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민 식탁의 기본 재료인 밀가루와 설탕 제조업체들이 수년간 조직적으로 가격을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식품업계 전반에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원가가 오를 때는 발 빠르게 가격을 올리고, 내려갈 때는 인하를 미루는 방식으로 독과점 기업들이 이익을 극대화해온 것. 이에 정부는 사상 최대 수준의 과징금과 형사 책임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이런 가운데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대전 성심당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심당은 지난해 직접 땅을 갈아 밀을 심고 수확해, 자체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담합과 독과점이 반복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원재료의 출발점으로 돌아간 성심당의 실험은 대안적 모델로 평가받는다.
#정부 “고물가 강요, 엄단”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국내 3개 제당사가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설탕 판매 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사전에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40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담합 사건 가운데 전체 부과액 기준 역대 두 번째, 사업자당 평균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담합의 시대, 성심당은 ‘직접 재배’로 답하다
이처럼 원재료 시장의 불투명성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대전 지역 베이커리 브랜드 성심당의 행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심당은 2024년 대전시 농업기술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성구 교촌동 자사 부지 2만 3140㎡(약 7000평)에 직접 밀밭을 조성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밀은 연간 약 6~8톤 규모다. 성심당은 국산 밀 품종인 ‘황금알’과 ‘백강밀’을 파종해 지난해 6월 처음 수확했는데, 단백질 함량이 높아 제빵용으로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확한 밀은 향후 대전 지역 특화 빵 제품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성심당의 밀 생산은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라, 지역 농업과 연계한 자체 공급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심당은 밀밭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과 축제를 통해 관광 활성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메밀과 팥 이모작을 검토해 원재료 자급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가격 담합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성심당의 선택은 상징적이다. 독과점 시장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공급망을 만들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택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업계의 뒤늦은 가격 인하가 이어지는 지금, 성심당의 ‘직접 재배’ 실험은 단순한 브랜드 스토리를 넘어 식품 산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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