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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분양이냐 후분양이냐, 재건축조합들 딜레마

상한제 피해 선분양 하려니 HUG 고분양가 규제 걸려…HUG "제시 가격에도 조합원 손해 안 봐"

2020.05.15(Fri) 11:59:54

[비즈한국] 오는 8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와 강남권 재건축단지가 ‘선분양’과 ‘후분양’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재건축단지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면 7월까지 입주자모집(분양) 공고를 내야 하는데, 선분양 시 일반분양가를 심의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조합 측이 제시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을 내놨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임준선 기자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아파트(래미안원펜타스) 재건축조합은 11일부터 조합원을 상대로 분양 시점(선·후분양)을 묻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선분양을 했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일반분양분 분양가를 3.3㎡(1평)당 4900만 원 수준으로 상정하고, 조합원 판단에 따라 HUG와 선분양을 위한 분양가 협상 또는 후분양 수순에 돌입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상정한 분양가는 3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르엘 신반포(4849만 원), 2019년 11월 분양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4891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일반분양분 일괄매각을 추진했던 인근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원베일리) 재건축조합도 4월 신축 공사에 착수한 뒤 ​선분양을 위해 ​HUG와 분양가협상을 벌이고 있다. HUG는 일분분양분(225세대)​ 분양가를 3.3㎡당 4900만 원선으로 내다보는데, 조합은 일반분양가가 3.3㎡당 조합원분양가 5560만 원보다 660만 원 낮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예상되는 추가분담금 규모가 클 경우 후분양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도 HUG와 분양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재 둔촌주공 아파트재건축조합과 HUG가 내놓은 일반분양분(4786세대) 분양가는 3.3㎡당 최소 580만 원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2019년 12월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에서 일반분양가를 3.3㎡당 3550만 원으로 책정하고 올 2월 HUG와 분양가 협상에 나섰지만, HUG가 제시한 일반분양가는 3.3㎡당 2970만 원 선으로 전해졌다. 조합이 제시한 일반분양가를 ​HUG가 ​거부할 경우 조합은 후분양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와 분양가 규제 사이에서…

 

이처럼 분양가상한제를 피해 선분양을 추진하던 재건축단지가 HUG 고분양가 규제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통상 재건축·재개발사업은 일반분양물량 매각을 통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인데, HUG가 심의한 분양가가 조합 예상보다 낮다는 판단이다. ​HUG는 2019년 6월 보증리스크 관리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3년 만에​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변경했다. 구(區) 단위로 1년 내 분양 단지가 있으면 직전 사업장의 분양가 수준에서 심사해 분양보증을 내주고, 비교 사업장의 분양 시기가 1년을 초과한 경우는 비교사업장의 평균분양가에 주택가격변동률 적용금액과 평균 분양가 105% 안에서 심사하도록 바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세대수를 기준으로 둔촌주공아파트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개포주공1단지가 현재 HUG와 분양가협상을 하고 있는데 어느 조합도 만족스런 가격을 얻어내지 못했다. HUG 입장에서도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적용해 내놓은 분양가를 협상으로 조정할 여지는 적다. 조합 한 곳에 맞춰주면 다른 조합에도 그렇게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이 후분양으로 선회하면​ ​분양보증 수수료를 거둬들이지 못할 상황임에도 공기업인 ​HUG가 ​주택시장 안정화라는 공적 목적 때문에 물러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HUG 측은 “공기업은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정부의 주택정책이나 국민들의 주거복지 향상에 반하는 일을 할 수 없다. 일반분양 대기자에게 적정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대의가 있기 때문에 분양보증수수료 등에서 수익을 덜 보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일부 단지에서 조합원이 시세 수준으로 분양가를 받기를 원하는데 사실상 HUG가 제시한 가격으로 분양하더라도 단지에 오래 살았던 조합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선분양, 후분양이 뭐길래…“용역 맡겨 득실 따져봐야”

 

아파트 분양은 건물 착공 시점부터 할 수 있다. 골조 공사 완료(통상 공정률 80%) 이전에 입주자를 모집하면 ‘선분양’, 이후에 하면 ‘후분양’이라 부른다. 선분양을 하면 분양대금으로 건축비를 충당해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준공 후 실제 주택이 계약 내용 또는 견본주택과 다르다는 이유로 수분양자와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 시공 중 도산하거나 사업에 문제가 생겨 분양 계약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생기는데, 정부는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선분양 사업주체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게 하고 있다. HUG는 분양보증 대가로 분양가 심사 권한과 수수료를 가져간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제외하면 HUG의 분양가 심사는 사실상 유일한 분양가 규제였다.

 

수도권 아파트 견본주택(모델하우스)에서 고객들이 분양상담을 받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사실상 폐지됐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지난해 10월 부활했다. 분양가상한제란 택지비와 표준건축비에 가산비를 더한 가격 이하로 분양하도록 한 제도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10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상한제 적용지역 지정기준을 완화하고 같은 해 11월부터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영(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 지역 총 27개동을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했다. 현재 서울 13개구와 개발을 추진 중인 나머지 5개구 37개 동과 경기도 13개동(광명, 하남, 과천시​)이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적용지역 발표 당시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분양가상한제 대상지역 분양가는 HUG 가격보다 5~10%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상한제 적용지역이 발표되면서 착공을 앞둔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는 분양 속도를 올렸다. 국토교통부가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국토부는 분양가상한제 시행령을 바꾸면서 개정일 이전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정비사업단지가 올 4월까지 입주자모집 공고를 내면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유예하기로 했다. 3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은 7월로 연장됐다.

 

착공을 앞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재건축조합 관계자는 “강남의 경우 HUG 분양가가 시세와 근접하게 책정돼 있지만 나머지 강동과 강북은 그렇지 않아 조합이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추세로 표준지공시지가가 오른다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일반분양가가 HUG가 요구하는 일반분양가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히 송파구의 일부 지역은 지리적으로 강남권과 가까워 시세는 높은데도 행정구역상 송파구에 속해 HUG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다. HUG 분양가 심의기준이 현실에 맞게 보완되지 않으면 이런 단지들분양가상한제 적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후분양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재건축 시장은 이미 초과이익환수제 합헌 결정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조합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갈 수 없게 됐다. 선분양과 후분양을 선택할 수 있는 조합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추가분담금 또는 개발이익이 많이 발생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택지비, 직·간접 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가산비 등 7개 항목을 검증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HUG 분양가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용역을 맡겨 강한 소나기를 피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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