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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회장이 제2 비전펀드를 여는 주문 "AI, AI, AI"

1000억 원 펀드 조성 위한 세일즈 목적 방한…투자와 사업 협력을 통한 시너지 전략

2019.07.05(Fri) 16:27:13

[비즈한국]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4일 한국을 찾았다. 손정의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하는 등 적극적 행보에 나섰다. 1000억 달러(117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를 이끌며 세계 최고의 벤처캐피털리스트로 꼽히는 그의 한국 방문 배경에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손 회장은 현재 시점에 무얼 바라고 한국을 찾은 걸까, 궁금증이 커진다. 

 

일단 손정의 회장이 한국을 찾은 배경은 ‘펀드레이징(펀드 조성)’에 참여할 투자자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부터 비전펀드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손 회장은 올 4월부터 제2 펀드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제1 펀드와 마찬가지로 1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AI는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AI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제1 펀드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소프트뱅크가 주축으로 프라이빗하게 조성된 데 비해 2펀드는 투자자들을 조금 더 폭 넓게 찾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9일 손 회장은 제2 비전펀드 조성의 뜻을 밝히며 “전 세계 다양한 투자자들이 제2 비전펀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일단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1펀드와 마찬가지로 절반에 가까운 400억~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나머지 투자는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자본으로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의 펀드 투자를 유치하고자 한국에 세일즈 방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제1투자자인 사우디 PIF가 손 회장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수차례 불만을 표출했다. 당장은 1펀드의 나스닥 직상장 계획으로 이런 목소리를 누그러트렸지만, 2펀드에서도 시작과 함께 주요 투자자들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손 회장은 자기 주도적 펀드 운용을 위해 내부에서 다양한 숙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펀드 투자자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손 회장이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인공지능(AI)을 세 차례나 강조한 점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미래 산업의 밸류체인(Value Chain) 변화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손 회장은 1펀드를 통해 자신의 구상을 드러냈다. 

 

1차 펀드의 주요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크게 O2O에 기반을 둔 플랫폼 회사(우버·디디추싱·그랩·쿠팡), 온라인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전환하는 제조 및 유통 회사(파나틱스·토코피디아·모넷), 서비스의 효율적 운영과 마케팅에 필요한 AI 기업(글로벌리티·페텀), 마지막으로 이를 하드웨어로 구현하는 제조 기술회사(ARM·엔비디아),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만찬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O2O에 기반을 둔 온라인 서비스는 사실상 포화 상태며, 지난해 이후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유통 설비 투자는 충분히 이뤄진 상태다. 이제 사용자들이 이런 서비스를 폭넓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진보적 AI 기술이 나올 차례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에 의한 안정적 AI 서비스가 앞으로 플랫폼 간 경쟁의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커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부터 중국 AI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큰 관심을 보여왔다. 한국에서도 유망한 AI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어 문 대통령에게 AI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의 펀드레이징 전략이 가진 특징은 자본 유치와 더불어 시장을 함께 공략한다는 점이다.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과 만났을 때 투자를 요청하는 한편, AI와 관련한 반도체 생산에서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능력과 관련해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AI와 관련해 이미지센서, 자율주행 등 수많은 분야의 반도체 수요가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카돈을 인수하는 등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한편, 지난 2~3년 전부터 파운드리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 비전펀드가 보유한 ARM은 반 인텔 연합의 수장 격 회사로 앞으로 AI 시스템 반도체 설계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커스터마이징 반도체 제품 생산에서 삼성전자가 비전펀드 측과 연대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1펀드가 큰 그림을 그렸다면 2펀드는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라며 “플랫폼과 AI 같은 기술, 국가 등에서 광범위한 투자를 통한 구축 효과를 만듦으로써 큰 그림을 성공시키려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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