의무화 등 안전망을 꾸준히 촘촘하게 좁혀왔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소규모 1층 매장들은 면적과 층수라는 예외 조항에 가로막혀 제도 바깥에 남겨졌다.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아 초기 화재 대응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골목 안쪽 무인 매장들이 합법적으로 방치된 현장을 기자가 직접 확인했다.
동작구 일대의 무인 카페 5곳을 확인한 결과, 3곳에는 소화기가 비치되지 않았다. 무인 카페 사이사이 자리 잡은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동작구 내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 2곳도 확인해봤으나 2곳 모두 소화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서초구에서도 위태로운 풍경은 이어졌다. 취재한 무인 카페 3곳 중 1곳은 소화기가 없었고 1곳은 소화기가 있더라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해당 매장은 내부 공간의 절반가량이 셔터로 굳게 가로막혀 있었다. 점주로 보이는 인물이 나타나 셔터를 조작하자 그제야 안쪽 공간에 놓인 노트북과 책상, 약간의 좌석, 그리고 소화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리자가 없을 때 셔터가 내려진 상태라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용객은 소화기에 손조차 댈 수 없는 셈이다. 1층이라 대피가 쉽다는 법적 전제가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안전 도구조차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로 잘못 전달되고 있었다.
이처럼 현장의 원칙이 무너진 배경에는 ‘1층 소규모 매장’이라는 법적 예외 조항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닥면적의 합계가 33제곱미터 미만이고, 피난이 용이한 지상 1층에 위치한 매장은 이런 소방 설비를 설치할 의무에서 상당 부분 비껴나 있다. 화재 시 대피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이유로 소방안내도 비치, 피난 안내 영상물 상영 등의 의무를 면제해준다. 그러나, 법령 어디에도 소화기 배치를 면제해준다는 말은 없었다.
화재 안전과 관련한 지자체나 프랜차이즈 본사의 안내는 없었다. 기자가 만난 무인 카페 점주들은 소방 관련 교육이나 의무를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랜차이즈 무인 카페 점주는 “화재와 관련해 지자체나 본사에서 교육을 받은 적은 전혀 없었다”며 “그나마 있는 소화기도 친구가 개업 선물로 ‘하나쯤 두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사준 것”이라고 털어놨다. 다른 무인 카페 점주는 “화재보험은 들었지만, 혹시 모르니까 뒀다. 나중에 불이 났을 때 책임소재도 있고 하니까. 대부분은 보험이 보장해주지만 혹시 모르니까”라며 소화기를 둔 이유를 설명했다. 최소한의 안전마저 시스템이 아닌 점주 개인의 양심에 기대 각자도생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이용객들의 인식과 실제 안전 사이의 괴리는 깊었다. 30대부터 70대까지 총 6명의 이용객을 인터뷰한 결과, 무인 점포의 소방 규정이 꾸준히 강화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이용객은 아무도 없었다. 무인 카페를 자주 이용한다는 70대 이용객 4명은 매장에 소화기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당연히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지. 보통 어딜 가나 소화기 정도는 있으니까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구청을 취재한 결과, 무인 점포는 품목에 따라 신고와 관리 주체가 제각각이었다. 완제품을 파는 아이스크림 점포는 세무서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반면, 음료를 제조하는 무인 카페는 ‘식품자동판매기업’이나 ‘휴게음식점’으로 구청에 신고한다. 구청은 인허가 데이터를 쥐고 있지만 이를 소방 당국과 공유하진 않는다. 구청 관계자는 “신규 영업 신고가 수리돼도 이를 관할 소방서와 공유하거나, 무인 점포를 대상으로 구청 측에서 별도의 소방 점검을 나가는 절차나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에 따르면 2025년 12월 31일 기준, 서울 시내 무인 카페 프랜차이즈 매장은 675곳에 달한다. 업종이 파편화돼 국가 데이터로 찾아보기 힘든 개인 매장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여기에 아이스크림 판매점, 스터디카페, 사진관, 빨래방 등 다양한 무인 서비스를 포함하면 서울 내에서만 만 곳 이상의 관리되지 않는 공간이 존재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김상훈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현장] "없애자"와 "지키자" 사이…과천 경마장 이전이 만든 균열
·
[단독] 현정은 사위 회사 링크에셋파트너스 해산 결의 후 번복
·
[현장] "이러다 제2 밀양 사태 난다" 용인 반도체 산단·송전선로 백지화 한목소리
·
"망만 깔면 망한다" MWC서 내놓은 통신 3사 'AI 수익' 전략
·
[단독] 서울 재건축·재개발 49곳, 조합 설립 10년 넘도록 '미착공'
·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역대급' 계열사 누락…처벌 수위 '촉각'





















![[현장]](/images/common/side0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