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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궤도 역주행하는 소행성들 '출생의 비밀'

태양계 일원인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외계에서 유입된 소행성들 무더기로 발견

2020.05.04(Mon) 09:54:25

[비즈한국] 태양계 행성과 소행성들, 태양 주변을 맴돌고 있는 천체들은 모두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부터 함께했던 가족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중에는 우리의 눈을 속인 채 마치 태양계가 태어날 때부터 함께 있었던 가족인 척하고 있는 외부의 손님들이 숨어 있다. 평생을 같은 집에서 함께 뒹굴고 살아가며 형제자매인 줄 알았던 사람이 나중에 병원에서 DNA 검사를 했을 때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그런 흔한 한국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출생의 비밀이 최근 우리 태양계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태양계에서 새롭게 발견된 또 다른 외계의 방문자들! 혹시 UFO 군단이 지구로 쳐들어오기라도 한 것일까? 외로울 일 없는 태양계를 방문한 새로운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천체의 ‘친자확인’은 어떻게 할까 

 

사람의 경우 혈액이나 타액을 긁어다가 DNA를 비교하면 친자 확인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천문학자들은 태양계를 이룬 다양한 천체들의 가족 관계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우선 가장 널리 쓰이고 또 대표적인 방법은 각 천체의 궤도를 역으로 추적해보는 것이다. 어떤 작은 소천체가 새롭게 발견되었을 때 그 소천체가 태양의 중력에 속박되어 있다면 원래부터 태양계 구성원으로 붙잡힌 채 만들어진 우리 태양계 가족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그 소천체가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거리와 현재 움직이는 속도를 비교했을 때, 태양의 중력에 붙잡혀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훨씬 빠르게 우주 공간을 가르고 지나가고 있다면 그것은 태양의 중력에 속박되지 않은 외부의 손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태양계 안에는 사실 태양계 구성원이 아닌 외부의 손님들도 섞여 있다. 최근 대대적인 태양계 탐사를 통해 많은 소천체들을 더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숨어 있던 외계 손님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ESA/Hubble, NASA

 

실제로 이런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태양계 안쪽까지 쳐들어왔다가 다시 쏜살같이 태양계 바깥으로 날아간 외부의 손님들이 최근 들어 간간히 발견되고 있다. 2017년 10월 하와이에 위치한 Pan-STARRS 망원경을 통해 처음 발견된 오무아무아(Omuamua)가 대표적이다. 

 

처음 목격되던 당시 오무아무아는 지구의 밤하늘에서 20등급 정도의 아주 어두운 모습으로 보였다. 오무아무아는 아주 크게 찌그러진 쌍곡선 궤도를 그리며 태양계 안쪽으로 접근해왔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시 천문학자들은 태양계 외곽 혜성들의 고향이라고 추정되는 오르트 구름에서 유입된 평범한 태양계 혜성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서히 태양계 안쪽으로 다가오면서 정밀하게 측정한 오무아무아의 궤도와 속도는 그것이 애초부터 태양계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너무나 그 속도가 빨랐고 도저히 태양의 중력에 붙잡혀 있던 녀석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게다가 서서히 다가오는 오무아무아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혜성으로 추정할 수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혜성들이 그리는 먼지 꼬리를 그리지 않았다. 

 

오무아무아는 사실 태양계 바깥 전혀 다른 별에서 출발해 수억 년을 날아온 진정한 성간 여행 방문자였던 셈이다. 원래는 다른 별 곁을 돌던 소행성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신이 원래 살던 고향에서 쫓겨나 긴 여행 끝에 우리 태양계 안쪽까지 잠깐 구경하고 다시 빠르게 날아가 버렸다. 오무아무아라는 이름은 하와이 방언으로 ‘아주 먼 세계에서 온 메신저’라는 뜻인데, 정말 잘 어울리는(천문학자들답지 않은 잘 지은)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오무아무아 표면에 얼어 있는 물질이 태양열에 의해 녹으면서 기체 제트를 내뿜는 모습을 표현한 영상. 일부 천문학자들은 오무아무아가 원래는 혜성이었지만 오랜 세월 여행하는 동안 표면의 얼어 있는 물질이 얼마 남지 않아서 소행성처럼 보이는 ‘혜성이었던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영상=ESA/Hubble, NASA, ESO, M. Kornmesser

