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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뇌피셜'은 현실이 된다

뇌와 컴퓨터 연결 기술 보유한 뉴럴링크 사업 업데이트 예고…머스크 'AI와의 공생' 강조

2020.07.14(Tue) 10:02:15

[비즈한국] 잊을 만하면 또 깜짝 발표로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는 일론 머스크. 이번엔 인간의 뇌를 ‘실’로 컴퓨터에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이 남자가 그리는 미래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CEO이자 우주 개발 기업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가 최근 우주 국제 정거장(ISS)에 민간 최초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올해 안에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한다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더니, 이번엔 사람 뇌를 컴퓨터에 연결하는 기술로 또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7월 9일 트위터를 통해 본인이 창업한 뇌 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오는 8월 28일 사업 진척 상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아직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간 두뇌에 초미세 전극을 심어 컴퓨터에 연결하는 기술 개발의 성과에 대한 것으로 기대된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7월 뉴럴링크는 해당 기술을 쥐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데 성공했으며, 2020년 내에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대체 왜 인간의 뇌에 전극을 심으려 하는 걸까?

 

일론 머스크 뉴럴링크 창업자. 사진=뉴럴링크 유튜브 캡처

 

#생각만으로 기기 작동, 초능력자 안 부러운 세상 오나

 

뉴럴링크가 개발 중인 기술은 키보드, 마우스, 버튼 등 물리적 입력 없이 뇌파만으로 즉 생각만으로 기기를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또는 ‘뇌 머신 인터페이스(BMI)’ 기술에 속한다. 

 

뉴럴링크의 두뇌 이식용 전극은 스레드(thred), 즉 ‘실’이다. 4~6마이크로미터로 아주 얇은 머리카락의 약 3분의 1 굵기인 이 스레드는 뇌파의 신호를 전달하는 전극 역할을 한다. 스레드를 사람 머리 속에 심는 작업도 뉴럴링크가 개발한 로봇이 수행하게 되며, 향후에는 레이저를 통해 훨씬 덜 침습적이고 이용자가 아무것도 못 느끼는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이 스레드가 귀와 같이 뇌 가까운 곳에 설치된 4mm 길이의 칩에 뇌파를 보내면 칩이 컴퓨팅 기기들과 통신,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 가령 키보드 없이 글자를 입력하거나, 웨어러블 분야에 적용시켜 인공 팔을 진짜 팔처럼 사용하는 등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뉴럴링크의 설명이다. 뉴럴링크에 따르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상당량의 데이터를 모으는데 성공했으며, 이는 현존 최신 센서의 성과보다 10배가 넘는 양이라는 설명이다. 

 

뉴럴링크 기술 개념도. 사진=뉴럴링크

 

BCI나 BMI 기술은 머스크의 뉴럴링크 외에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미 활발히 연구 중에 있다. 프랑스 회사 넥스트마인드(NextMind)는 지난 1월 CES 2020에서 이용자가 헤드셋을 쓰면 생각만으로 TV 채널을 바꾸는 시연을 했다. 이용자의 시각 피질 신호를 디지털 명령으로 바꾸는 원리다. 뉴로시티(Neurosity)는 8개의 센서가 달린 헤드셋을 통해 요리하는 여성이 생각만으로 레시피 화면을 스크롤하고, 방에서 조명을 바꾸는 데모를 보여줬다.

 

이 회사는 개발자용 데모키트 선주문 접수를 시작하기도 했다. 또 뉴러블(Neurable)은 지난 2017년 시그라프에서 생각만으로 플레이 하는 VR 탈출 게임을 선보였다. 심지어 반려동물의 뇌파를 해석해 영어로 보여준다는 줄링궈(Zoolingua)라는 업체도 있으며, 사망자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 해 ‘디지털 내세’로 보내준다는 넥톰(Nectome)이라는 회사도 등장했다. 

 

페이스북도 지난 2019년 9월 뇌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기술을 가진 미국 스타트업 CRTL-랩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팔찌를 통해 근육의 경련을 파악해 뉴런의 신호를 AI에 보내고, 착용자의 의도를 해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런 기술들은 우선 의료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고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운 환자가 생각만으로 TV를 틀고 음악을 재생하거나, 신체 일부가 절단된 환자가 인공 신체 기관에 뇌파로 명령하면 인간 신체와 똑같이 사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인구의 노령화 등과 맞물려 관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브랜드 에센스 마켓 리서치가 최근 발간한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장 규모는 9억 8000만 달러(약 1조 1757억 원)였으며, 오는 2025년에는 23억 1000만 달러(약 2조 771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기술이 고도화되면 의료용뿐 아니라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해진다. 생각만으로 사물을 움직이는 ‘염력’을 IT로 구현해 일반인들도 초능력자가 부럽지 않은 세상이 오는 셈이다. 

