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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학 영원무역 회장 '역대급' 계열사 누락…처벌 수위 '촉각'

자산 규모 3조 원대 빠뜨려 검찰 고발…공시집단 회피 의혹, 승계 연관성까지 수사 쟁점

2026.03.04(수) 16:55:05

[비즈한국]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이 계열사 82곳을 누락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사법 처리 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위장 계열사 1~2곳 누락으로 벌금형에 그쳤던 사례들과 달리, 이번 사건은 누락 자산 규모가 3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 사각지대에서 경영 승계가 진행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업계에서는 처벌 수위가 기존 선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월 23일 공정위는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을 계열사 은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사진=영원무역 홈페이지


#가족회사 등 82개사 누락해 자산 5조 원대 미만

 

글로벌 아웃도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인 영원무역그룹의 성기학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2월 23일 성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계열회사 현황 가운데 82개 회사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누락된 회사는 총 203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신고되지 않은 회사의 자산 규모는 약 3조 2400억 원에 이른다. 실제로 영원그룹의 전체 자산은 5조 원을 넘는 수준이었지만, 계열회사 현황이 누락된 채 제출되면서 자산 규모가 5조 원 미만으로 산정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히 공정위는 성 회장이 계열회사 자료 제출 과정에서 일부 회사를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측은 “누락된 회사에 본인, 딸, 남동생, 조카 등이 소유한 회사 등 계열사임을 모를 수가 없는 회사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적발한 지정자료 허위 제출 사례 가운데 계열사 누락 규모가 가장 큰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정 회피 기간 역시 역대 최장 사례로 꼽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성 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가 과거의 선례를 크게 웃돌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원무역그룹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글로벌 브랜드 의류를 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영원무역과 노스페이스의 국내 유통사 영원아웃도어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공정거래법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관련 자료를 허위로 제출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공정위가 지정자료 허위 제출 혐의로 총수를 고발한 사례를 보면 대부분 약식기소를 거쳐 약식명령(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사안이 벌금형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정식 재판 없이 서면 심리만으로 형을 청구하는 절차다.

과거 처벌 수위가 낮게 결정된 데에는 누락 규모가 제한적이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누락된 계열회사 수가 많지 않았고 자산 규모 역시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일부 사건은 단순 착오나 관리 소홀로 판단돼 벌금형에 그쳤다.

2019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위장 계열사 2곳을 누락한 혐의로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정몽진 KCC 회장 역시 2021년 친족 회사 10개를 누락한 혐의로 벌금 1억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식 재판에 넘기거나 법원이 직권으로 재판을 연 경우도 있었으나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계열사 13곳을 누락해 정식 재판에 넘겨졌던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2022년 벌금 1억 5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부 사건에서는 비교적 높은 벌금이 선고된 사례도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계열사 주식을 친족이나 임직원 명의의 차명주식으로 보유하면서 이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차명주식 관련 허위 기재 등 복수의 공정거래법 위반이 인정돼 2021년 법원으로부터 벌금 3억 원을 선고받았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영원무역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관리상 착오 여부·승계 연관성이 처벌 수위 가를 듯

 

영원그룹의 지정자료 허위 제출 사건은 누락된 계열회사 수와 자산 규모 모두 이전 사례들과 비교해 규모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사건들이 10여 개 안팎의 계열사를 누락하는 수준에 그쳐 관리상 착오로 해석될 여지가 있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수십 개의 계열사가 장기간에 걸쳐 누락됐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성 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가 기존 사례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법 환경 역시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이 변수로 거론된다. 최근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정기감사에서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 제출 사건 상당수가 경고 조치에 그치는 등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공정위 위원장에게 지정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일관된 제재 기준을 마련해 반복 위반을 막을 수 있도록 실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적 이후 처음 불거진 대형 지정자료 위반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수사기관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다른 쟁점은 경영권 승계 과정과의 연관성이다. 성 회장의 차녀인 성래은 부회장은 2023년 부친으로부터 지분을 증여받으며 사실상 경영 승계를 마무리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경우 사익편취 규제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의무가 적용되는데, 지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러한 규제를 피해 승계 작업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정자료 누락이 단순한 행정상 착오가 아니라 승계 과정과 맞물린 규제 회피 또는 고의적 은폐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영원무역 측은 “이 사안은 실무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로 고의적 은폐나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문제를 인지한 뒤 즉시 자진 신고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 진행 여부나 향후 절차 등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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