 

한때 오무아무아가 태양계 바깥으로 다시 멀어져가는 과정에서 원래 예상했던 궤도를 벗어나 서서히 속도를 올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다. 일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은 오무아무아가 사실 외계인이 타고 있는 우주선이고, 우주선이 서서히 엔진을 태우면서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 목격된 것이라 기대를 갖기도 했다. 기다란 시가 담배 모양을 하고 있는 오무아무아의 모습은 SF 소설 ‘라마와의 조우’에 등장하는 원통형의 외계 우주선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런 귀여운 상상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아쉽게도 오무아무아는 그저 표면에 얼어 있던 얼음이 승화하면서 제트를 내뿜으며 엔진처럼 소행성의 속도를 높였던 것으로 보인다. 뭐 인류의 눈을 속이고 싶었던 성질 고약한 외계인들이 만든, 소행성의 외형을 한 독특한 디자인의 우주선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1] 

 

#오무아무아와 보리소프 

 

2017년 오무아무아가 처음으로 태양계를 찾아온 외계의 방문자로 발견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다른 숨어 있던 여행객이 포착되었다. 2019년 8월 새롭게 발견된 혜성 보리소프(Borisov)도 그 궤도와 속도를 봤을 때 앞선 오무아무아와 마찬가지로 태양계 바깥 먼 우주에서 날아들어온 방문객이 분명하다. 태양계 바깥 아주 멀리서 초속 약 32km의 빠른 속도로 날아와 태양계 안으로 잠시 스쳐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초속 26km로 날아온 오무아무아보다 더 빠른 최신 우주선이다!) 

 

2019년 11월과 12월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성간 혜성 보리소프. 2019년 11월 찍은 왼쪽 사진에는 마침 배경에 우연히 은하가 함께 담겼다. 사진=NASA, ESA and D. Jewitt(UCLA)

 

아쉽게도 보리소프는 태양의 뜨거운 열을 얕잡아본 모양이다. 제대로 채비를 하지 않고 태양계 여행을 온 탓에, 태양의 열에 의해 서서히 혜성이 조각조각 쪼개지며 파괴되는 흔적이 목격되었다. 앞선 오무아무아는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을 때 아주 빠르게 튕겨나가듯 예리한 각도로 방향을 틀어, 마치 태양을 반환점 삼아서 원래 날아왔던 방향 근처로 되돌아가는 궤적을 그린다. 반면 보리소프는 방향은 크게 틀지 않고 수직으로 비스듬하게 태양계 원반을 가로질러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보리소프는 지구의 하늘에서 봤을 때 대략 카시오페이아자리 방향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이 외계에서 온 혜성이 우리 은하의 공허한 헤일로가 아니라 별들로 빽빽한 우리 은하 원반상에 있던 어떤 별에서 날아왔다는 증거로 보인다.[2][3] 

 

성간 소행성 오무아무아(빨간색)와 성간 혜성 보리소프(노란색)가 태양계로 날아와 스쳐지나가는 동안 그린 궤적이다. 이미지=NASA/ESA

 

이처럼 예상보다 일찍 오무아무아에 이은 또 다른 외계 손님이 발견되면서, 천문학자들은 아직 찾지 못한 또 다른 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우리 태양계 구석구석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영화 ‘맨인블랙’에 나오는 우리의 일상 속에 숨어 사는 외계인들처럼 말이다. 오무아무아는 최초로 그 존재를 들킨 것일 뿐, 처음으로 태양계로 찾아온 손님은 아닐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며 우리를 잠시 구경했을 외계 손님들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역주행은 여행자의 덕목 

 

