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외로워요? 외로우면 5000원…재능마켓 “얘기 들어드려요”

2016.08.23(Tue) 20:50:18

‘술 한잔하실 때 이야기 들어드립니다’, ‘퇴근 후에 사람 목소리 듣고 싶을 때가 있지 않나요’ 등 감성을 잡아끄는 이름의 상품들이 즐비하다. 리뷰와 별점이 상품 질을 평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잣대다. 사람들은 이미 많이 판매된 상품을 유독 선호한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다. 최근 재능마켓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화 서비스에 관한 이야기다.

   
▲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재능마켓 내에서 유료 대화 서비스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답답한 속마음을 털어놓고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안으로서 재능마켓 내에서 거래되는 대화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개인주의의 팽배 등으로 인해 점점 많은 사람들이 고독감을 느끼게 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료 대화 서비스를 찾고 있는 것이다.

재능마켓은 개인끼리 직접 재능을 거래하는 오픈마켓이다. 2012년 국내 최초의 재능마켓 ‘크몽’을 시작으로 오투잡, 크레벅스, 재능넷 등 매년 새로운 재능마켓이 등장하고 있다. 재능마켓에선 판매금액의 20% 정도를 수수료로 지불하기만 하면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큰 투자가 부담스러운 대학생, 프리랜서, 그리고 투잡족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일반 대행 사이트와 달리 재능마켓은 자격증과 시험성적 등 전문성을 인증하는 객관적인 지표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판매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며 거래될 수 있는 재능의 종류는 크게 늘어났다. 사인 제작, 표 대신 끊어주기, 같이 쇼핑하기 등 과거에는 재능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소소한 능력도 재능마켓 내에선 엄연한 상품이 된다.

한 재능마켓 관계자는 “재능 판매자가 전문직 자격증을 올리면 이를 프로필에 인증해주기 때문에 구매자들의 신뢰도가 높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재능은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그 나름의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화 서비스 역시 일부 심리 상담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판매자는 비전문가이다. 여기서는 판매자가 서비스 설명란에 적는 연애, 여행 등의 풍부한 경험이 경쟁력이 된다. 물론 이를 증명할 자료는 제시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 구매자들이 남긴 후기 및 평가가 구매자가 서비스의 질을 가장 확실한 잣대로 여겨진다.

다른 재능마켓 관계자는 “자격증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연륜 있는 사람의 풍부한 경험이 훌륭한 재능이 된다. 우리는 선정적이거나 문제 있는 재능 판매를 제재하는 역할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의 품질과 안전성을 순전히 판매자 한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재능마켓의 가장 큰 취약점으로 꼽힌다. 지난 2월에는 재능마켓에서 판매자가 돈을 받은 후 잠적하는 일명 ‘먹튀’ 사고가 만연하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물론 대부분의 재능마켓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먹튀 사건, 부당한 추가 금액 요구, 구매자에 대한 악의적 태도 등을 제재하는 다양한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환불, 판매 자격 박탈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 대부분이 이미 문제가 발생한 뒤 사후적 조치라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 대화 서비스에는 다양한 옵션이 붙는다. 사진=크몽 결제 화면 캡처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대화 서비스 역시 판매자에 따라 가격과 구성이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재능마켓에서 대화 서비스의 최저 가격은 5000원 정도다. 여기에 대화 내용과 시간대,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에 따라 옵션이 다르게 붙는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주지역이 다를 경우 일부 판매자는 숙박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비즈한국>은 8월 22일 한 재능마켓에서 판매순위가 상위권에 속하는 한 재능 판매자에게 대화 서비스를 구매했다. 판매자는 카카오톡으로 진행되는 1시간짜리 기본 서비스에 8000원을 제시했다. 구매한 서비스에는 연애에 대한 조언은 2000원, 진로와 직업에 대한 조언은 5000원 추가라는 옵션이 붙어 있었다. 50여 분의 대화를 마치고 판매자는 구매확정 및 좋은 평점을 부탁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백승대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염 때문에 생수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되었듯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원의 유용성에 대한 평가는 달라진다. 과거와 달리 자녀 수가 적고 이웃과의 소통이 적은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했다. 이것이 대화가 상품이 된 이유”라며 “범용형 사회에서 전문화 사회가 되면서 인터넷 등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조언보다 1:1 맞춤형 조언이 더 가치를 갖게 되었다는 점도 대화가 거래되게 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