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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밀가루·설탕 담합 앞에 '성심당' 다시 빛난 까닭

설탕 가격 담합에 공정위 '철퇴'…밀밭 조성해 자체 공급망·지역상생 모델 구축한 성심당 '재조명'

2026.02.12(목) 16:17:00

[비즈한국] 서민 식탁의 기본 재료인 밀가루와 설탕 제조업체들이 수년간 조직적으로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식품업계 전반에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원가가 오를 때는 발 빠르게 가격을 올리고, 내려갈 때는 인하를 미루는 방식으로 독과점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해온 것. 이에 정부는 사상 최대 수준의 과징금과 형사 책임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대전 성심당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심당은 지난해 직접 땅을 갈아 밀을 심고 수확해, 자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담합과 독과점이 반복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원재료의 출발점으로 돌아간 성심당의 실험은 대안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정부 “고물가 강요, 엄단”​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3개 제당사의 담합사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e-브리핑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국내 3개 제당사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설탕 판매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사전에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40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담합 사건 가운데 전체 부과액 기준 역대 두 번째, 사업자당 평균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조사 결과 이들은 원당 가격이 오를 때는 인상 시점과 폭을 맞춰 빠르게 반영했고, 반대로 가격이 하락할 때는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를 중대한 경제질서 교란 행위로 판단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국민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담합을 통해 부당 이득을 취했다”며 “약탈적 가격 담합과 독과점 사업자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향후 담합 재발을 막기 위해 가격 변경 현황 보고명령도 함께 내렸다.

밀가루 시장에서도 유사한 구조가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 등 6개 제분사가 2020년 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밀가루 가격 인상 여부와 폭을 사전 협의한 혐의를 적발했다. 검찰은 이 기간 담합 규모가 5조 9913억 원에 달하며, 밀가루 가격이 최고 42.4%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제분사 임직원과 법인 등 52명을 재판에 넘겼다. 밀가루와 설탕이 국민 식생활의 핵심 원재료인 만큼, 가격 담합으로 인한 물가 상승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는 판단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독과점을 이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행위는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바로잡아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지시했다.

정부 기조가 분명해지자 업계도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공식 사과와 함께 대한제당협회 탈퇴를 결정했고, 임직원의 경쟁사 접촉 금지와 원가 연동형 가격 결정 시스템 도입을 약속했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분 등은 소비자용과 업소용 설탕·밀가루 가격을 평균 4~6%가량 인하하며 물가 안정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담합의 시대, 성심당은 ‘직접 재배’로 답하다

 

성심당이 대전 유성구 교촌동에 조성한 밀밭. 사진=성심당 인스타그램

 

이처럼 원재료 시장의 불투명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대전 지역 베이커리 브랜드 성심당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심당은 2024년 대전시 농업기술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성구 교촌동 자사 부지 2만 3140㎡(약 7000평)에 직접 밀밭을 조성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밀은 연간 약 6~8톤 규모다. 성심당은 국산 밀 품종인 ‘황금알’과 ‘백강밀’을 파종해 지난해 6월 처음 수확했는데, 단백질 함량이 높아 제빵용으로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확한 밀은 향후 대전 지역 특화 빵 제품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

 

성심당의 밀 생산은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라, 지역 농업과 연계한 자체 공급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심당은 밀밭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과 축제를 통해 관광 활성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메밀과 팥 이모작을 검토해 원재료 자급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가격 담합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성심당의 선택은 상징적이다. 독과점 시장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공급망을 만들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택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업계의 뒤늦은 가격 인하가 이어지는 지금, 성심당의 ‘직접 재배’ 실험은 단순한 브랜드 스토리를 넘어 식품 산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김민호 기자

goldmin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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