태양계에 숨어 있는 외계 방문자들을 찾아내려는 관측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최근 천문학자들은 태양계가 원래 만들어질 때부터 있지 않고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들어온 것으로 의심되는 소행성을 무려 19개나 더 발견했다. 목성과 비슷한 궤도상에서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센타우루스 소행성군(Centaurus asteroids)에서 눈에 띄는 소행성 17개와, 해왕성 주변의 먼 외곽 궤도를 돌고 있는 해왕성 주변 천체(TNO, Trans-Neptunian objects)에서 두 개의 이상한 소행성을 발견했다.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성간 소행성들이 모여 있는 소행성군의 궤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만약 이 소행성들이 처음부터 태양계에서 만들어진 천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행성이나 태양에 곤두박질치며 사라졌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크게 기울어진 역행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바깥에서 유입된 외계의 손님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사진은 45억 년 전 갓 형성된 원시 태양계 원반 주변을 맴돌고 있는 외계 소행성군을 표현한 것이다. 이미지=© Protoplanetary disc: NASA

 

이들은 태양계 행성 원반에서 약 60도에 가까운 큰 각도로 기울어진 타원 궤도를 돌고 있다. 특히 이들은 태양계의 다른 행성이나 대부분의 소행성과 달리 정반대 방향으로 목성 궤도 주변을 돌고 있다. 만약 이 소행성들이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 함께 태어났다면 태양계가 형성되는 동안 수축한 거대한 분자 가스 구름의 회전 각운동량을 그대로 나눠가지기 때문에, 태양과 다른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방향으로 궤도를 돌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 소행성들이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 갖고 있던 회전 각운동량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뜻이다.[4] 

 

목성이나 토성과 같은 가스 행성이 거느린 여러 개의 작은 위성들이나, 우리 은하 외곽을 도는 별들 중에서도 다른 위성이나 별들의 대세를 거슬러 눈에 튀는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포착되곤 한다. 이들 역시 행성이나 은하가 만들어질 때 함께 태어난 부속품이 아니라, 행성과 은하 바깥의 전혀 다른 세계에서 유입되어 붙잡혀버린 외부의 손님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대세를 거스르는 용감한 역주행은 먼 우주적인 거리를 날아온 대담한 성간 여행자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여행자의 덕목’이라고 볼 수 있다.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목성과 그 주변 소행성 2015 BZ509의 궤도를 비교한 영상. 목성(파란 궤도)과 정반대로 역행하고 있는 소행성(녹색 점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토성 주변을 돌고 있는 여러 위성들 중에는 다른 위성들과 달리, 토성의 자전 방향과 정반대로 역행하는 위성(빨간색)이 있다. 이들은 원래부터 토성과 함께 각운동량을 공유하며 만들어진 위성이 아니라, 토성 바깥에서 목성의 강한 중력에 의해 유입된 천체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토성 주변을 거꾸로 도는 역행하는 위성들 사이에서 또 그 와중에 다시 반대로 정주행하고 있는 경우(녹색)도 있다. 이미지=Carnegie Inst. for Science/Roberto Molar Candanosa

 

태양계라는 공간은 우주 전체에서 봤을 때 너무나 좁고 지엽적인 한 구석에 불과하다. 게다가 하필이면 태양계 주변에는 가까운 별도 거의 없어서 우리 태양계는 다른 외계의 손님들이 찾아올 일 없는, 아주 목이 좋지 못한 휑한 황무지 같은 지역에 놓여 있다. 만약 우주 여행자들을 위한 식당이나 카페를 차리게 된다면, 절대 지구 같은 곳에는 차려서는 안 된다. 너무 휑한 곳에 있어서 이곳까지 찾아오는 성간 여행자는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주는 꿋꿋한 귀하신 분들이 있다. 이 소중한 성간 여행자들의 뜻밖의 방문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태양계가 다른 외계의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세상, 마냥 고립되어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비록 우리는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태양계라는 고향을 실질적으로 벗어나지 못한 채, 태양의 중력에 발이 묶여 있을 테지만, 50억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오랜 우주적인 자가격리 생활에서도 우리는 스스로가 태양계 너머 더 거대한 우주의 일원이었음을, 더 넓은 다른 바깥 세상과 소통하고 이어진 네트워크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잊을 만하면 우리 태양계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또 한 번 태양계의 문을 두드리며 나타날 테니 말이다.  

 

[1]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20-1064-9?draft=marketing

[2]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0-019-0931-8

[3] https://www.nasa.gov/feature/interstellar-comet-borisov-reveals-its-chemistry-and-possible-origins/

[4] https://academic.oup.com/mnrasl/article-abstract/477/1/L117/4996014?redirectedFrom=fulltex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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