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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글로벌 마케팅] 명랑핫도그가 1달러만 더 비쌌더라면

싸면 무조건 좋다? 싼 게 비지떡이다? 가격 책정에서 고려할 것들

2019.05.29(Wed) 07:00:00

[비즈한국] 새 제품을 론칭할 때 가격은 어떻게 책정해야 할까? 제품의 가격이란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정한 액수’라는 일차원적인 의미를 넘어서 여러 쓰임을 가지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따라 공략해야 할 소비자층이 결정되고, 제품의 이미지가 형성되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당기느냐, 아니면 없애버리느냐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 정도면 적당하지 않겠어?’ 하는 식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자칫 많은 기회를 놓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로스앤젤레스 명랑핫도그 매장 앞에 줄을 선 고객들. 사진=황지영 제공

 

# 싸면 무조건 좋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LA)에 명랑핫도그가 상륙했다. 유튜브 먹방 인기 아이템으로 소문이 나서일까, 핫도그를 먹기 위해 주말이면 밤낮없이 한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급기야 가게에서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기 위해 핫도그 주문량을 제한합니다. 1인당 5개만 주문받습니다”라는 공지를 붙이기까지 했다. 

 

제품의 인기가 너무 좋아 이런 룰까지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는 것. 사업하는 사람에겐 ‘행복한 비명’을 지를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핫도그를 먹겠다고 한참을 기다리며 아우성인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수익과 고객의 마음을 동시에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업원 인원을 늘리거나 가게를 확장하거나, 여유 자본이 있다면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이 있을 텐데 아직 그럴 여유는 없나 보다 생각하며 가게를 무심히 지나치던 찰나, 가격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LA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충격적일 정도로 싼 가격 때문이었다. 

 

핫도그 하나에 1.99달러부터 시작하다니 시간이 2000년대에서 멈춰버린 것 같았다. 미국에서 비슷한 기존 핫도그 브랜드를 꼽으라면 ‘Hot Dog On a Stick’을 들 수 있다. 핫도그 하나에 3.29달러부터 시작하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어른은 핫도그 두 개와 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를 곁들어 먹어야 성이 찬다. 

 

명랑핫도그 메뉴를 살펴보니 헉, 가격이 너무 싸다! 사진=황지영 제공

 

그에 비해 명랑핫도그는 크기도 크고, 재료도 더 다채롭고 창의적이다. 이제 막 미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새내기라지만, 제대로 마케팅하면 고급 핫도그(Gourmet Hotdog)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 제품을 단돈 1.99~4.49달러에 팔다니. 내가 다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명랑핫도그가 처음부터 가격을 1달러라도 더 높여서 팔았다면 어땠을까?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줄은 짧아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사업자의 수익까지 더 낮아졌을까? 같은 양의 일을 하고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면? 얻은 수익으로 매장에 다시 투자하고 마케팅, PR에도 투자해 사업을 확장했다면? 지금 이 비즈니스가 어떤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같은 문제들은 사업하는 사람에게 밤잠을 설칠 만큼 고민스러운 문제지만 그렇다고 자기의 비즈니스를 객관적으로 보기도 어렵고, 이전에 시장에 소개된 적이 없는 제품의 경우 소비자에게 익숙한 가격대가 아예 없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 얼마야, 얼마면 돼?

 

이 같은 질문에 답할 때 쓰는 소비자 연구가 ‘가격 연구(Pricing Study)’다. 가격 책정이 특히 까다로운 분야는 IT다. 이 분야 시장정보분석 기업 GFK에서 시행한 스마트홈 연구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홈 제품의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은 가격이었다. 그다음은 개인 정보 유출, 해킹 문제, 그리고 제품에 대한 이해 부족 순이었다. 

 

이 분야의 제품은 소비자 대부분이 경험해보지 못한 터라 나에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제품을 론칭할 때, 조금 낮은 가격으로 제품 보급에 중점을 두느냐 아니면 높은 가격이지만 이 제품을 정말 원하는 사람들을 예리하게 공략하여 프리미엄 이미지를 내세우느냐는 수억 달러가 걸린 전략적 결정으로, 이럴 때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맞춤형 가격 테스트’이다.

