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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로켓배송 대란에도 '역주행' 정책, 왜?

쿠팡맨에 상품목록 안 주고 박스 규격도 변경 예고…쿠팡 "밝힐 입장 없다"

2018.08.08(Wed) 16:42:08

[비즈한국] 쿠팡의 배송지연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배송 효율을 더욱 낮추는 정책이 도입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최근 쿠팡은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딜리버리맨(쿠팡맨)에게 제공되던 배송 상품 목록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물류센터에서 지정된 박스가 아닌 다른 박스에 물건이 담겨올 경우, 쿠팡맨이 상품 목록을 보고 물건의 크기를 짐작해 박스를 찾았다.

 

하지만 이제 쿠팡맨이 상품 목록을 볼 수 없게 됨에 따라 배송하는 상품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어, 결국 쿠팡맨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 나온 배송 정보와 수백 개의 박스에 붙은 운송장 정보를 일일이 대조해 박스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쿠팡맨이 배송해야 할 상품을 찾고 꺼내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에어컨도 없는 찜통 차량 속에서 배송할 물건을 찾느라 피로가 크게 가중될 뿐 아니라 배송 시간도 더욱 오래 걸린다는 후문. 이 같은 조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고가 전자제품처럼 배송 중 충격에 주의해야 하는 상품을 주문한 경우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쿠팡이 최근 쿠팡맨에게 배송 상품 목록을 제공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배송 속도가 더 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쿠팡 로켓배송의 배송 지연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쿠팡이 돌연 배송 정책을 변경한 이유는 뭘까. 쿠팡 내부에서는 성인용품을 주문한 한 소비자의 클레임이 발단이 되어, 김범석 대표가 직접 지시한 내용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뿐만 아니라 쿠팡은 최근 로켓배송에 사용되는 배송 박스 규격 변경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P1’, ‘T2’ 등과 같이 영문자 이니셜과 숫자의 조합으로 박스 규격을 표시했다. 로켓배송 운송장 좌측 상단에 인쇄된 것이 바로 시스템에서 자동 추천한 박스 규격이다. 물류센터에서 이렇게 출력된 운송장을 보고, 자동 추천된 박스에 상품을 담는 방식으로 포장을 했다.

 

하지만 이는 쿠팡만 사용하는 독자 규격인 데다가 직관적이지 않아 시스템에서 추천한 박스가 아닌 다른 박스에 담기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관련기사 '찌그러진 박스에 단서가…' 쿠팡 로켓배송 대란의 기원). 결국 쿠팡은 지난주 전체 공지를 통해 물류 과정에서 ‘휴먼에러(인간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모호한 박스 규격을 1부터 40까지 숫자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규모 배송지연 사태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스템을 바꿈으로써 물류센터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새로운 제도나 규격이 도입되면 이에 적응하는 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쿠팡맨은 “요즘은 배송인력 부족으로 쿠팡맨이 직접 짐을 싣는 것이 아니라 별도 인력인 헬퍼가 대신 짐을 차에 싣는 경우가 많다 보니, 쿠팡맨 입장에서는 포장이 잘못되면 찾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경영진이 탁상으로 정책을 도입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자신을 쿠팡맨이라고 밝힌 한 글쓴이는 “차라리 2교대 새벽배송을 할 테니 상품목록을 제공해주기를 희망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이러한 변경이 있는 것은 맞지만 회사의 세부적인 운영 정책에 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지속되는 로켓배송 지연에 대해서는 “최근 대구 수돗물 사태, CJ대한통운 파업 등의 영향이 있었고, 무엇보다 지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비수기인 8월에 온라인 주문이 크게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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