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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풍 엿보이는 LG그룹 회장 일가 '소탈' 일화들

구광모, 직원들과 구내식당 편의점 이용…구형모, 구내식당 라면 아침에 '뚜벅이'

2018.08.02(Thu) 14:28:29

[비즈한국] LG그룹이 본격적인 4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 얼마 전 타계한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장남 구광모 LG 상무가 불과 마흔 살의 나이에 LG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지나치게 젊은 나이에 굴지의 기업 총수가 된 구광모 회장을 향한 시선은 아직 유보적이다. 스스로 회장이 아닌 대표라고 불러 달라 할 정도로 몸을 낮추고 있지만, 재벌에 대한 일반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인 쪽으로 기운다. 특히 최근 여러 재벌가 갑질 논란으로 더욱 분위기는 좋지 않다.

 

구 회장에 가려져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목받는 4세는 또 있다. 구본준 부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LG전자 선임이다. 아직은 과장급으로,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이지만 때가 되면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LG가는 대단히 유교적이면서도 ​비교적 ​소탈하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 구광모 회장, 구형모 선임과 관련해 그들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는 몇 가지 숨은 일화를 소개한다.

 

서울 여의도 소재 LG트윈타워 건물 전경. 표지석 앞에 지난 5월 20일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추모하는 시민이 놓고 간 국화꽃이 놓여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 편의점 계산대 앞에서 가위바위보

 

구광모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던 LG전자 부장 시절 이야기다. 여의도 LG트윈타워 지하에는 편의점이 있다. 구광모 ​당시 ​부장은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며 스스럼없이 편의점 쇼핑을 즐겼다.

 

저마다 살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 앞에 서는 모습이 일반 직장인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전에 동료들과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누가 계산할지를 정하는 가위바위보가 아니다. 결제는 각자. 가위바위보는 누가 포인트를 쌓을지 정하기 위한 승부다.

 

이를 목격한 한 직원은 “평소 동료들과 함께 야근을 하며 구내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 등 직원들과 어울리려는 노력이 남달라 보였다”며 “생각보다 재벌가 자제라는 위화감이 거의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 “차를 어디에 숨겨둔 것 아닐까?

 

구형모 LG전자 선임은 아침마다 트윈타워 지하의 구내식당에서 자주 목격된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서다. 주로 즐겨 먹는 메뉴는 라면. 직원들도 구 선임의 얼굴을 알거나 정체를 의식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데다, 스스로도 워낙 개의치 않는다고. 다른 LG직원의 말에 따르면 “집에서 아침밥을 안 챙겨주는지 가끔 혼자 라면을 먹으러 오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구 선임은 출퇴근도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이용한다. LG트윈타워와 여의도역이 다소 떨어져 있어 회사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식이다. 구 선임이 셔틀버스 타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자 이를 아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어디에 자동차를 숨겨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회사 외부에서 각종 연수를 받을 때도 철저히 회사에서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이동한다는 후문. 이쯤 되면 본인 차가 없나 싶을 정도다. 물론 이때도 어떤 특별대우나 의전은 없다고 한다.

  

# 망원경으로 감시당한(?) 구본무 전 회장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LG가 4세들의 소탈한 성품이 선대부터 내려온 가풍에 기인한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장자승계 원칙과 같이 지나치게 유교적인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만큼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활동에 관심이 많다. 고 구본무 회장의 딸이자 구광모 회장의 누나인 구연경 씨가 2년간 저소득층 및 독거노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본무 전 회장의 생전 취미는 조경. 건강이 비교적 좋았을 때는 주말마다 LG그룹이 소유한 곤지암 리조트에 내려가 직접 조경 관리를 했다. 그럴 때마다 곤지암 리조트 직원들은 죽을 맛이었다고. 회장이 직접 나무를 타는 등 위험천만한 모습을 보고 안절부절 못하자, 결국 구 전 회장은 리조트 직원들을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했다고 한다. 결국 일부 리조트 직원들은 멀리서 계속 망원경으로 구 전 회장을 감시(?)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진다.

 

물론 LG가도 다른 재벌과 마찬가지로 경영수업을 명분으로 하는 오너 일가의 빠른 승진이나, 오너 일가의 비상장사 지분 보유 논란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LG그룹은 국내 재벌 가운데 모범적이고 노사관계도 바람직하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 초기 공개 칭찬에서 알 수 있듯 적어도 가풍만큼은 사뭇 달라 보인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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