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비즈한국 BIZ.HANKOOK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머니

4대 금융그룹 '신종자본증권' 발행 러시, 스텝 꼬일라

형식은 자본 실질은 부채…"BIS 제고 위해" 우리금융 가장 많고, KB금융 처음 가세

2019.04.05(Fri) 14:59:53

[비즈한국] 4대 금융그룹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재무건전성 개선 등을 위해 회계처리 시 자기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종자본증권의 특성을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 개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그룹들의 재무지표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 정상 영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4대 금융그룹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늘리고 있지만, 국제회계기준 변경 시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연합뉴스

 

KB금융지주가 지난 3월 19일 지주사 설립 후 처음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키로 결정했다. 발행 규모는 4000억 원으로, 5년 혹은 10년의 중도상환옵션을 갖는 영구채다. 총 권면총액과 이율은 향후 수용예측 결과에 따라 결정할 예정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KB금융은 그동안 타 금융사와 달리 신종자본증권 등의 보완자본을 활용하지 않아 본원적 자본건전성에서 상대적 우위를 보였다”​며 “​이번 발행은 자기자본비율(BIS)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올 1분기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곳은 KB금융그룹만이 아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미 2~3월 3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는 2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4대 금융그룹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일제히 뛰어든 셈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금융상품이다. 만기가 없거나 길며 매년 일정하게 이자나 배당을 지급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선 하이브리드 증권으로도 일컬어진다. 회계처리 시 부채가 아닌 기본자본(Tier1)으로 분류된다. 그러다 보니 금융사들은 재무지표 개선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곤 한다. 만기가 없어 부담도 덜하다.

 

# 지난해 4대 금융그룹 5조 6740억 발행…우리금융이 절반

 

금융그룹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확대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4대 금융그룹이 발행한 총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5조 6740억 원으로 전년 3조 8856억 원에서 46.0% 증가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곳은 우리금융그룹이다. 우리은행이 전년 대비 4.8% 증가한 3조 162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 뒤로 신한금융그룹이 1조 5318억 원, 하나금융그룹이 9803억 원을 보유 중이다. 이들은 전년 대비 각 261.3%, 120.9%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3조 1620억 원 규모로 ​우리금융그룹이 ​가장 많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사진=우태윤 기자


이와 관련,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중요하다. 때문에 은행들은 일반 기업보다 강한 규제를 받는데,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BIS비율 규제는 더 강화됐다”​며 “​이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금융사들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 위한 자본 마련에 나서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신한지주의 경우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발행에 나선 KB금융그룹도 전략적 M&A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 회계 기준 변경 시 부채 증폭 “​순수 자본 마련 등 대안 필요”​

 

문제는 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국제회계기준 개정 추진으로 금융그룹들의 신종자본증권이 부채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IASB는 지난해 금융상품 표시기준을 변경하는 내용의 토론서를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신종자본증권은 자기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신종자본증권 발행 기업 73개사(일반기업 34개사, 금융기업 39개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회계 기준 변경 시 51.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자본증권 총 발행잔액은 29조 5338억 원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금융기업 몫이다. 신종자본증권도 일반 회사채처럼 부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융그룹들의 신용도 하락으로 영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채가 높게 잡혀 BIS가 악화되면 신용도는 당연히 낮아지고, 국내외 은행 간 차입 등은 어려워진다. 차입이 가능해도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금융시장에서 정상적 영업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위험 대출을 줄이거나 순수 자본을 확충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투자자의 주의도 요구된다. 박지원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국제회계기준 변경 시)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의 상당 부분이 후순위채 발행 수요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고, 발행자의 조기상환 옵션 행사에 따른 재투자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핫클릭]

· 카드수수료율 갈등 놓고 금융위·카드사·대형가맹점 '네 탓 공방'
· [현장] KB금융 주총, 밖에선 실랑이 안에선 주가하락 성토 '혼쭐'
· [현장] 창립 이래 최대 실적, 신한금융지주 주총은 '축제'
· "어디서 숟가락을…" 금융결제 혁신안에 은행·카드사 반발 까닭
· [CEO 뉴페이스] '중국통·워커홀릭' 지성규 차기 KEB하나은행장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