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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산길도 물길도 좋구나, 세종시 오봉산과 고복자연공원

울창한 송림을 맨발로 즐긴 뒤 저수지 주변 데크 따라 산책하기

2020.06.02(Tue) 14:42:50

[비즈한국] 세종특별자치시. 귀에는 익지만, 아직 어떤 곳인지 머릿속에는 그려지지 않는다. 주요 행정 기관 이전이 끝났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행정수도가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 북적이는 도시는 아니다. 덕분에 한적한 산책 즐기기 좋은 길도 여럿이다. 그 중에도 오봉산 맨발등산로에서 고복저수지의 수변길로 이어지는 길이 특히 아름답다. 

 

세종특별자치시에는 한적한 산책 즐기기 좋은 길도 여럿이다. 그 중에도 오봉산 맨발등산로에서 고복저수지의 수변길로 이어지는 길이 특히 아름답다. 사진=구완회 제공

 

#맨발지압로가 반기는 야트막한 산

 

세종시의 오봉산에 가기 위해서 기차를 탔다면 조치원역에서 내려야 한다. 대한민국 철도역에 ‘세종역’은 없다. 북으로는 천안, 남으로는 대전, 서쪽은 공주, 동쪽은 청주와 접해 있는 세종시는 옛 충청남도 연기군과 공주시, 청원군 일부를 합해서 만든 계획도시다. 원래 연기군에 속해 있던 조치원읍은 지금 세종시로 편입되었다. 조치원역을 세종시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치원역은 행정기관이 모여 있는 세종정부청사에서는 제법 떨어져 있다. 대신 조치원역에서 오봉산까지는 차로 10분이면 닿는다.

 

등산로 초입에 ‘맨발등산지압로’라고 새겨 넣은 뾰족뾰족한 돌길 지압로가 보인다. 산이 야트막한 데다 대부분 흙길로 이어지니, 마음만 먹는다면 맨발로 정상까지 오르는 것도 어렵지 않을 듯싶다. 정상까지 가는 길에 서너 곳 맨발지압로가 있으니 중간중간 신발을 벗고 지압을 즐겨보자. 

 

오봉산 등산로 초입 ‘맨발등산지압로’. 정상까지 가는 길에 서너 곳 맨발지압로가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사실 오봉산에서 맨발지압로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처음부터 마주치는 울창한 숲이다. 등산로 입구부터 북한산 부럽지 않은 송림이 솔잎향을 내뿜는다. 급할 것 없는 등산객이라면 그 아래 평상에서 잠시 쉬면서 신발끈을 고쳐 매는 것도 좋다. 

 

여기서부터 오봉산 정산까지 3km, 거기서 고복저수지까지 1km 남짓이다. 성인이라면 쉬엄쉬엄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한 거리. 선생님 손을 잡은 유치원 꼬맹이들도 소풍 삼아 나설 정도로 평탄한 길이다. 신발은 운동화나 샌들도 좋고, 물 한 병, 정상 부근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먹을 김밥 한 줄이면 족하다. 가벼운 짐을 지고, 가벼운 등산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본다. 

 

오봉산에서는 등산로 입구부터 북한산 부럽지 않은 송림이 솔잎향을 내뿜는다. 평상에서 잠시 쉬면서 신발끈을 고쳐 매는 것도 좋다. 사진=구완회 제공

 

#꽃이 진 자리에 새 소리가 한창

 

때는 오월 하순이라 봄꽃은 대부분 지고 초여름 푸른 잎만이 무성했다. 아직도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아까시꽃도 대부분 떨어져 한적한 산길을 꽃길로 만들었다. 벌써 뜨거운 햇살을 식혀주는 산바람에 얼마 남지 않은 꽃잎이 떨어진다. 꽃이 진 산에는 새 소리가 한창이다. 등산로 초입부터 낯선 사람을 반겨주는 뻐꾸기 소리는 정상까지 따라왔고, 중간중간 까치와 산비둘기, 박새와 딱따구리까지 멜로디뿐 아니라 리듬까지 갖춘 산새들의 합창이 이어졌다. 

 

봄꽃은 대부분 지고 어느새 초여름 푸른 잎들이 무성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정상에 가까워지자 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봄꽃들도 눈에 띄었다. 보라색 제비꽃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고, 무리 지어 핀 찔레꽃은 아직 남아 있는 봄을 즐기려는 듯 만개했다. 소나무들은 가지 끝마다 노오란 꽃가루를 잔뜩 머금고,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는 늦봄에 가을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오봉산 정상에서 고복저수지로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만큼이나 수월하다. 하지만 자칫 헷갈릴 수도 있으니 표지판을 꼼꼼히 봐야 한다. 길을 제대로 찾았다면 ‘후계자농원’으로 나와 찻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민락정(民樂亭)’이란 현판을 단 제법 큰 정자가 보인다. 이 지역 향약에서 세운 정자인데, 여기서 바라보는 저수지 풍경이 멋지니 잠시 쉬어가도 좋다. 다시 5분쯤 걸으면 세종시 유일의 자연공원인 ‘고복자연공원’이 나온다. 이곳은 1km가량 이어지는 수변산책로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민락정(民樂亭)’에 오르면 멋진 저수지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사진=구완회 제공

 

넓은 저수지를 따라 나무 데크로 조성해 놓은 산책로는 이 지역의 관광명소다. 주말이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빈단다. 물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는 가족나들이로도 좋지만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면 싸웠던 연인이라도 화해하는 건 시간문제일 듯. 

 

수변산책로 시작과 끝 지점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조치원역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데, 하루에 8대밖에 없으니 미리 시간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택시를 불러도 1만 원 남짓이면 충분하다. 

 

고복저수지 둘레에 나무 데크로 조성한 산책로는 지역 관광명소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오봉산

△위치: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 봉산리 

△문의: 044-120(세종특별자치시청)

△관람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고복자연공원

△위치: 세종특별자치시 연서면 고복리

△문의: 044-120(세종특별자치시청)

△관람 시간: 24시간,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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