 

가격 책정 시에는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 판 베스텐도르프의 가격민감도 모델 

 

소비자 연구 관점에서 가격을 책정할 때 고려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장 많은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가격대(maximizing market share)이고, 또 하나는 적은 수의 소비자에게 어필하지만 높은 가격으로 높은 수입(maximizing profit)을 꾀하는 가격대이다. 

 

맞춤형 가격 테스트 연구 방식은 제품의 구성에 따라 적합한 것을 활용한다. 단일 제품의 가격을 측정할 때는 독일의 경제학자 페테르 판 베스텐도르프(Peter Van Westendorp)가 고안한 ‘판 베스텐도르프 가격민감도 모델(Van Westendorp Price Sensitivity Model)’을 많이 쓴다. 다음 네 개의 질문을 설문 조사하여 얻은 데이터로 적절한 가격의 범주를 측정해 보는 것이다. 

 

△이 제품의 적절한 가격은(At what price would you consider this product to be good value for the money)?​

 

△이 제품이 비싸다고 생각되지만 구매를 고려해볼 만한 가격은(At what price would you consider this product to be expensive, but still consider buying it)?​

 

△너무 싼 나머지 제품의 질이 의심되어 구매를 고려하지 않을 가격은(At what price would you consider this product to be so cheap that you would doubt its quality and not consider buying it)?​

 

△너무 비싼 나머지 구매를 고려할 수 없는 가격은(At what price would you consider this product to be so expensive that you would not consider buying it)?

 

간단한 네 질문만으로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가격의 범주를 측정할 수 있어, 고안된 지 40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이 방법론은 소비자 연구 분야에서 널리 애용되고 있다.

 

단일 제품의 가격을 측정할 때는 독일의 경제학자 페테르 판 베스텐도르프가 고안한 ‘판 베스텐도르프 가격민감도 모델’을 많이 쓴다.

 

# 절대적인 가격은 없다

 

5년 전, 두 명의 전 애플 직원이 합세해 론칭한 IOT 제품의 가격 테스트를 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이들의 제품은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처음 클라이언트와 회의를 하면서 이미 소비자에게 공표된 가격이 있음에도 테스트를 의뢰한 배경이 무척 궁금했다. 

 

이 회사는 첨단기술을 사용해 기존에 없던 스마트홈 제품을 출시했는데, 생각보다 실적이 저조했다. 그러자 제품의 보급을 가로막는 것이 높은 가격 때문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던 모양이다. 일단 가격을 바꾸는 큰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객관적인 테스트를 통해 가격 변동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가격 변동을 한다면 새 가격은 얼마여야 하며, 그 결과로 새 고객을 얼마나 유치할 수 있는지, 올릴 수 있는 수익은 얼마인지 알아야 했다.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에 소비자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하자 “우리 업계는 가격을 바꾸려면 바꿀 수 있거든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국 이 회사는 치밀한 소비자 연구를 토대로 가격 전략을 세워 한 단계 한 단계 성장을 거듭해 2년 후, 3조 원이 넘는 가격으로 구글에 인수되었다.

 

# 가격,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린 심리전 

 

작년에 미국 시장 진출을 꾀하는 이스라엘의 한 스타트업을 위해 가격 테스트를 했다. 이들의 제품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족과 소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인공지능 로봇이었다. 많은 연구를 했지만 이렇게 이전에 없던 제품의 론칭을 돕는 일은 특히 보람이 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제품의 가치를 처음으로 가시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가격은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파는 사람이 생각하는 제품의 가치와, 제품을 사는 사람이 매기는 가치.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고 생산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비용은 이미 정량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얻는 가치는 개인적이고 상대적이다. 판매자가 원하는 가격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그 알 수 없는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 그것이 가격 테스트의 목적이다. 

 

필자 황지영은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엔터테인먼트 경영 석사를 마치고 Fox Television, Warner Bros. Television 리서치 부서에서 일했다. 글로벌 소비자 마케팅 리서치 회사 Hall & Partners, Kelton Global에서 경력을 쌓고 2015년 소비자 마케팅 연구 회사 마인엠알(MineMR)을 설립, 현재 미국 LA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소비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황지영 MineMR 대표·마케팅전문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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