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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판교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둘러싼 '예견된 갈등'

감정가 치솟자 입주민 반발 원가연동제 요구…LH "계약서에 명시" 국토부 "향후 공급 중단"

2019.04.17(Wed) 16:10:56

[비즈한국]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10년 공공임대주택이 7월부터 분양전환을 시작하면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에 대해 임차인과 LH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LH는 계약서에 명시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며, 임차인은 ‘서민을 내쫓고 폭리를 취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 5년 공공임대는 원가연동제, 10년 공공임대는 ‘시세’대로 

 

공공임대는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며 일정기간 거주한 뒤 의무임대 기간이 끝나면 우선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아파트다. 5년 공공임대와 10년 공공임대로 나뉘며 LH 및 다수의 민간 사업자가 공공임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건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이다. 5년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의 경우 원가연동제 방식을 따른다. 시세와 관계없이 건설원가에 적정이윤을 남기는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   

 

반면 10년 공공임대는 감정평가액에 따라 분양전환가를 책정할 수 있다. 보통 감정평가액은 주변 시세의 80~90% 수준에서 결정된다. LH는 “7월부터 분양전환을 시작하는 판교의 경우 현재 감정평가사 선정을 위한 공문을 보낸 상태”라며 “감정평가사가 감정가액을 책정하면 분양전환가 산출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 산운마을 11단지 전경. LH 10년 공공임대 중 판교 지역이 가장 먼저 분양전환을 시작한다. 사진=박해나 기자

 

10년 공공임대만 주변 시세에 영향을 받게 된 건 임대주택법의 허술함에서 기인한다. 임대주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공건설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의 산정기준은 임대의무기간이 10년인 경우 감정평가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의 상한선을 감정평가금액으로 규정한 내용이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 확대 취지로 5년 공공임대를 조기 분양하면서 재고 주택이 줄자 노무현 정부 때 10년 공공주택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재원이 부족해지자 민간기업을 통해 보충하려 했는데 민간기업이 분양가산정 방식 등에 이의를 제기했다”라며 “이를 해결하고자 중형 임대에 한해 규제를 다소 풀어준 건데 시행규칙에는 상세내용을 생략하고 ‘초과할 수 없다’고만 적었다. 명확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저렴하게 공급한다고만 설명해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 10년간 6000만 원 지불 “재산세까지 임차인이 냈는데 이제 와 쫓겨나면…”

 

10년 공공임대 임차인들은 분양전환가격을 시세 감정가액으로 책정하는 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판교의 경우 10년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시세가 10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치솟았다. 현재 판교 지역  59㎡(약 24평) 시세는 8억 원 이상으로 평당 2500만~3000만 원 수준이다. 

 

김동령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회장은 “민간 건설사의 중대형 일반분양주택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데 서민에게 공급하는 중소형 분양전환 주택을 시세 감정가액으로 분양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입주민은 모두 쫓겨나는 처지가 되고 LH는 제3자 매각을 통해 폭리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과 운중동 일대에는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판교 외 다른 지역의 10년 공공임대 임차인들도 LH의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판교가 LH의 10년 공공임대 분양 첫 사례인 만큼 이번에 결정되는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동령 회장은 “민간 건설사와 지방공사 등이 3만여 세대를 분양전환 하면서 확정분양가(건설원가+적정이윤)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LH에서 감정가액으로 분양전환을 한다면 이제 다른 민간 건설사도 감정가액 분양전환을 따르게 된다”며 “결국 국토부와 LH가 분양가격을 높이는 꼴이다. 임차인이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시선도 있지만 우리는 전매제한도 수용 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차인들은 지난 10년간 내 집 마련 희망 하나로 6000만 원가량을 지불해왔는데 이제 와 쫓겨날 위기에 놓여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도 아니었고, 주택의 재산세 등도 입주민이 납입해왔다는 주장이다. 김동령 회장은 “시세의 65% 이하에 해당하는 임대료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판교 지역의 84㎡의 경우 보증금 1억 4100만 원에 임대료 58만 원으로 책정됐다. LH의 전·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이율) 5%를 감안해 이를 전세금으로 전환하면 2억 6000만 원이다. 분양 당시 지역 시세가 2억 2000만 원 수준이었으니 저렴한 임대료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10년 공공임대 주택의 임대료에는 제산세 등이 포함돼 있다. 사진=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회 제공

 

# LH “폭리 주장은 말도 안 돼”, 부동산 전문가 “시세대로 분양은 취지에서 벗어나”

 

LH와 국토부는 감정평가액에 따른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LH관계자는 “우리와 국토부의 입장은 같다. 정부 입장이 변함없다면 우리로서도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바꿀 여지는 없다. 입주민 입장을 고려해 국토부에서 분할 납부 방안 등을 검토하고 보완 대책을 논의 중으로 알고 있다”면서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고 임차인들이 이를 모르고 계약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고 해서 산정 방식을 바꿀 수 없지는 않나. 반대로 가격이 폭락해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LH가 10년 공공임대를 통해 폭리를 취한다는 일부 주장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공사 관계자는 “몇조 원의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은 임차인들이 건설원가 등으로 추정한 수치일 뿐이다. LH는 영구임대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 등에도 투자하며 주거복지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월 21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감정평가금액을 기준으로 한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 전환은 위헌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부동산 전문가들은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임대 아파트는 정부가 토지수용권을 보장해 나온 제도로 분양이 어려운 서민을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 법의 취지가 서민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건데 현재 시세대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논리”라며 “정부에서는 분양 당시 판교의 공공임대는 이익을 남기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방식이라면 그 시세 차익이 LH에게 흘러간다. LH는 이윤 제외 시세 차익을 공공성을 위해 사용하는지 등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문도 교수도 “국토부와 LH가 서로를 핑계로 삼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의 취지에 맞게 10년 공공임대 역시 5년 공공임대와 동일한 방식으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하는 게 맞다”면서 “국토부는 계속 회피만 할 뿐 정확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4월 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관련 토론회에도 국토부 관계자가 나오지 않았다. 할 말이 없으니 계속 피하는 게 아니냐”며 질타했다. 

 

국토부는 더불어민주당 외 바른미래당, 자유한국당 등이 개최한 10년 공공임대 관련 토론회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국토부는 10년 공공임대의 문제가 불거지자 추가적인 10년 공공임대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10년 임대로 계획된 7만 호 가운데 이미 공급된 약 4만 호(모집공고 완료) 외 향후 장래 물량 약 3만 호는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라 서민 주거안정 강화를 위해 10년 임대주택 대신 장기공공임대주택 중심으로 전환 공급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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