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 정부와 앤트로픽이 AI 모델 ‘클로드’의 군사적 사용을 두고 또 한번 갈등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미군이 최근 감행한 이란 공습 작전에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활용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트로픽을 모든 정부 사업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한 다음 날 이란을 공습했다. 미군이 클로드를 기밀 시스템에 깊숙이 통합한 상태라, 미처 대체하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는 기업이 내세운 AI의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는 정부의 군사적 활용 방침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3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앤트로픽 AI 도구의 사용을 행정부 전체에서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전쟁부와 앤트로픽 사이에서 발생한 기술 활용 범위에 대한 갈등이 정부 전체로 확산된 결과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7월 미국 전쟁부(펜타곤)와 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국방 문제와 관련해 AI를 제공하며 펜타곤과 협력해왔다. 그러나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에서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가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앤트로픽 측은 이 작전에서의 AI 활용이 자사의 윤리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펜타곤의 무분별한 사용에 제동을 걸었다.
앤트로픽은 미국 전쟁부와 협력하면서도 자사의 AI를 △미국 시민에 대한 대규모 감시 △인간 개입 없는 완전 자율 무기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을 고수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시민에 대한 대규모 감시가 기술적으로 합법일지라도 법의 취지를 벗어나는 정부 권한의 남용이며, 국민이 감시받지 않을 기본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간 오퍼레이터의 승인이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표적을 식별하고 발사하는 무기 개발에 AI가 사용되는 것에도 반대했다. 아모데이 CEO는 현재의 AI 시스템이 아군이나 민간인을 오인 사격할 수 있을 만큼 예측 불가능하며, 군사적 결정을 인간이 아닌 기계에 전적으로 넘기는 것은 심각한 책임 및 통제권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펜타곤은 앤트로픽의 이러한 제한적 협력 방침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은 “모든 적법한 목적을 위해 AI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3일 시한을 두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앤트로픽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펜타곤은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공식 지정했다.
공급망 위험 지정은 러시아의 카스퍼스키 랩이나 중국의 화웨이처럼 적대국과 연관된 기업에 적용되던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자국 기업인 앤트로픽에 이를 적용한 것은 사실상 기업의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징벌적 성격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트로픽을 “이기적인 좌파 ‘워크(Woke·깨어있는)’ 기업”이라 비난하며 이들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7일 앤트로픽을 행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모든 정부 사업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앤트로픽은 행정부의 조치가 사기업의 의사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한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앤트로픽이 행정부와의 갈등으로 입지가 좁아진 사이, 경쟁 기업들은 발 빠르게 그 빈자리를 공략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xAI CEO는 미국 행정부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며 신규 국방 계약을 따냈다. 특히 오픈AI는 앤트로픽의 윤리적 원칙에 공감하면서도 펜타곤과 계약을 체결하는 이중적 행보로 비판받기도 했다.
반면 민간 시장에서는 정부의 압박이 역설적으로 앤트로픽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줬다. 앤트로픽의 소신에 동조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클로드 앱이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등 민간 수요는 오히려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AI 기업의 윤리적 통제권과 국가의 AI 군사적 활용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현재는 AI의 군사적 활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률이 없어 행정부의 자의적인 명령과 기업의 주관적인 윤리 기준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앤트로픽 사례에서 보듯, AI가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국가 안보 사이의 균형을 찾는 일은 향후 글로벌 AI 패권 경쟁의 핵심 아젠다가 될 전망이다. 미국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다른 AI 기업들의 정책 수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앤트로픽이 법적 대응을 통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낼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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