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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이너서클" 당국 압박에도 금융지주 사외이사 교체 '시늉만'

우리·신한 일부 변화, KB·하나는 1명 교체…시장선 "인적 쇄신 효과 크지 않아"

2026.03.05(목) 17:17:32

[비즈한국]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지주들이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발표하면서다. 그러나 일부 금융지주를 제외하면 사외이사 교체 폭이 크지 않아 당국의 압박이 실제 인적 쇄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선진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2025년 9월 15일 열린 금융위원장-금융지주 회장 간담회 모습. 왼쪽부터 이찬우 농협금융지주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회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회장, 황병우 iM금융지주회장. 사진=임준선 기자

 

금융당국은 지난 1월 기관·연구원·학계·법조계가 참여한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출범시켜 3월까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주요 논의 과제는 △이사회 독립성 제고 △CEO 선임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 제고 등이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도 고려하고 있다.

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제도에 칼을 대는 것은 2025년 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배구조 문제 개선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금융지주 회장직과 은행장을 연임하는 구조를 두고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니 ‘부패한 이너서클’을 만들어 소수가 돌아가면서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근본적으로 이사회 기능의 독립성이 미흡해서 벌어지는 일”이라며 “특히 금융지주가 문제가 된다. 회장과 관계가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지배구조법상 검사 감독 제재 권한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원장은 업무보고에 앞서 12월 10일 진행한 8개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NH농협금융·iM금융·BNK금융·JB금융) CEO 및 은행연합회장 간담회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날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 경로를 다양화, 사외이사 임기 차등화 등을 통해 독립성을 갖춘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공정한 운영을 해야 한다”며 “아울러 IT 보안·금융소비자 분야에서 대표성 있는 사외이사 1인 이상을 포함한 이사회 구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3월 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교체 여부에 시장의 눈길이 쏠린다. 현재까지 가장 변동이 큰 곳은 BNK금융이다. 지난해 회장 연임으로 인해 지배구조 논란의 타깃이 됐던 BNK금융은 올해 사외이사 주주 공개 추천 제도를 도입하고,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7명 중 무려 5인을 교체했다. 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선정한 5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법률 분야 2명(차병직·강승수 후보), 금융 분야 1명(이남우 후보), 재무·회계 분야 1명(박근서 후보), 정보기술 분야 1명(박혜진 후보)으로 구성됐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1~2명을 교체하는 데 그쳤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러나 나머지 금융지주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중 대부분을 재선임했고, 신규로 선임한 사외이사는 1~2명에 그쳤다. 교체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금융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3명 중 우리아메리카은행 사외이사인 윤인섭 이사만 재선임하고, 2명은 신규로 선임한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의 전문 분야도 고루 배치됐다. 류정혜 후보는 네이버·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을 거쳐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는 AI 전문가이며, 정용건 후보는 금융감시센터 대표, 국민연금 나눔재단 비상근 이사 등을 맡은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다.

신한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7명 중 2명을 신규로 선임했다. 2명 중 박종복 후보는 SC제일은행 은행장을 지냈고, 임승연 후보는 미국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JB금융은 6명 중 2명을 신규로 선임했다. 신임 사외이사 중 백영환 후보는 서울지방경찰청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 중이며, 이동철 후보는 KB금융지주 부회장과 KB국민카드 대표직을 역임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사외이사를 1명 교체하는 데 그쳤다. KB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5명 중 1명을 신규로 선임한다. 서정호 사외이사 후보는 법무법인 더위즈의 대표 변호사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위원, 금융위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지방국세청 법률 고문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은 임기 만료 예정인 사외이사 8명 중 7명을 재선임한다. 새로 사외이사를 맡을 최현자 후보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제6대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지만 이번 주총에서 퇴임할 예정이다.

이찬진 원장이 IT 보안과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를 강조한 만큼 신규 사외이사 후보의 분야도 주목받았다. BNK금융의 경우 신규 사외이사 5명 중 금융소비자 보호에 특화한 후보는 없었다. 우리금융의 경우 IT 기술(AI)과 금융소비자 보호 전문가를 한 명씩 확보했다. 하나금융은 금융소비자 보호 분야에서 후보를 추천했다.

8대 금융지주 중에는 아직 사외이사 후보를 공시하지 않은 곳도 있다. iM금융의 경우 3명의 사외이사가 2026년 3월 정기주총에서 임기가 끝난다. NH농협금융에서도 3명의 사외이사가 3~4월 중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도 불구하고 인적 쇄신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배구조 선진화 TF는 개선안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원 교체가 반드시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교체 비율이 미미해 압박의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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