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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박스에 단서가…' 쿠팡 로켓배송 대란의 기원

포장 부피 늘어나는 비효율적 물류 방식에 문제…쿠팡 "배송 늦어진다는 통계 없어"

2018.07.31(Tue) 15:42:57

[비즈한국] 낮 최고온도 38℃.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날, 쿠팡 배송차량 약 30대가 한 서울지역 캠프에 집결했다. 해당 지역의 로켓배송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전국 각지의 쿠팡 딜리버리맨(쿠팡맨)이 지원하러 모인 것. 정기배송으로 인해 주문이 몰리는 월초를 앞두고 어마어마한 미배송 물량 처리가 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최근 각종 커뮤니티에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로켓배송’은커녕 2~3일이 지나도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소비자들의 성토가 연일 쏟아진다. ‘로켓배송’은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 주는 쿠팡의 상징적인 익일 배송 서비스. 쿠팡이 자랑하는 특급 배송서비스 로켓배송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 찌그러진 로켓박스, 물류대란의 결정적 단서

 

쿠팡은 현재 로켓배송을 위해 덕평, 인천, 옥천, 칠곡 네 곳에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상품을 쌓아두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박스 포장을 해서 전국 각지에 있는 쿠팡 허브에 전달된다. 상품을 전달받은 쿠팡 허브에서는 소비자와 가까운 캠프로 분배하는 업무를 맡는다. 마지막으로 캠프에 대기하던 쿠팡맨이 상품을 인계받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구조다.

 

핵심은 각 대형 물류센터가 보유한 상품의 종류가 다르다는 점이다. 가령 소비자가 기저귀와 라면, 세제를 주문할 경우, 기저귀는 덕평에서, 라면과 세제는 인천에서 출발해 각각 허브로 전달된다. 박스 하나에 들어갈 만한 부피의 물건을 주문해도 2개 혹은 3개 박스에 나뉘어 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각의 물류센터에서 물건이 집합하는 물류 구조는 로켓배송의 효율성을 크게 낮추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박스 수가 많아져 그만큼 부피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 번 실어 날을 수 있는 배송량은 무게보다는 오히려 부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포장에 필요한 박스 비용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물류창고에서 포장을 신속히 하려다 보니 상품 크기에 맞지 않는 큰 박스가 사용돼, 적재 시 박스가 찌그러진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쿠팡은 오히려 로켓배송 대상 품목을 계속 늘리고 있다. 최근 쿠팡은 보도자료를 통해 로켓배송 상품이 300만 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로켓배송을 하려면 물류센터에서 당일 주문량을 모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실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물류센터는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및 일용직 노동 인력에 의존해 운영된다. 아무래도 업무 숙련도나 처리 방식이 꼼꼼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쿠팡맨과 소비자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가장 큰 불만이 바로 포장이다. 주문한 상품의 부피에 맞지 않는 큰 박스에 물건이 담겨서 온다는 것이다. 쿠팡맨 입장에서는 적재 시 빈 공간이 많아 포장이 찌그러지는 데다, 박스 개수만 늘어 배송이 불편하고, 비라도 오게 되면 박스가 젖어 찢어질 수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파손된 상품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과도한 쓰레기가 발생한다. 특히 상품이 파손되거나 주문과 다른 상품이 배달되면 당연히 반품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반품은 고스란히 다시 쿠팡 물류의 부하로 이어진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쿠팡맨은 “일부 상품의 경우에는 나라도 반품하겠다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포장이 훼손돼서 오는 경우가 많다”며 “배송 물량을 쳐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반품까지 받아야 하니 하루 종일 쉴 틈이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 2교대제, 추가 고용 없는 익일배송 노렸나

 

쿠팡은 최근 쿠팡맨 2교대 근무제도인 ‘2웨이브’를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이 들끓자 결국 도입을 연기하기로 했다(관련기사 [단독] 쿠팡맨 2교대 근무제 '2웨이브' 도입 "사람이 숫자냐"). 쿠팡이 2교대제를 강행하는 이유가 뭘까. 아무리 새벽에 배송한다고 해도 쿠팡맨을 더 채용하지 않는다면 배송량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 낮이든 밤이든 주 52시간 근무제 아래에서는 1인당 하루 배송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물류업계는 쿠팡의 2교대제 도입을 물류센터의 업무 부하를 분산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현행 로켓배송은 낮에 이뤄지지만 주문은 24시간 받는다. 따라서 2교대제를 통한 24시간 배송체제가 이뤄지면 쿠팡맨을 더 고용하지 않고도 당일 혹은 익일 배송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물건을 배송하는 쿠팡맨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이라서 그렇다. 사람은 언제든 8시간만 자면 되는 존재가 아니라, 남들과 같이 밤에 자고 업무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사생활을 영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쿠팡맨 사이에서 2교대제 도입에 강한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일부 지역의 로켓배송 물량이 크게 늘어 다른 캠프에서 지원을 나가는 출장 근무가 크게 늘었다.

 

2교대제와 같이 쿠팡이 물류 혁신을 앞세워 도입한 제도는 또 있다. 바로 ‘오토 휴무제’와 ‘타 캠프 지원근무’다. 오토 휴무제는 배송 물량의 변동 추이에 따라 쿠팡맨 의사와 상관없이 휴일을 강제 배정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52시간 근무와 주 2일만 쉬게 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도입됐지만, 쿠팡맨 들의 반발이 적지 않아 결국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근무 제도는 일종의 출장과 같다. 배송 물량이 늘어난 지역에 인근 지역 쿠팡맨이 일정 기간 업무 지원을 나가는 것이다. 마치 분산컴퓨팅 기술처럼 부하가 있는 곳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발상이지만 쿠팡맨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원 경험이 있는 또 다른 쿠팡맨은 “부산에 근무하는 쿠팡맨이 서울로 일주일씩 배송 지원을 나가는 경우도 있다”며 “지원 근무의 경우 지리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원래 근무지와 비교하면 배송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악화된 재무 상황에 로켓배송 문제 개선 어려워

 

쿠팡은 다른 대형 오픈마켓과 달리 직매입 상품의 판매 비중이 상당히 크고, 물류 역시 직접 운용한다. 소비자 만족도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곳곳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오히려 예상치 못한 소비자 불만이 나오고 불필요한 비용까지 발생한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쿠팡은 지난해에만 6389억 원의 영업 적자를 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투자를 끌어내기에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조 원을 비롯해 거액의 투자를 받은 터라 추가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채 발행과 같은 긴급 자본 조달 역시 녹록지 않다.

 

3년 차를 맞는 쿠팡의 로켓배송이 일반 택배보다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오히려 뒤처지면서 혁신 실패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 배송차량 내부 모습.

 

한때 한국판 ‘아마존 프라임’으로 불리며 물류 혁신의 상징이던 로켓배송이 위기를 맞은 것도 쿠팡의 악화된 재무 상황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쿠팡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로켓배송은 셀렉션(판매물품)이 1개가 늘어나면 업무량이 1만큼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2~3만큼 늘어나는 구조”라며 “아주 정교하고 세밀한 계획 없이는 지속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배송이 늦어진다는 통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전제 자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배송 지연 원인에 대해) 밝힐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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