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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 구매자가 갑자기…" 재능공유플랫폼에서 벌어진 일

구매자 검증 없다보니 성희롱 등 발생…업체들 "구매자 평가 시스템 마련 중, 아직 큰 문제 없어"

2020.04.28(Tue) 17:31:42

[비즈한국] 숨고, 크몽, 탈잉 등 이른바 ‘재능 마켓’이라 불리는 재능 공유 플랫폼에서 재능 판매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구매자는 구매 전후로 판매자의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고 평가할 수 있지만, 판매자는 상대적으로 구매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쉽지 않아서다. 이러한 재능 마켓의 정책은 판매자를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내몰고 있지만, 재능 마켓은 사후 처리 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숨고·크몽·탈잉 등 재능 마켓을 향한 재능 판매자들의 불만이 적잖다. 사진=각 앱 시작화면 캡처


판매자들은 재능 마켓에서 자신들의 정보를 노출하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탈잉은 판매자 허가에 약 7일, 크몽은 1개월가량 소요될 정도로 판매자를 깐깐하게 점검한다. 또 판매자가 학벌, 수상 경력, 직장 등 개인정보를 세세하게 적을수록 신뢰도가 높아져 구매자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반면 구매자들은 구매 전 판매자에게 개인정보를 노출할 필요가 없다. 숨고의 경우 구매자의 숨고 가입일, 이용 횟수, 전화번호만 판매자에게 공개하며, 번호 또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안심번호로 제공한다. 크몽 관계자는 “개인정보 공개 여부는 판매자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즉 구매자보다 판매자 개인정보가 상당히 노출된다고 일반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물론 거래 전 판매자와 구매자가 대화를 나눌 길은 열려 있다. 하지만 구매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판매자는 구매자가 어떤 사람이며 구매 목적이 무엇인지 알 방법이 없다. 이를 방지하고자 대부분 재능 마켓은 수강 전 구매자에게 학습 의도 등을 충분히 묻도록 판매자에게 권하고 있지만, 판매자들은 “그렇게 하면 구매자가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냐’며 반문한다. 수업을 진행해도 평점을 낮게 주는 등 불이익으로 돌아온다”고 하소연한다.

 

재능 마켓 관계자들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충분히 소통할 창구를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판매자를 향한 각종 제도 탓에 판매자들은 구매자를 걸러낼 능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사진=숨고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자는 구매자보다 상대적으로 선별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능 마켓 판매자 A 씨가 1년 전 구매자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A 씨는 “프로필에 사진도 없고, 수강 목적을 묻는 말에 단답으로 일관하던 구매자였다. 왠지 불안했지만 재능 마켓이라는 중간 장치가 있으니 일단 진행한 거였다”며 “아니나 다를까 구매자는 수업 내내 두리번거리면서 집중하지 않았다. ‘점퍼를 벗어라’, ‘옆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싶다’며 이상한 말만 하더라. 결국엔 ‘손 좀…’ 이라며 불쑥 오른손을 내민 채 의자에서 일어나 책상 앞으로 몸을 기울이길래 놀라서 도망쳤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재능 마켓 관계자도 내게 사과했다. 당시 재능 마켓 측은 이런 일이 처음이라며 당황해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 사람을 재능 마켓에서 탈퇴시켰다고 했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재능 마켓은 ‘사후 처리제’로 이 같은 사건을 처리 중이다. 숨고 관계자는 “성희롱·불건전 발언에 대해서는 다른 위반사항보다 엄격하게 처리하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시스템 내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해 전부 파악하기 어렵다. 직접적으로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다. 다만 내용증명을 받아 확인되면 숨고 이용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잉 관계자도 “판매자가 구매자에 대해 반복적으로 문의할 경우 사실 확인 후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양쪽 의견을 동시에 수렴해 정책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크몽 역시 이용 약관에 따라 비매너 행위를 저지른 회원에게 페널티를 적용 중이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 숙박 후 서로를 평가할 수 있다. 사진=에어비앤비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판매자들은 이 같은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또 다른 판매자 B 씨는 “큰일을 치른 적은 아직까진 없다. 사적인 얘기로 수업이 삼천포로 빠질 때가 있다. 가령 사이비 종교 신도가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내게 전도를 하려고 하더라. 그런 황당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다른 판매자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단 얘길 들었다. 일대일로 수업을 신청해 접근한 뒤 ‘우리 아들 한번 만나 봐라’, ‘남자친구 있느냐’, ‘결혼했느냐’ 등의 소리를 비일비재하게 듣는다고 했다”며 “한 재능 마켓 관계자는 판매자도 구매자를 평가하는 제도를 마련한다고 했다. 하지만 1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런 시스템은 여전히 만들어지지 않았다. 판매자 정보의 공개성은 강화되었고, 구매자의 익명성은 더 ​철저하게 ​보장되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는 완료된 숙박에 대해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 후기를 남기게 되어 있다. 이 후기는 모든 호스트와 게스트 프로필에 표시되기 때문에 향후 다른 호스트와 게스트가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 또 후기 작성 절차의 일부로 호스트나 게스트는 서로에 대한 후기를 비공개로 남길 수도 있다. 비공개 코멘트는 후기 게시와 동시에 상대방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재능 마켓에서는 구매자만이 판매자를 평가할 수 있다. 숨고 관계자는 “전체적인 서비스 개발, 업데이트 일정상 고객의 평가시스템을 먼저 업데이트한 것이지 구매자 평가제도를 일부러 마련하지 않은 건 아니다. 판매자가 구매자를 평가하는 시스템은 점진적으로 업데이트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크몽 관계자도 “구매자 전체를 평가할지, 소수 블랙 컨슈머만을 평가할지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탈잉 관계자는 “판매자의 구매자 평가제도는 남용될 우려가 있다. 튜터가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아직 없었기 때문에 (신고제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되는 사례들을 방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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