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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창 뜨는데도 결제는 OK…공유킥보드 '기술 면피'의 민낯

견인구역만 피하는 알고리즘, 보행권은 사각지대…등록제·제재법 6년째 멈춤

2026.03.03(Tue) 15:33:42

[비즈한국] 2018년 9월 공유 킥보드가 국내에 첫선을 보였을 때만 해도, 이는 ‘라스트 마일’의 혁신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도심 속 공유 킥보드는 혁신이 아닌 ‘불편’으로 전락했다. 2월 25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공덕역 5번 출구 앞은 그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시민의 자전거를 위해 마련된 거치대는 이미 본래 기능을 상실한 채 킥보드와 공유 자전거, 오토바이가 엉킨 정체불명의 전시장으로 변해 있었다. 가로수 사이를 빼곡히 메운 9대의 킥보드는 언뜻 정돈된 듯 보였으나, 실상은 보행자의 통행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에 불과했다.

 

공덕역 5번 출구 앞 자전거 거치대에 무단으로 주차된 공유 킥보드와 자전거 오토바이. 사진=김상훈 인턴기자


현행 서울시 조례는 지하철역 출입구 전면, 점자블록 위, 횡단보도 전후, 차도와 자전거도로, 버스 정류소 5m 이내를 ‘즉시 견인 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곳에 주차하면 업체가 견인료와 보관료를 부담해야 하기에, 업체는 반납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편이다.

 

문제는 견인 대상은 아니면서도 시민의 통행을 실질적으로 저해하는 ‘사각지대’다. 보행로 한복판이나 좁은 골목, 계단 입구, 상가 진입로 등은 즉시 견인 구역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앱에서는 보행로 한복판에 반납하면 추가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그 정도가 전부다. 업체들은 견인료 지출이 발생하는 구역에 대해서는 기술력을 동원해 반납을 막아서면서도, 견인 위험이 없는 일반 보도 위 무분별한 주차에 대해서는 기술적 방치를 택하고 있었다.

 

업체들은 견인료 지출이 발생하는 구역에 대해서는 기술력을 동원해 반납을 막아서면서도, 견인 위험이 없는 일반 보도 위 무분별한 주차에 대해서는 기술적 방치를 택하고 있었다. 사진=B 사 앱 캡처


업계는 그간 시각측위 서비스(VPS)나 AI 카메라 주차 판별 같은 첨단 기술로 무단 방치를 끝내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기술의 실상은 업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허술한 그물망이었다. VPS 기술을 내세운 A 사의 경우, 주차 금지 구역에 기기를 세우면 추가 요금이나 견인 가능성을 안내하는 경고창을 띄웠다.

 

그러나 시스템의 제지는 거기까지였다. 서울시가 지정한 5대 즉시 견인 구역을 조금만 벗어나도 반납 버튼은 활성화됐다. 보행을 방해하도록 가로로 길을 막아도 반납 가능했다. 업체는 이용자에게 추가 요금이나 최대 4만 원에 달하는 견인료 청구액을 경고하면서도, 부적절한 반납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었다.

 

유진마포빌딩 앞 사열하듯 늘어선 킥보드 9대의 모습. 사진=김상훈 인턴기자


AI 카메라로 주차 위치를 판별한다는 B 사도 마찬가지였다. 점자블록 위나 지하철역 입구처럼 단속이 엄격한 구역에서는 반납을 거절하는 정교함을 보였다. 그러나 업체의 의도된 허점은 의외의 장소에서 드러났다. 지하철역에서 조금 떨어진 송파구 성내천 인근 보행 계단은 상황이 달랐다.

 

시민의 통행을 방해하도록 계단 입구를 가로막고 주차 사진을 촬영했음에도, 앱은 아무런 제지 없이 ‘프리패스’로 반납을 승인했다. 업체가 홍보한 첨단 기술이 지자체의 견인을 피하는 데만 작동할 뿐, 보행권 보호에는 철저히 무력하다는 증거다.

 

서울시 교통실 관계자는 “(별도의 인허가 없이) 세무서에 신고만 해도 업체 운영이 가능해 모든 업체에 대한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업체를 등록하더라도 관계부처에 통보조차 하지 않는다”고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무단 주차가 발생하면 공문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견인 조치도 취하지만, 조례에 근거한 행정 조치인 만큼 업체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수단이 없다는 설명이다.

 

공유 킥보드 주차구역 운영 역시 ‘무단 방치 해결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시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마련한 고육지책에 가깝다. 지자체가 조례로 공익과 시민 안전을 지키려 애써도, 관련 법안이 6년째 국회에 표류하면서 조례라는 제한적 수단으로 경고만 반복해야 하는 제도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 문제로 표지판까지 세운 올림픽공원역 4번 출구 앞 모습. 사진=김상훈 인턴기자


결국 책임은 입법기관인 국회로 향한다. 2020년부터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법안이 12건이나 발의됐지만, 6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의 핵심은 공유 킥보드와 자전거 대여사업의 무단 방치를 금지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의 신고제를 등록제로 바꿔 관리를 용이하게 하자는 내용도 담겼다.

 

법이 통과돼야만 지자체가 관리를 방임한 업체에 대해 사업 취소나 영업 정지 같은 실질적인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국회가 방치한 사이, 업체는 허술한 기술 뒤에 숨어 수익을 챙기는 동안 시민들은 오늘도 보도를 점거한 불청객과 동거 중이다.​ 

김상훈 인턴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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