 

#헤드셋 아닌 뇌에 직접 삽입하는 방식, 왜?

 

전기차 사업, 우주선 개발 사업에서 보여준 머스크의 두드러지는 활약을 돌아봤을 때, 그의 뉴럴링크는 경쟁사들보다 앞서가며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앞서 언급한 업체들이 대체로 헤드셋같이 몸에 착용하는 매개체를 통해 기기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선택한 반면,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뇌에 직접 스레드를 삽입하는 것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이 방식을 그는 왜 선택했을까?

 

일단 3D 안경, VR 헤드셋 등 몸에 착용하는 미디어들이 주는 불편함은 해당 시장 성장의 큰 저해 요소라는 점도 고려 사항 중 하나로 보인다. 뉴럴링크는 자사 시스템의 무선 연결이 주는 ‘자유로움’과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필자의 상상이지만 향후 이 기술이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와 연동돼 생각만으로 가고 싶은 곳으로 차가 자율주행 해주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차에 탑승할 때마다 헤드셋이 필요하다면 헤어스타일도 망가지고 덥고 불편할 것이다.

 

또 뉴럴링크는 자사의 초기 목표는 의료적 용도라고 밝혔다. 앞서 과학 연구 기관 바텔과 오하이오 주립대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을 통해 척수 손상 환자에게 신경 신호를 보내줌으로써 손의 촉각을 되살려주는 실험 성공 사례를 발표한 바 있다. 뉴럴링크도 자사의 기술로 뇌 기능 장애, 우울증, 중독 치료 등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용도를 위해, 뇌의 신호를 외부로 전달해 기기에 명령하는 것뿐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역할까지 수행하기에는 헤드셋보다 뇌에 매개체를 삽입하는 방법이 훨씬 직접적이다. 입력과 출력 모두 가능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럴링크 런칭 이벤트 시 발표 화면. 사진=뉴럴링크 유튜브 캡처

 

#머스크의 궁극적 목표는 ‘AI와의 공생’ 

 

머스크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AI와의 공생’이다.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와 AI의 접목은 이미 관련 업계에서 거론되어 왔다. AI가 딥러닝을 통해 인간의 뇌파 패턴을 학습해 BCI 기술을 고도화시킨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머스크가 강조하는 AI와의 공생은 그런 개념을 뛰어 넘어 차원이 다른 세상을 예고하는 선언처럼 들린다. 그는 뉴럴링크의 기술을 통해 인간이 AI에게 지배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우스나 키보드로 입력하는 방식을 통해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고 해석하는 방식이 얼마나 손실이 큰지 지적하며, 컴퓨터와 인간이 더 탄탄하게 연결됨으로써 AI의 지적능력이 인간을 뛰어넘는 위험을 피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사실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북한 핵무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발언하는 등 AI에 대한 적대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AI 관련 인재를 적극 채용하고 테슬라 전기 자동차에 AI를 접목하는 등 모순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는 9일 트위터를 통해 뉴럴링크의 8월 28일 업데이트를 공지한 데 이어 같은 날 9일에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하라(If you can’t beat em, join em.)”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통해 뉴럴링크의 사업 업데이트 계획을 밝혔다. 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정리하면, 일론 머스크는 뉴럴링크의 기술로 인간 뇌 속에 직접 심는 전극을 통해 사람과 컴퓨터를 연결, 인간과 AI와 공생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어떤 식의 공생일지, 어떻게 AI와 지적으로 대등하게 해준다는 건지 일단 8월 28일 발표를 들어봐야 되겠지만, 이런 저런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 회사의 기술이 초기에는 의료용으로 활용되다가 미래에는 공부할 필요 없이 지식을 뇌에 다운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가령 영어 공부를 안 해도 파일을 뇌에 받으면 네이티브가 될까? 나아가 뇌파와 뇌파로 말없이도 소통이 되는 시대가 온다면 어차피 여러모로 영어 공부는 안 해도 될까? 그건 신나는 일인데, 포브스는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다룬 한 기사에서 이러다 사이보그도 될 수 있겠다고 했다. 조금은 무서워진다.​ 

강현주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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