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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한국에서 자영업이 쉽지 않은 까닭

공급자 많고 저수익 사실상 '완전경쟁시장'…차별화 통해 가격결정력 가져야

2018.11.06(Tue) 10:09:07

[비즈한국] 경제학원론을 배운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완전경쟁시장을 가정하고 기초이론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론에 대한 비판도 기본적으로 거기에서 비롯한다. 실제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이 아닌 독과점 시장에 가까운데 어떻게 그 이론이 들어맞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완벽한 완전경쟁시장은 아니어도 사실상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시장을 자영업 시장에서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완전경쟁시장은 1) 수요자와 공급자가 충분히 많아서 양측 모두 시장가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2) 생산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무런 차이가 없이 동질하고, 3)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고, 4) 완전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자영업 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3)이 기본 전제로 깔리는 데다 상당수가 영세하게 쪼개어져 있어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1)에 해당하며, 지배적 사업자가 없는 이유 중 하나로 2)가 해당된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다른 산업과 시장에 비하면 그 차이가 오히려 적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자영업 시장은 사실상 완전경쟁시장이다. 차별화되지 못하는 데다 수가 많아서 가격결정력을 사실상 가지지 못하고, 그로 인해 이익을 낼 수가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PC방이다. 사진=비즈한국DB

 

워런 버핏이 주주서한 등에서 밝혀왔듯이 경쟁우위에서 오는 가격결정력은 이익을 창출해내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차별화하지 못하고 거의 동일한 상품으로 경쟁하는 영세한 사업자 집단에게 가격 결정력이란 것이 존재할 리 없다. 가격결정력의 확보는 차별화 등을 통해 제한적 독과점을 확보할 때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영업 전반에 깔려 있는 비극의 하나이다. 차별화되지 못하는 데다 수가 많아서 가격결정력을 사실상 가지지 못하고, 그로 인해 이익을 낼 수가 없는 구조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락실과 PC방 등이다. 1990년대 초반에 게임 1회 플레이에 100원으로 올라섰던 오락실의 가격은 시스템의 변경과 인기게임의 등장에도 10년 가까이 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거의 모든 오락실마다 동일한 게임이 갖춰져 있었고 게임을 즐기려는 청소년들만큼이나 오락실의 수도 많아 차별점이란 게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완벽히 새로운 방식인 리듬게임의 경우만 새로운 가격을 부과하는 것이 가능했다. 사실상 ‘1회 플레이=100원’이라는 공식은 오락실이 몰락을 겪으며 크게 감소한 2000년대 중반에서야 깨질 수 있었다.

 

PC방도 크게 다르지 않다. PC방의 사업모델은 지속적인 시설 투자를 기반으로 하여 시간당 임대료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PC방은 그 시기에 가장 유행하는 게임을 최적으로 돌리기 위한 사양으로 PC를 구성하는 것이 급선무였고 이 사양에서 밀리면 경쟁력에서도 뒤처지다 보니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로 어지간한 시설 투자로는 확실히 우위를 거두기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PC방은 창업붐이 꺼진 이후에도 전국에 굉장히 많은 업체가 분포하게 되었고 게임을 위한 공간의 제공이란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기 쉽지 않았다. 결국 PC방의 이용요금은 초기의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PC방이 확산된 것이 20년이 되어감에도 요금은 과거의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PC방과 오락실을 비롯해 저가격, 저이익의 함정에 빠져 있는 다른 자영업종은 사실상 완전경쟁시장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원가상승이나 약간의 경기충격으로도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자영업의 곤란함을 벗어나기 위해선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상태에서 탈출할 필요가 있다. 

 

먼저 1) 공급자의 수가 감소하거나 2) 차별화를 통해 제한적 과점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개별적으로도 가능하며,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차별화를 통해 아예 경쟁 시장을 달리하면, 시장의 공급자가 적은 상태이므로 다른 경쟁자에 비해 가격결정력을 가지고 더 높은 이익을 거두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자영업과 사업가들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과거처럼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형태로 경쟁하는 경우 결국 서로 빈곤할 수밖에 없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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