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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아파트 공급 충분? 통계 맹신하면 안 되는 이유

서울 입주 물량 3년 연속 상승했지만 가격도 급등…'서울 전체'가 아닌 '개별 입'지를 함께 봐야

2020.02.03(Mon) 11:01:39

[비즈한국]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의 주 업무 중 하나는 통계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LH공사, SH공사 등 공공기관이나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피데스개발 등 건설사의 의뢰를 받은 프로젝트 대부분이 대규모 소비자 리서치를 실시하고 통계 자료를 분석해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이다. 

 

하지만 칼럼을 쓸 때는 통계 자료를 잘 인용하지 않는다. 통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대다수 사람에게는 통계 수치가 엉뚱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 결과를 맹신한 나머지 다른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다음의 통계 결과를 보자. 세 가지 통계 모두 설명을 위해 임의로 추출한 숫자다. ‘아워홈 구내식당 역삼타워점의 만족도 64.4%’, ‘신반포자이 세대 내부 평면구조의 만족도 55.1%’, ‘2020년 신규 아파트 분양 의향률 30.1%’. 이 세 가지 만족도 결과 중 아워홈 역삼타워점의 만족도는 높은 걸까, 낮은 걸까? 신반포자이 세대 내부 평면구조의 만족도는 높은 수준일까, 낮은 수준일까? 2020년 신규 아파트 분양 의향률이 30.1%라면 높은 편일까, 낮은 편일까? 

 

통계자료를 분석할 때는 그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가 필요하다. 통계 분석만큼이나 해석이 중요하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 공급에 대한 통계분석보고서나 기사를 보며 이 문제를 실감한다. 그중 하나가 ‘공급물량’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전망하면서 자주 인용되는 통계다.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서울 부동산의 핵심 전망 중 하나로 많은 공공기관 보고서, 언론 기사에 ‘서울 공급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7년, 2018년에도 공급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왜 서울 시민들은 늘 서울 아파트가 부족하다고 생각할까?

 

공급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급 물량에 대한 대부분의 공공기관 분석과 기사는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 경우가 많다. 이 칼럼에서는 ‘공급이 충분하다’는 분석에 대한 스마트튜브의 의견을 말해보겠다. 

 

전체 평균 숫자로 보이는 ‘입주 물량’은 큰 의미가 없다. 입주 물량 통제는 제공하는 사이트마다 조금씩 다르다. ‘대략 작년보다 얼마나 더 많다, 적다’ 정도만 판단하면 된다. 

 

 

위 입주량 표대로 서울은 2017년부터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부터 서울 아파트는 공급이 충분하다’는 진단은 급등한 수치만 보고 나왔을 것이다. 2018년 입주 물량은 2017년보다 더 많다. 따라서 2018년에도 공급은 충분하다는 결론이 다수 나왔다. 2019년도 마찬가지다. 

 

같은 방법으로 2020년을 분석해 보자. 수치상으로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입주 물량이 증가했다. 그런데 공급이 충분한 서울 아파트 시장은 왜 3년 내내 시세가 상승했을까? 신규 아파트의 시세는 놀랍도록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통계’만 보는 건 의미가 없다. 특히 전체 평균 수치로 부동산을 분석하는 건 의미가 없다. 전국의 아파트 시세 변동률을 보면 알 수 있다.

 

 

시·도별로도 제각기 방향이 다르다. 지난 1년간 매매가·전세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대전도 구별로 상승 정도가 다르다. 심지어 하락한 곳도 있다. 매매가·전세가 하락률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한 곳인 울산에서도 시세가 많이 오른 지역, 많이 오른 아파트가 있다.  

 

평균 시세 변동률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세 상승기인가? 대세 하락기인가? 개발 단지, 개발 세대를 뺀 전체를 분석하면 평균 수치는 의미가 없다. 부동산은 개별 입지와 개별 상품을 봐야 한다. 

 

‘공급이 충분하다’고 말하려면 해당 지역의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더 많아야 한다. 수요량보다 ‘공급량이 월등히 많은 지역이 어디일까’ 물어보면 누구나 서울이라고 답할 것이다. 만약 ‘서울에 공급이 충분하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는 객관적 분석을 한 게 아니다. 부동산을 모르는 비전문가이거나 다른 의도를 갖고 편향된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에 공급이 충분하다’는 평가는 어떨까?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인사이트 없이 통계 수치만 봤을 확률이 높다. 구체적으로 경기도 어느 곳의 공급이 충분한지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과천·판교·분당은 공급이 어떤가? 이 지역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급량보다 수요량이 더 많아 공급이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인천은 어떤가? 어찌된 일인지 미분양이 쌓이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기 때문이다. 인천도 거대 도시이므로 세부 지역별로 다 다르다. 하지만 인천이 서울·경기도 인기 지역과 비교해 수요가 적은 건 사실이다. 

 

경상권과 충청권까지 묻는다면? 공급이 충분하다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된다. 통계 수치만 보는 게 아닌 해당 지역의 수요량을 잘 체크해야 한다. 수요가 차고 넘치는 지역인지, 수요가 빠지는 지역인지, 이 입지의 이슈가 ‘공급’인지 아니면 ‘기반시설’인지를 말이다. 

 

앞으로 ‘공급이 충분하다’는 말이 들리면 어느 지역의 공급이 많은지 입지별로 꼼꼼하게 따져보길 바란다. 통계 수치만 보는 게 아니라 입지를 함께 파악해야 제대로 된 부동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유튜브 ‘빠숑의 세상 답사기’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9),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 할 아파트는 있다’(2018),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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