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 49곳이 조합 설립(사업시행자 지정) 후 10년이 지났는데도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조합 설립 일자가 확인된 서울 전체 정비사업장 16%에 해당하는 수치다. 장기 지연 사업장 중에는 정비사업 본궤도 진입 단계로 평가되는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도 16곳으로 나타났다.
비즈한국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현황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이전에 조합을 설립하거나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서울시 정비사업장은 75곳이다. 이는 조합 설립(사업시행자 지정) 일자가 확인된 서울시 전체 정비사업장 310곳의 24%에 해당한다. 조합 설립 10년 이상인 이들 사업장 가운데 지난해까지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곳은 49곳(전체 16%), 착공한 곳은 26곳(전체 8%)으로 집계됐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 설립→조합 설립→사업시행계획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착공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밟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합 설립 이후 착공까지는 평균 8.5년이 걸린다. 하지만 실제 사업 속도는 주민 동의율이나 이해관계자 갈등, 인허가 절차, 부동산 경기 변화 등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조합 설립 10년 이상인 서울시 미착공 정비사업장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상태가 18곳, 사업시행계획 인가 상태가 15곳이다. 사업시행계획 인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조합 설립 상태에 머물러 있는 정비사업장도 16곳에 달한다. 이 중 9곳은 건축심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용산구 강변강서·왕궁, 중랑구 망우1, 성북구 동소문2·안암1, 은평구 수색1, 서대문구 홍제2, 서초구 신반포7차, 강남구 압구정6구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안암1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2020년 시공자 선정 전까지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아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현재 준비 중인 건축심의는 관계부처 조건을 맞추고 반려 사항을 보강하면서 예정보다 늦어졌다”며 “사업구역이 협소한 구릉지에 위치한 데다, 조합원 수에 비해 일반분양 물량이 적거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익성 문제가 사업 추진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공공 정비사업장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합 설립 10년 이상인 서울시 미착공 정비사업장 중 4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공동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 중랑구 망우1과 서초구 신반포7차는 각각 2021년과 2022년 LH와, 용산구 강변강서는 2022년 SH와 공동 사업시행 약정을 맺고 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직 사업시행계획 인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2년 SH와 약정을 맺은 영등포구 양평13구역은 지난해 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은 상태다.
강변강서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공공재건축 단지 선정 이후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서울시 사전기획이 늦어지면서 사업이 일부 지연됐다. 현재는 주민설명회까지 마친 사전기획 마무리 단계로 이르면 오는 6월 무렵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사전기획을 기반으로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을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들인 만큼 이후 사업은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조합 설립 연차가 낮은 구역의 착공 사례는 더 드물다. 서울시 정비사업장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조합 설립 5년 이상~10년 미만(2016~2020년 설립) 99곳 중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사업장은 86곳(87%), 조합 설립 5년 미만(2021~2025년 설립) 136곳 중 미착공 사업장은 125곳(92%)이다. 조합 설립 5년 미만 사업장 중 착공한 곳은 대부분 기존에 사업장 내 주택이 없거나 소수인 비주거 중심의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었다.
서울시 주거정비과 관계자는 “정비구역 지정과 통합심의 이후 사업시행계획 인가 단계부터는 자치구 소관”이라면서도 “서울시는 지난해 ‘신속통합계획 2.0’ 계획을 통해 공정촉진책임관을 지정하고 공정촉진회의를 통해 정비사업장 사업 추진 일정을 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 달에 두 번 정도 자치구, 조합 등이 참여하는 공정촉진회의를 열고 개별 정비사업장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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