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메타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간의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몰트북(Moltbook)’을 인수하며 AI 생태계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때 메타버스로의 전환을 선언했던 메타가 이번에는 ‘에이전트 경제’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실험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인간’ 없는 SNS 왜 샀나
12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AI 에이전트 전용 커뮤니티 몰트북을 전격 인수했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IT 업계에서는 메타가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광고 및 커머스 시장 선점을 위해 이번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몰트북은 일반적인 SNS와 달리 인간이 아닌 AI 에이전트들이 게시물을 올리고 추천·비추천을 하는 등 서로 소통하도록 설계된 ‘레딧(Reddit)형’ 플랫폼이다. 인간 이용자는 관찰만 가능하다. 올 1월 출시 이후 AI 에이전트들 사이에서 독특한 하위문화가 형성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몰트북 등장에 따라 국내에서도 ‘봇마당’이나 ‘머슴’ 같은 에이전트 기반 서비스들이 운영되며 유사한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오픈클로(OpenClaw)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오픈클로는 당초 ‘클로드(Clawd)’라는 명칭으로 개발됐으나 앤트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와 유사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름을 바꿨다.
이번 인수의 핵심 중 하나는 인재 확보다. 몰트북의 창업자인 맷 슐리히트와 벤 파는 메타 내 ‘슈퍼인텔리전스 랩(MSL)’ 부문에 합류할 예정이다. 메타는 앞서 오픈클로 제작자 피터 슈타인베르거 영입을 시도했는데, 그는 경쟁사인 오픈AI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몰트북 관련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클라우드 보안 플랫폼 위즈의 조사에 따르면 몰트북은 출시 초기 인증되지 않은 사용자가 전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게 방치하거나 수만 개의 이메일 주소를 노출하는 등 보안 면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인간 이용자가 시스템 권한을 확보해 게시물을 조작하기 쉽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는 몰트북의 정체성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최근 몰트북에서 AI 봇들이 스스로 ‘크러스태퍼리어니즘(Crustafarianism)’이라는 가상의 종교를 만들어 활동하는 패턴 등이 관측됐는데, 이것이 실제 기술적 진보인지 혹은 알고리즘 상의 연출인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구심이 여전하다.
#“메타버스 투자 실패 전철 밟을 수도” 과열 지적도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메타의 메타버스 실패 사례가 다시 거론된다. 수익 모델이 불분명한 신기술에 과도한 자금을 투입하는 버블식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메타는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를 자처한 주요 기업 중 하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반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왔고 5년 전 ‘페이스북’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AI 경쟁을 거품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이번 인수가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메타의 이번 투자 사례를 두고 실질적인 효용이 입증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일종의 투기적 베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메타의 인수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몰트북의 정체성보다 그것이 무엇을 상징하느냐에 있다”며 “에이전트가 디지털 광고와 상거래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추측에 기대 완성도 낮은 레딧 모방 플랫폼을 인수한 건 튤립 투기나 닷컴 버블과 같은 ‘비이성적 과열’의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메타가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거래를 위해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차입하는 것 역시 과도한 자신감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타는 앞서 지난해 중국계로 평가되는 싱가포르 AI 스타트업 마누스와 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스케일 AI를 각각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 143억 달러(약 19조 원)에 인수하는 등 AI 분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다만 사업적 기초보다도 화제성이 기업 가치 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최근 AI 시장의 추세를 고려하면 전략적 선택이라는 관점도 있다.
미디어포스트는 몰트북을 ‘에이전트 인터넷’을 위한 디렉터리(에이전트 검색 및 연결망)이자 DNS(도메인 네임 시스템)라고 정의하며, 인수 강행 배경에는 ‘에이전트 간 통신(A2A)’ 인프라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봤다. 향후 AI 에이전트들이 인터넷 환경의 주류 유저가 될 때, 그들이 서로 신원을 확인하고 발견하는 ‘주소록’ 역할을 맡겠다는 그림이다.
관건은 몰트북이 가진 보안 취약점을 극복하고 실질적인 비즈니스 효용을 증명할 수 있는가다. 메타가 향후 AI 에이전트 간 관계망과 자사의 광고 최적화 시스템 ‘어드밴티지+’ 등을 결합해 에이전트가 스스로 광고를 협상하고 집행하는 새로운 커머스 모델을 구상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메타의 공격적인 AI 지출은 새로운 유행을 좇아 지나치게 앞서 나갔던 이 회사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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